③체감 잡다 산으로 가는 임종룡의 금융개혁

  • 2015.10.15(목) 09:50

[길 잃은 금융개혁]③
잇단 부정적 평가·비판에 내용 없는 홍보만 열 올려
여전한 실무진 복지부동·위원장의 모호한 화법 논란

"결국, 안 하겠다는 얘기 아닙니까?"

지난달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열린 금융위원회 국정감사에선 이 말이 여러 번 터져 나왔다. 정무위원들이 임종룡 금융위원장의 정책 의지를 추궁하다 마지막엔 결국 이 말을 내뱉었다. 인터넷전문은행 설립과 독자신용등급 도입, 우리은행 매각 등 민감한 이슈에 대한 임 위원장의 발언이 모호하다는 지적이다.

지난 3월 취임한 임 위원장이 의욕적으로 추진해온 '금융개혁'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최근 들어 더욱 커지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과 최경환 경제부총리의 질타가 이어졌고, 국내외 평가에서도 좋은 점수를 받지 못했다. 비판의 핵심은 금융개혁의 체감도가 낮고 성과도 눈에 띄지 않는다는 것이다. "정말 하는 게 맞느냐"는 정무위원들의 추궁과 같은 맥락이다.

 


◇ 임종룡 발목 잡는 '체감'

임 위원장은 지난 200일 동안 인터넷전문은행 추진과 계좌이동제,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복합점포 도입 등 나름 눈에 띄는 정책을 내놨다. 특히 '금융개혁 현장점검반'을 통해 업권 목소리를 듣고 쓸데없는 규제를 완화해 업계의 호응을 끌기도 했다.

그러나 줄곧 금융개혁에 대한 가시적인 '체감'과 '성과'가 임 위원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 국내 평가는 물론 국제적인 평가에서도 낙제점을 받으면서 오히려 금융산업이 뒷걸음치고 있는 듯한 인상을 주기까지 한다.

한국금융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2015년도 하반기 금융신뢰지수 결과 보고'에 따르면 금융권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는 200점 만점 기준으로 92.7점에 불과했다. 상반기에 비해 다소 높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부정적인 의견이 많다. '우간다보다 낮다'는 세계경제포럼의 금융경쟁력 순위는 우리나라의 금융 수준을 상징하는 문구처럼 쓰이고 있다.

◇ 수장 의지 강한데, 실무진 복지부동?

임 위원장에 대한 평은 안팎으로 좋은 편이다. 공직을 떠나기 전에도 그랬고, 농협금융그룹 회장으로도 성과를 내며 주목받았다. 금융위원장으로 취임해 가장 주력해온 '금융개혁'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평가가 많다. 그 취지도 좋은 데다가 임 위원장이 '현장'을 강조하며 금융사들과의 소통의 빈도를 높인 면도 높이 산다.

이 때문에 금융개혁이 지지부진한 이유를 실무진들의 보신주의에서 찾는 의견이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상대방을 때리는 것은 머리가 아니라 손이다. 지금 머리는 때리지 말자고 말은 하는데, 손은 변한 게 없다. 그러니 맞는 상대방은 바뀐 게 없다고 느낄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머리란 임 위원장을 비롯한 금융당국 고위급 인사들을 가리키는 말이고, 손은 금융사와 직접 접촉하는 금융감독원과 금융위원회의 실무진, 그리고 소비자와 대면하는 금융사 직원들을 지칭한다. 임 위원장이 열심히 뛰고 있지만, 금융당국 실무진과 금융사 임직원들의 근본적인 변화는 요원하다는 논리다.

◇ '모호한 임종룡' 비판 목소리도

그러나 다른 의견도 있다. 임 위원장이 쉬지 않고 달려온 것은 맞지만, 이처럼 효과가 나지 않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지 않겠냐는 의견이다.

인터넷전문은행을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듯하지만, 정책 의지가 정말 있는 게 맞느냐는 시선도 있다. 인터넷은행에 한해 산업자본이 지분의 50%까지 소유할 수 있게 한 '은행법 개정안'을 두고서다. 한 정무위원은 국감장에서 "국민 정서가 있는데, 국회가 어떻게 그런 법을 만드느냐"라며 "결국 안 하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민감한 이슈에 대한 임 위원장의 태도도 논란의 여지를 남긴다. 지지부진한 우리은행 민영화에는 의지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신용정보집중기관 설립 과정에선 무리하게 강행하고 있다는 인상을 준다. 금융사 가격에 개입하지 않겠다고 하면서도 카드 가맹점 수수료 등 일부 가격에 대해서는 다른 얘기를 하기도 한다.


◇ 조급해진 임종룡, 부작용 우려

최근 금융위가 정책 홍보에 열을 올리는 것을 두고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금융위는 금융개혁의 홍보 슬로건과 로고를 제작하고, 연예인을 핀테크 홍보대사로 선임하는 등 홍보를 강화하고 있다. 임 위원장도 전례 없이 정례 기자간담회를 여는 등 언론과의 접촉을 늘리는 모습이다. 또 소비자의 관심을 끌기 위해 '국민재산 늘리기'란 캐치프레이즈를 꺼내 들기도 했다.

정책을 알리는 것이 필요하지만, 자칫 홍보에만 몰두하거나 여론에 휩쓸려 방향성을 잃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더구나 정치권이나 여론이 '요구하는' 것들이, 사실 금융개혁과 거리가 멀다는 지적도 있다. 수수료나 금리 인하가 대표적인 예다. 가격 인하 압박은 개혁이라기보다는 오히려 규제에 가깝다. 금융사 고위 인사들이 임금을 반납하고, 청년희망펀드에 앞장서는 모습 역시 금융산업 발전과는 괴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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