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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 새벽, 수출입은행의 종소리 열두 번

  • 2014.08.06(수) 11:36

국내 금융기관 중 첫 12년물 고정금리 외화채권 발행
절묘한 타이밍 주효, 투자자 포트폴리오 다소 아쉬움

한창 휴가철인 한여름 새벽, 수출입은행이 국제금융시장에서 열두 번의 종을 쳤다. 수출입은행은 6일 12년 만기 고정금리 외화채권을 발행했다. 이 12년물은 우리나라 금융회사가 발행한 외화채권 중 중 만기가 제일 길다.

만기가 긴 채권을 발행할 수 있다는 것은 보통 해당 금융회사의 신용도가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수출입은행이 이번에 12년물을 발행할 수 있었던 것은 지난 6월 우리 정부가 사상 처음으로 30년 만기 외평채를 발행한 것이 계기가 됐다. 정부 신용등급과 같은 레벨인 공적 금융기관의 장기물 수요도 자연스럽게 올라갔다.

정부 외평채에 이어 금융기관도 12년물 발행에 성공하면서 민간 금융회사들에도 이정표(벤치마크)가 떠올라 좀 더 확신하고 도전할 기회가 생겼다.

수출입은행은 이번에 5년물과 12년물로 각각 5억 달러씩 총 10억 달러를 발행했다. 5년물은 보통 은행과 자산운용사 등의 수요가 많다. 자산을 좀 더 장기적이면서 운용하는 보험사와 연기금 등은 장기물 투자자들이다. 이들은 만기가 길면서도 예상 금리 수준을 확실히 하고자 하는 요구로 고정금리를 선호한다.

5년물은 5년 만기 미국 국채수익률(T5)에 72.5bps(0.725%), 12년물은 10년 만기 미국 국채수익률(T10)에 85bps(0.850%)의 가산금리를 더해 결정했다. 5년물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후 최저 수준이기도 하다. 수출입은행은 “이 금리 수준은 지난 7월 말 신용등급이 같은 중국수출입은행이 발행한 달러화 채권보다 17.5~45bps 낮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당시 중국수출입은행은 5년물 15억 달러는 T5+90bps, 10년물 15억 달러는 120bps의 가산금리가 붙었다. 12년물은 10년물보다 보통 10bp 정도 금리가 높다. 중국수출입은행보다 장기물 가산금리가 더 낮은 것은 글로벌채권시장에서 흔치 않은 12년물이라는 특징에다 같은 신용등급이지만 한국과 중국이라는 차이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수출입은행 김진섭 외화자금1팀장은 “시장에 금리 인상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9월에는 대기물량이 많아 비수기인 8월을 발행 타이밍으로 포착한 것이 주효했다”고 말했다. 국제 금리가 오름세를 타기 전에 채권을 사는 게 좋은데, 9월부턴 경쟁자도 많으니 비수기임에도 투자자들이 대기하는 상황이 발생했다는 설명이다.

이번 수출입은행의 채권발행에는 총 270개 투자자가 참여해 발행금액의 약 4.2배에 달하는 42억 달러의 투자주문이 들어왔다. 한여름 바캉스 시즌인 점을 고려하면 적지 않은 부킹 규모다.

다만, 투자자의 지역 포트폴리오는 다소 아쉬움을 남겼다. 우리나라의 외화채권이 대체로 아시아권에서 소화되는 한계가 있긴 한데, 이번에도 글로벌 시장 플레이어들의 반응은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5년물은 아시아 56%, 미국 23%, 유럽 21%, 10년물은 아시아 70%, 미국 18%, 유럽 12% 수준으로 배정됐다.

수출입은행은 “아시아•중동지역의 중앙은행과 국부펀드, 글로벌 연기금•보험사들의 참여가 활발했다”고 밝혔다. 이번 채권발행의 주관사는 호주 ANZ, BNP 파리바. BofA 메릴린치, 씨티, HSBC, 스탠다드차타드, 대우증권이 맡았다. 수출입은행은 이번 조달 자금을 해외 건설•플랜트•조선•해양•자원개발 등 외화 가득 효과와 고용 효과가 높은 국가기간산업의 해외진출 지원에 사용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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