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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금융, 돌고돌아 원점…IBM만 웃는다

  • 2014.08.25(월) 13:18

금감원 제재심, 유닉스 전환 보고서 조작 일정 부분 인정
주전산 교체 원점 재검토 불가피…판단은 다시 KB금융 몫
갈등 구조 길어질수록 한국IBM만 유리

먼 길을 돌고 돌아 결국 원점으로 돌아왔다. 제대로 된 결론도, 뚜렷한 잘잘못도 가리지 못했다. 최근 몇 달간 금융권을 떠들썩하게 했던 국민은행의 주전산시스템 교체 논란 1라운드는 이렇게 허무하게 끝났다.

이건호 국민은행장은 기존 주전산시스템 교체 과정에 일단 제동을 걸긴 했다. 하지만 사외이사진과의 갈등과 대립 구조는 여전해 앞으로 주전산시스템 교체를 재차 논의하는 과정에서 또다시 지루한 공방이 예상된다.


◇ 보고서 조작 일정부분 인정

이번 논란은 김재열 KB금융지주 최고정보책임자(CIO)가 불을 지르고, 정병기 국민은행 감사가 기름을 부었다. 김 전무는 국민은행 주전산시스템 교체를 논의하는 과정에 부당하게 개입해 기존 메인프레임 방식의 유닉스 전환을 밀어붙였다.

그러자 이 행장 측이 반발했고, KB금융지주 편에 선 국민은행 사외이사진과의 대립 양상으로 번졌다. 이 과정에서 정 감사가 보고서 조작 사실을 금감원에 제보하면서 내부 갈등이 외부로 불거졌다.

금감원 자문기구인 제재심의위원회는 이번 논란에 대해 KB금융지주와 국민은행의 의사결정 과정과 내부통제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 임영록 KB금융 회장과 이 행장에겐 관리 책임을 물어 징계했다.

다만, 두 사람 모두 징계 수위는 애초 중징계에서 경징계로 낮췄다. 임 회장은 부당 개입의 주체가 아니라는 점, 이 행장은 이사회 논의 과정의 문제를 금감원에 제보한 점에 대해 정상을 참작한 것으로 전해진다.

◇ 전산시스템 교체 원점 재검토

제재심은 반면 김재열 전무를 포함해 전산시스템 교체를 주도한 IT실무 임직원 4명에겐 중징계를 내렸다. 이사회에 제출하는 주전산시스템 교체 사전 보고서에서 효과는 부풀리고, 비용은 축소하는 방식으로 사실관계를 왜곡한 점을 인정했다.

이 행장도 여기에 방점을 찍었다. 제재심이 전산시스템 교체 보고서의 왜곡에 따른 관련자를 모두 중징계한 만큼 금감원 제보의 정당성을 인정받았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제재심은 절차상 문제를 인정했지만, 나머지는 모두 경영상 판단으로 봤다. 보고서 조작 역시 다른 비위 사실이나 불법적인 요소가 발견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의사결정 과정에서 있을 수 있는 통상적인 문제로 판단했다.

결국, 석 달 가까이 끌어온 이번 논란은 임 회장과 이 행장 모두에게 서로 상처만 남긴 채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다. 제재심이 주전산시스템 교체 여부에 대해선 중립적인 판단을 내린 만큼 다시 KB금융의 숙제로 돌아왔다는 얘기다.

◇ 갈등 길어질수록 한국IBM만 수혜

주전산시스템을 메인프레임에서 유닉스로 전환하기 위한 사전 보고서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밝혀진 만큼 국민은행 이사회는 일단 교체사업 자체를 원점에서 재검토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은 결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주전산시스템 교체를 둘러싼 양측의 갈등과 대립 구조가 여전히 진행형인 탓이다. 실제로 이번 제재심 판단 후 이 행장은 한국IBM을 포함해서 주전산시스템 교체를 위한 입찰을 새롭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혐의로 한국IBM을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한 바 있는 사외이사진들에게 IBM은 이미 버린 카드여서 양측이 쉽게 합의에 이르긴 어려울 전망이다. 또다시 팽팽한 공방전이 벌어질 수도 있다.

국민은행의 갈등 구조가 길어질수록 한국IBM에겐 호재다. 국민은행이란 초대형 고객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설령 주전산시스템 교체가 결정되더라도 최소 1~2년은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점에서 기존 계약이 끝나는 내년 7월 이후 계약 연장에 따른 거액의 부담금도 챙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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