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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보험금 2000억 원의 주인은?

  • 2014.09.23(화) 16:31

금감원, 자살 재해사망 보험금 지급 명령에 보험사들 소송 검토
①자살을 재해로 볼 것인지 ②잘못된 약관을 인정할 것인지 쟁점

재해사망 특약에 따른 자살보험금 지급 여부가 결국 법원에서 가려질 것으로 보인다.

금융감독원이 생명보험사들에 미지급한 재해사망 보험금을 이달 말까지 지급하라고 통보하면서 보험사들이 소송에 나서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기 때문이다.

쟁점은 크게 두 가지가 될 전망이다. 과연 자살을 재해로 볼 수 있는지, 또 잘못된 약관의 효력을 어디까지 인정할 것인지다. 다만, 그동안 판례를 볼 때 보험사들이 소송에 나서더라도 승소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관측이 많다.

 


◇ 보험사, 자살보험금 소송 검토

생명보험 사망보험금은 보통 일반사망과 재해사망으로 나뉜다. 일반사망 보험금은 질병과 재해를 포함해 원인과 관계없이 모든 사망에 대해 지급한다.

반면 재해사망 보험금은 각종 사고를 비롯해 재해가 원인을 때만 지급한다. 재해사망 보험금은 보통 일반사망 보험금보다 두 배 이상 많다. 재해사망 가능성이 일반사망보다 훨씬 낮기 때문이다.

생보사들은 보통 계약 후 2년이 지나면 자살로 사망하더라도 일반사망 보험금을 지급한다. 반면 재해사망 보험금은 지급하지 않는다. 고의로 자신을 해친 만큼 재해로 보지 않기 때문이다.

◇ 약관 베끼기로 2000억 토해낼 판

문제는 2003년부터 2010년 4월 개정 이전까지 생명보험 표준약관에는 자살에 따른 사망 역시 특약에 따라 재해사망 보험금을 지급한다고 명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런데도 보험사들은 그동안 일반사망 보험금만 지급해왔다. 금감원은 지난해 8월 ING생명 종합검사에서 이 사실을 적발하고 미지급한 재해사망 보험금을 추가로 지급할 것을 명령했다. 금감원은 당시 약관대로 자살 역시 일반사망이 아닌 재해사망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금감원은 ING생명은 물론 비슷한 약관을 적용한 삼성과 교보, 한화, 신한, 메트라이프, 농협생명 등에도 미지급 보험금을 돌려줄 것을 명령했다. 이렇게 덜 지급한 보험금은 ING생명 560억 원을 비롯해 모두 2180억 원에 이른다.

◇ 자살을 재해로 볼 수 있을까

보험사들은 반발하고 있다. 자살에 대해 재해사망 보험금을 지급한다는 약관은 실수로 만들어졌다는 주장을 내놨다. 잘못된 보험약관을 보험사들이 공유하면서 자살을 일반사망이 아닌 재해사망으로 잘못 분류했다는 얘기다.

실제로 자살을 재해사망으로 분류한 건 보험사들의 실수가 맞다. 보험약관을 공유하는 과정에서 너도나도 잘못된 약관을 베끼면서 일어난 일종의 해프닝으로 볼 수 있다. 푸르덴셜과 라이나생명은 이 약관을 베끼지 않은 덕분에 이번 논란에서 비켜날 수 있었다.

보험사들은 자살은 재해로 볼 수 없으며, 약관 표기에 오류가 있었던 만큼 재해사망 보험금을 줄 수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

◇ 잘못된 약관 효력은 어디까지

따라서 자살이 재해사망에 해당하는지가 일차적인 법리 검토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자살은 재해사망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견해가 일반적이다.

다만, 우울증을 비롯해 정상적인 판단이 어려운 경우엔 재해사망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실제로 심신상실이나 정신질환으로 인한 자살에 대해 보험사의 면책을 인정하는 약관은 무효라는 판례가 있다.

설령 자살은 재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결론이 나더라도 또 다른 판단이 필요하다. 보험사와 보험 가입자 간 계약서인 약관에 자살을 재해사망으로 표기한 만큼 잘못된 약관의 효력을 어디까지 인정할 것인가의 문제도 나올 수 있다.

◇ 오히려 자살 부추길 수도

금감원은 실수 여부를 떠나 보험가입 당시 약관대로 이행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보험약관 준수라는 기본 원칙을 지켜야 한다는 얘기다.

약관에 오류가 있더라도 보험금은 약관대로 지급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례도 있다. 이에 따라 보험사들이 소송을 제기하더라도 승소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시각이 많다.

다만 자살에 대해 재해사망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최종 판결이 날 경우 자칫 자살을 더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2003년부터 2010년 생명보험 가입자는 훨씬 많은 자살보험금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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