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가 2004년 이후 무려 11년 만에 보험업 인가 정책의 큰 틀을 뜯어고쳤습니다. 보험업 인가를 내줄 때 기준을 기존 종목별에서 상품별로 바꾼 건데요. 한 종목의 보험만 팔 수 있는 단종 보험사 입장에선 그만큼 기회의 문이 넓어진 겁니다.
다만 금융위가 인가 정책 개선안을 내놓으면서 다소 무리수를 뒀습니다. 금융 소비자 관점에서 지나치게 의미를 부여하려다 보니 사실관계까지 왜곡(?)하면서 혼란을 일으킨 겁니다.

◇ 보험업 인가 큰 틀 전환
보험 종목은 보장 항목을 말합니다. 생명보험업은 생명과 연금, 손해보험업은 화재와 자동차, 보증, 재보험, 책임, 권리, 비용 등이 있습니다. 또 생명보험과 손해보험의 특성을 함께 가지고 있는 제3보험 종목으론 상해와 질병, 간병 등이 있습니다.
금융위는 기존엔 보험업을 새로 하겠다고 신청하면 종목별로 인가를 내줬습니다. 연금보험이면 연금보험, 권리보험이면 권리보험 한 종목만 취급할 수 있도록 한 건데요. 이렇게 한 종목의 보험만 팔 수 있는 보험사를 단종 보험사라고 합니다. 법률 비용보험만 판매하고 있는 ‘다스’나 권리보험을 판매하는 ‘퍼스트아메리카’가 대표적인 단종 보험사들입니다.
반면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삼성생명이나 현대해상 등 대부분 보험사는 생명보험이나 손해보험의 모든 종목을 취급할 수 있는 종합보험사를 말하는데요. 금융위는 2004년 이후론 한 번에 종합보험사 면허를 내주지 않았습니다.
종목별로 하나씩 인가를 모두 받아야 종합보험사가 될 수 있도록 한 건데요. 보험상품 전문성과 안정성을 고려해 종합보험사가 될 수 있는 일종의 진입 장벽을 둔 겁니다.
◇ 금융위원회의 오버
그런데 이번에 기준이 바뀌면서 단종 보험사도 여러 종목을 결합한 보험상품 판매가 가능해졌습니다. 최소한 기능적으론 단종 보험사와 종합보험사의 구분이 없어진 건데요. 기존에 자동차보험만 전문적으로 팔던 보험사가 이젠 자동차 관련 책임이나 비용 보장을 묶어 결합상품을 판매할 수 있게 된 겁니다.
문제는 금융위가 인가 정책 개선안을 내놓으면서 무리수를 뒀다는 건데요. 금융위는 “다양한 소비자 수요를 충족시키는 전업보험사 출현이 허용된다”고 의미를 부여했습니다.
상해와 질병, 도난 등을 종합적으로 포괄할 수 있는 여행보험이나 화재나 권리, 비용 등의 보장을 묶은 주택보험을 전문으로 판매하는 전문보험사가 탄생할 길이 열렸다고 포장을 한 건데요. 엄밀히 따지면 맞지 않는 표현입니다.
사실 지금도 전문보험사를 만들 수 있습니다. 여행전문보험을 팔고 싶으면 상해와 질병, 도난 등 종목별로 인가를 받으면 그만입니다. 물론 종목별로 인가를 받으려면 자본금이 좀 더 필요하고, 시간도 더 걸리지만, 충분히 가능합니다.

◇ 소비자 편익은 글쎄
그렇다면 기존엔 왜 이런 전문보험사들이 나오지 않았을까요? 아마도 돈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전문보험의 진입 장벽이 높지 않다는 점에서 이미 종목의 제한 없이 상품을 판매할 수 있는 종합보험사들과의 경쟁도 큰 부담입니다.
물론 이번 인가 정책 변화로 단종 보험사들에 기회가 많아진 건 분명합니다. 기존 보험 면허로 다양한 종목의 결합상품을 만들 수 있게 된 건데요. 특정보험에 의존한 취약한 수익 구조도 개선할 길이 열렸습니다.
반면 보험 소비자 입장에선 당장 큰 혜택을 기대하긴 어려워 보입니다. 금융위는 여행과 주택보험 등 전문영역에서 차별화된 서비스가 기대된다고 의미를 부여했는데요. 종합보험사들이 득세하고 있는 기존 영업환경에서 전문보험사 탄생이 쉽지만은 않아 보인다는 겁니다.
설령 전문보험사가 나와도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단종 보험사는 자본금을 비롯해 여러 면에서 취약할 수밖에 없는데요. 그러면 보험금 지급을 비롯한 안정성에서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물론 금융위가 상품 인가를 내줄 때 이런 요소를 충분히 고려할텐데요. 그러면 새로운 보험상품의 출현이란 측면에선 의미가 퇴색할 수밖에 없어서 이래저래 걸림돌이 만만치 않아 보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