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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이래서, '금융의 삼성'은 공염불이다

  • 2015.10.13(화) 15:44

[길 잃은 금융개혁] ②
혁신 외치며 개발연대식 금융만 강조하는 정부
구태의연하고 절박함 없는 은행은 자승자박

'앉아서 빌려주고 서서 받는다.'

빌려준 돈을 받아내는 게 쉽지 않다는 점을 빗댄 말이지만, 사실 돈 빌려주고 좋은 소리 듣기도 참 힘들다. 금융권의 현실도 이와 비슷해 보인다. 대중 혹은 금융소비자들로부터 좋은 인식을 얻기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그렇더라도 최근 몇 년 새 금융이 개혁의 대상이 되고, 후진적인 시스템인양 줄곧 비판만 받는 데 대해선 금융권도 억울한 심정을 토로하기도 한다.

'금융의 삼성'이 왜 나오지 않느냐고 윽박지르면서 과거 개발연대 식의 논리와 금융의 역할만을 강조하고 있다는 것이다. 금융이 돈을 잘 버는 것에 대해선 부정적 시각도 여전하다. 오히려 이런 청와대와 정부의 이중적인 잣대가 금융산업의 발전과 개혁을 근본적으로 어렵게 만드는 이유로 꼽힌다.

 


◇ 금융산업을 보는 정부의 이중잣대

 

최근 청와대와 정부에서 나오는 발언은 여전히 금융을 산업으로 인식하지 못하고 산업과 경제를 지원하는 수단으로만 여기고 있음을 드러내고 있다. 기업인 출신 전임 대통령에 이어 과거 개발연대를 몸소 겪었던 대통령으로 이어지면서 이런 인식은 더욱 굳어졌다.

 

감독 당국 전 고위관계자는 "기업이 은행의 직접 대출에만 의존하는 시대는 지나고 자본시장을 활용하는 쪽으로 움직이고 있는데, 정부의 금융에 대한 인식은 여전히 개발연대식 마인드로 시대착오적"이라고 꼬집었다. 기업의 파이프라인 정도로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은행이 '비 올 때 우산 뺏는다'는 비판적인 시각도 이런 인식과 무관하지 않다. 금융지주 한 CEO는 최근 기자와 만나 "우산이 무한한 게 아니라 한정돼 있는데, 이미 흠뻑 젖어있는 사람에게 줄 수는 없지 않으냐"고 토로하기도 했다.

◇ 결국 금융의 삼성은 공염불

문제는 그러면서 한편으론 자율, 경쟁, 혁신을 부르짖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의 마인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관치, 정치금융, 낙하산 인사를 일삼고, 금융을 수단화하고 있어 늘 거론되는 '금융의 삼성'이든, 혁신이든 공염불에 그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금융의 삼성이 탄생하기 위해선 금융에 대한 인식부터 바뀌어야 가능한 일이다. 앞서 금융지주 한 CEO도 "금융이 돈을 버는 것이 죄악시하는 분위기"라면서 "경기가 어려울수록 돈을 벌어 금융이 완충 역할을 하는 게 중요한데 지금은 돈을 버는 것 자체가 힘든 구조"라고도 털어놨다.

관치·정치금융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금융계가 취약한 지배구조와 맞물려 기업가 정신을 가진 금융가가 나오지 못하고 있는 점도 금융권의 발전을 가로막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조차 "고 김정태 전 국민은행장이나 라응찬 전 신한금융지주 회장, (최근 논란은 많지만) 김승유 전 하나금융지주 회장 등이 그나마 기업가 정신을 가진 금융인이라고 본다면 지금은 그런 분들이 없다"며 "오히려 CEO가 제 목소리를 내기 더 힘들어진 게 사실"이라고 꼬집었다.

◇ 은행 손쉬운 영업 치중..자승자박

당국이 내세우는 금융혁신이 '혁신'보다는 '금융개선'에 가깝다는 비판도 귀담아들을 만하다. '혁신'의 사전적 의미(네이버 사전)는 '묵은 풍속, 관습, 조직, 방법 따위를 완전히 바꿔 새롭게 함'을 뜻한다. 1980년대 영국의 빅뱅(증권제도 개혁)이나 지난 2010년 미국의 금융개혁법(금융감독개혁) 등을 대표적 금융개혁으로 꼽기도 한다.

하지만 국내에서 얘기되는 금융혁신은 논란이 되거나 이해 상충이 발생하는 부분에선 발을 빼고 있어 근본적인 금융혁신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물론 은행도 손쉬운 영업에만 치중한다는 비판에서 벗어날 순 없다. 10년 전부터도 강조했지만, 틈새시장 발굴이나 해외시장 진출 등에서 획기적인 모습은 찾기 힘들다.

금융권 한 고위관계자는 "해외진출 형태나 지역도 모든 은행이 같고, 해외에 나가서 하는 영업도 국내 은행끼리 특정 기업을 상대로 뺏고 뺏기는 영업으로 크게 다르지 않다"며 "가령 국내 영업보단 해외영업에 주력하는 은행이 나오는 식이어야 혁신이라고 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인터넷 전문은행의 주도권을 핀테크 기업들에 뺏긴 점 역시 결국 은행권의 자승자박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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