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톡뱅크 빅뱅]⑤갈 데까지 가보자

  • 2014.08.13(수) 14:29

ICT 기업들 기존 금융권에 선전포고…주도권 경쟁 본격화
방대한 네트워크·데이터, 국경없는 서비스 '빅브라더' 예고

#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올 3월 알리바바의 알리페이를 통한 1회 자금이체 한도와 온라인 쇼핑 결제 한도를 각각 1000위안과 5000위안으로 제한했다. 그러자 공상은행을 비롯한 중국 5대 국영은행들도 잇달아 알리바바와의 거래를 제한하는 조치를 내놨다. 아울러 인터넷 금융상품이 금융시장 질서를 어지럽힌다며 정부에 규제 강화를 촉구하기도 했다.

중국은 인터넷 금융에 관한 한 가장 앞서 있는 국가 가운데 하나다. 이 때문에 전통적인 금융권과 ICT 기업들 간 최대 격전지로 꼽힌다.

알리바바와 텐센트를 비롯한 ICT 기업들은 전자결제를 시작으로 송금과 대출, 투자중개, 보험 등으로 영역을 확장하면서 기존 금융권을 위협하고 있다. 올 초엔 민영은행 시범사업자로 선정되면서 아예 은행 면허까지 받았다. 우리나라로 치면 카카오톡이나 네이버가 은행을 할 수 있게 된 셈이다.

물론 중국이 인터넷 금융을 독려하고 있는 이유는 ‘그림자 금융’을 비롯한 금융 개혁을 위한 포석으로 꼽힌다. 다만 금융과 ICT 융합의 구체적인 미래를 그려볼 수 있는 최첨단 무대라는 사실은 분명하다. 중국을 보면 이제 송금•결제 시장에 막 발을 내디딘 카카오톡과 네이버의 앞날도 어느 정도 미뤄 짐작할 수 있다.

◇ 중국 국영은행과 ICT 기업의 전쟁

지금 중국에선 기존 은행들과 ICT 기업들이 물러설 수 없는 주도권 전쟁을 벌이고 있다. 알리바바를 비롯한 ICT 기업들이 전자결제를 기반으로 온라인 금융상품 판매에 이어 아예 금융업 진출을 시도하자 국영은행들이 견제에 나서면서다.

특히 알리바바가 대출과 머니마켓펀드(MMF)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가운데 중국 정부가 10개 민영은행 사업자에 알리바바와 텐센트를 포함하자 중국 은행들의 위기감은 극에 달했다.

금융과 ICT 융합은 비단 중국만의 얘기가 아니다. 미국과 유럽에서도 샅바 싸움이 치열하다. 전자결제 시장의 주도권은 이미 ICT 기업들이 잡았다. 페이스북과 구글 등은 독자적인 전자화폐를 내놓고 사실상 금융업에 진출했다. 이제 은행이 알리바바, 페이스북과 경쟁해야 하는 시대가 된 셈이다.


◇ ‘빅브라더’ ICT 금융기업 출현?

‘빅브라더’ ICT 금융기업의 출현도 예고하고 있다. 사실상 규모와 범위, 업종의 통제를 받지 않는 글로벌 ICT 기업들이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기존 금융그룹을 넘어 전 세계적인 ICT 금융기업으로 몸집을 키울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ICT 기업들의 고객 네트워크와 축적된 빅데이터는 상상을 초월한다. 페이스북은 전 세계적으로 13억 명, 알리바바는 5억 명의 회원을 확보하고 있다. 우리나라 최대 은행인 국민은행 고객이 2800만 명, 세계 최대 금융그룹인 씨티그룹조차 전체 고객이 2억 명 수준임을 고려할 때 비교 자체가 되지 않는다.

금융과 비금융을 넘나드는 방대한 네트워크와 데이터는 곧바로 경쟁력이 된다. 알리바바 돌풍의 핵인 ‘위어바오’ MMF는 불과 1년여 만에 1억 명이 넘는 고객과 100조 원에 가까운 돈을 끌어모았다. 중국 전체 증권사들이 주식시장 개장 이래 23년간 확보한 고객보다 더 많다.

알리바바의 대출 부실채권 비율도 0.06% 수준에 불과해 기존 은행들보다 훨씬 양호하다. 중소 사업자에 대출해줄 때 거래 데이터와 고객 평가 등의 빅데이터를 신용평가 모형에 반영한 결과다.


◇ 국경 없는 서비스도 가장 큰 무기

온라인 금융의 특성상 사실상 국경이 없다는 점도 큰 무기다. 금융산업은 대부분 국가에서 규제가 가장 까다로운 영역으로 꼽힌다. 그래도 ICT 기업들엔 틈새가 많다. 설령 직접 금융업을 할 수는 없어도 금융서비스를 할 순 있다.

그러다 보니 미국에선 앞으로 10년 이내에 은행지점은 사라지고, 이베이나 아마존 같은 온라인 기업들이 금융을 흡수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극단적으론 은행이 아예 사라질 수 있다는 얘기도 있다. 실제로 이베이의 페이팔은 이미 중소 규모의 은행들을 위협하고 있다.

페이스북의 도전은 더 흥미롭다. 페이스북은 아일랜드 중앙은행에 모바일 전자화폐 발행기관 승인을 요청했다. 승인이 완료되면 단일 통화권인 유럽 전역에서 예금•송금 등 은행과 다름없는 금융서비스를 할 수 있게 된다. 아직 먼 얘기긴 하지만 전자화폐가 더 널리 쓰이면 중앙은행 역할까지 넘볼 수도 있다.

◇ 국내 금융•ICT 융합은 걸음마 단계

반면 국내 금융•ICT 융합은 걸음마 수준이다. 카카오톡과 네이버가 송금•결제 시장에 출사표를 던지긴 했다. 하지만 카카오톡과 네이버의 송금•결제 서비스는 당장은 제한적인 수준에 그칠 전망이다.

가장 큰 걸림돌은 비금융기업의 독자적인 금융업 진출을 막고 있는 규제 장벽이다. 그러다 보니 카카오톡의 송금서비스 역시 금융결제원의 전자지갑인 ‘뱅크월렛’을 카카오톡에 연동해 대행하는 방식에 그치고 있다.

다만, 공인인증서 의무 사용 폐지를 계기로 금융당국이 규제 완화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어 주목된다. 여기에다 사실상 전 국민을 고객으로 두고 있는 카카오톡과 네이버의 출사표는 국내 금융•ICT 융합과 새로운 지각변동의 신호탄이 될 수도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종현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금융 소비자들의 필요와 IT기업들의 경쟁 전략을 감안할 때 비금융 기업들이 주도하고 있는 새로운 금융 비즈니스 모델의 성장 가능성은 매우 높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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