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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테크 열풍]②현실이냐 미래냐㊤

  • 2015.01.09(금) 10:57

인터넷은행, 규제 완화에 달려있다
현실적으론 은행 자회사 형태가 유력

#연예인들의 배낭여행기를 담은 TV 프로그램 '꽃보다 청춘'에서 나영석 PD와 제작진이 허를 찔린 일이 있었다. 20대의 유연석 손호준 바로가 출연한 라오스 편에서다. 이들은 여행 시작과 함께 신용카드와 돈을 모두 제작진에게 뺏겼다. 적은 금액으로 빠듯하게, 허름한(?) 여행을 해야 했다. 그런데 유연석이 아주 번듯한 호텔을 예약해 모두를 놀라게 한 것이다. 어떻게 그럴 수 있었을까? 이때 등장했던 게 '페이팔'이었다. 스마트폰으로 예약하면서 이미 가입해 둔 페이팔 계정을 이용해 결제한 것이다. 꽃보다 할배 편에선 말할 것도 없고, 40대들이 참여한 꽃 청춘 페루 편에서도 전혀 생각지 못한 아이디어였다.


이렇게 젊은 층을 중심으로 핀테크는 우리 현실로 다가왔다. '한국판 페이팔'을 얘기하기 시작했고, 더 나아가 인터넷 전문은행이 나와야 한다는 논의로 이어지고 있다. 나오는 얘기들만 모아보면 장밋빛 미래다.

하지만 이러한 핀테크 열풍이 언제 어떤 식의 성과로 나타날지는 가늠하기 어렵다. 풀어야 할 숙제가 많고 변수도 많기 때문이다. 특히 금융과 은행업에 대한 진입 장벽이 높은 현실에서 금융당국이 어느 정도의 수준으로 이 장벽을 낮추느냐에 따라 앞으로의 큰 흐름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현실이 될지 미래로 남을지가 판가름날 것이다.


◇ 현실과 미래 1. 규제 때문에 


인터넷 전문은행의 출현 여부와 형태는 일차적으로 금융당국에 달려 있다. 그동안 이를 가로막았던 것은 은행법의 은산 분리(산업자본의 은행소유 제한)와 금융실명제법상 실명확인 문제가 가장 컸다.

실명확인의 경우 최근 금융실명제법 시행령 개정으로 금융회사 간 실명확인 업무의 위·수탁이 가능해졌다. 인터넷은행에서 계좌를 개설할 때 다른 은행이나 증권사 등에서 실명확인을 대행해 줄 수 있게 된 것이다. 지난 2008년 금융당국이 인터넷은행 설립을 추진하려 했을 당시보단 한 발짝 나아갔다.

다만 금융당국은 인터넷은행의 취지에 맞게 대면 확인은 물론이고 비대면 방식까지도 검토할 계획이다. 신분증 사본 등의 서류를 보내거나 몇 가지 방법을 조합하는 식으로 해외사례에 준해서 정할 방침이다. 공인인증서를 통한 계좌개설이나 인터넷 동영상을 통한 대면확인 방식 등도 과거 대안으로 거론됐던 방식들이다.

문제는 은산 분리이다. 현행 은행법 체계에서는 은행이 자회사 형태로 인터넷 전문은행을 만드는 것 말고는 다른 기업들의 진입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인터넷 전문은행 설립 검토를 언급하면서 은산 분리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 형성을 강조했다. 국회에서 이 부분을 논의해 줄 것을 제안한 것도 결국 국회의 협조 없이는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 현실과 미래 2. 누가 가능할까


신 위원장이 은산 분리 카드를 꺼내 들었단 것은 결국 비은행 자본인 기업들에도 길을 터 주겠다는 얘기이다. 그래야 애초 핀테크를 육성하기로 한 취지를 살려 핀테크 기업은 물론이고 기존 은행산업에도 혁신을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지난 2008년에도 실명확인 문제와 은산 분리 때문에 무산됐지만 이제 7년이 지났고 사회적 분위기도 달라졌다"며 "인터넷은행을 할 대상이나 업무범위 등을 폭넓게 열어 놓고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과거와 분위기가 달라졌다고 해도 획기적으로 열어줄 순 없다. 당시 인터넷은행의 최저자본금을 시중은행(1000억 원)과 지방은행(250억 원)의 중간인 500억 원으로 정했던 것에 비춰 이 수준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자금력도 되고, 또 기존 업무와의 시너지 측면이나 은행업의 기본이 될 수 있는 고객기반을 갖춘 곳이 등장해야 파괴력 있는 인터넷 은행이 나올 수 있다.

예상 가능한 곳은 네이버, 다음카카오 등 인터넷이나 모바일 기반의 기업, 옥션·지마켓·11번가 등의 오픈마켓, 통신사, 그리고 카드·보험·증권 등 제2금융권 등이다. 이들 중 은산 분리에서 자유로운 곳은 거의 없다. 정부가 기업들에 길을 터 준다고는 해도 당장 재벌계나 대기업계열에 터주기는 어렵다는 게 금융당국 내 분위기다.

그렇다면 이들 중 가능한 곳들은 또다시 다음카카오나 네이버, 그리고 일부 증권사 등의 2금융권 등으로 제한된다. 이들 가운데서도 현실적으로 어느 정도 선까지 인정해 줄지는 여전히 가늠하긴 힘들다.

복수의 금융위 고위관계자는 "특정 업무를 제한하는 식으로 하면 은행법 개정까지는 필요 없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은산 분리의 취지가 대기업의 사금고화를 막자는 것인 만큼 인터넷 은행에 기업대출 한도를 정하거나 제약하는 식으로 하면 시행령을 바꾸거나, 별도의 법을 만드는 식으로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업무 제한 방식으로 하면 은산 분리를 완화해도 거부감이나 부작용을 덜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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