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 '기사회생'…금융검찰은 '추락'

  • 2014.08.22(금) 02:54

임영록 KB금융 회장·이건호 국민은행장 모두 경징계
중징계 밀어붙인 금감원은 거센 책임론에 휘말릴 듯
금융검찰 위상 추락…벌써 '제재심 독립기구화' 주장

임영록 KB금융 회장과 이건호 국민은행장이 벼랑 끝에서 기사회생했다. KB금융그룹 역시 한숨 돌렸다.

반면 일벌백계 차원에서 임 회장과 이 행장의 옷을 벗기겠다면서 석 달 가까이 금융권을 뒤흔든 금융감독원은 거센 책임론에 휘말릴 것으로 보인다.

◇ 임 회장과 이 행장 모두 경징계

금융감독원은 21일 제재심의위원회를 열고 임 회장과 이 행장을 비롯한 KB금융 전•현직 임직원 87명에 대한 제재안을 의결했다. KB금융지주와 국민은행에는 ‘기관경고’를 결정했다.

관심이 쏠렸던 임 회장과 이 행장에겐 각각 경징계인 ‘주의적 경고’를 결정했다. 두 사람 모두 국민은행 주전산시스템 교체 과정에서 불거진 논란에 대한 관리 책임을 물었다. 이 행장은 여기에다 도쿄지점 횡령사건에 대한 관리 책임이 더해졌다.

금감원은 애초 임 회장과 이 행장에 대해 각각 중징계인 ‘문책경고’를 사전 통보했다. 하지만 제재심 위원들은 구체적인 비위행위가 없었던 만큼 관리 책임만 물어 중징계를 내리는 건 과하다는 판단에 따라 징계 수위를 경징계인 ‘주의적 경고’로 낮췄다.

 



◇ 두 사람 모두 기사회생

임 회장과 이 행장은 일단 기사회생했다. 중징계인 ‘문책경고’를 받았다면 사실상 자리에서 물러나야 하는 상황이었다. ‘문책경고’는 3년간 금융권 취업 제한으로 연임이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그동안 문책경고를 받은 CEO들은 대부분 임기에 상관없이 자진사퇴했다.

물론 제재심은 금감원장의 자문기구로 최종 결정은 최수현 금감원장에게 달려 있다. 하지만 아직 금감원장이 제재심의 결정을 뒤집은 전례가 없다는 점에서 경징계가 그대로 확정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면 두 사람 모두 자리를 지킬 수 있게 된다.

다만, 임 회장은 또 하나의 변수가 남아 있다. KB국민카드 고객정보 유출 건은 이번 제재심 안건에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금감원은 KB금융이 2011년 국민카드 분사 당시 신용정보법상 승인을 받지 않고 은행의 고객정보를 이관했다면서 임 회장에게 중징계를 통보한 바 있다.

◇ 금감원, 거센 책임론 휘말릴 듯

임 회장과 이 행장에 대한 징계 수위가 나란히 경징계로 낮춰지면서 후폭풍도 거셀 것으로 보인다. 특히 그동안 중징계를 자신하면서 두 사람을 몰아붙이던 금감원은 거센 역풍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금감원은 지난 6월 초 두 사람에게 중징계를 사전 통보한 이후 석 달 가까이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공수표만 날렸다. 6월 26일 이후 제재심 회의만 무려 여섯 번이나 열었다. 그런데도 개인정보 유출 제재 건은 이번 회의엔 아예 상정조차 되지 못했다.

이 과정에서 KB금융은 경영공백은 물론 극심한 내부 갈등과 혼란에 시달려야 했다. 그룹 1, 2인자는 물론 100여 명에 가까운 임직원이 제재에 연루되면서 경영은 사실상 마비 직전에 이르렀다. 임직원 인사는 지연되고 경영계획도 제대로 세우지 못했다.

◇ 벌써 제재기구 따로 떼야 ‘목소리’

이 때문에 금감원은 당장 제재 권한을 남용해 무리한 징계에 나섰다는 비판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KB금융에서 잇달아 터진 사건사고들에 대한 사회적 파장이 커지자 앞뒤 가리지 않고 분위기에 들떠 제재권을 휘둘렀다는 지적이 나온다.

감정에 휘둘리면서 제대로 논리를 갖추지 못한 것은 물론 로비전에서도 민간 금융회사에 밀리면서 체면을 구겼다. 결국, 일벌백계를 앞세워 금융권을 들쑤셔 놓고 아무런 소득 없이 용두사미로 끝난 셈이다.

금융검찰로서 위상 추락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앞으로 금융감독·검사 특히 제재 과정에서 제대로 영이 설 리 없다. 벌써 제재기구를 따로 떼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한국금융연구센터 금융정책패널은 21일 “기존 제재심의위원회를 없애는 대신 독립된 법률상 제재기구를 신설해 법원의 역할을 맡도록 하는 등 제재 절차의 법적 정당성과 독립성을 제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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