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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구조조정 '성동 vs SPP조선' 운명은?

  • 2015.10.15(목) 14:56

우리은행, 독자 매각 추진으로 실마리 찾아가는 SPP조선
수출입, 3.6조 투입하고도 회생 기미 안 보이는 성동조선
민간 주도 합종연횡 무산되고 실효성 없는 경영협력만

비슷한 시기 채권단 자율협약에 들어간 두 중소형 조선사가 완전히 다른 길을 걷게 됐다. 한쪽은 인수·합병(M&A)의 길로 들어섰고, 다른 한쪽은 여전히 수렁에서 헤어나오지 못한 채 막대한 자금 수혈을 이어가고 있다.

 

우리은행이 주도하는 SPP조선은 신규 수주를 하지 않으면서 재무구조를 개선해 숨통을 트는 분위기다. 그러나 수출입은행이 주도한 성동조선은 삼성중공업과 경영협약을 맺었지만, 여전히 채권단의 자금 지원에 어려움을 겪으며 제자리걸음만 걷고 있다.

두 조선사가 전혀 다른 구조조정 방식을 택하면서 마지막에 웃는 곳이 어디가 될지 주목된다. 이를 통해 앞으로 진행될 중소형 조선사 구조조정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지 않겠냐는 시각도 나온다.

 


◇ 2010년 나란히 구조조정의 길


성동조선과 SPP조선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수주가 준 데다 파생상품 손실 등으로 유동성 위기를 겪었다. 한 달 간격인 지난 2010년 4월과 5월에 각각 채권단 자율협약에 들어갔다.

당시만 해도 2014년이나 2015년쯤 조선업이 회복될 것이란 기대와 예측이 있었다. 하지만 올해 들어서도 회복될 기미를 보이기는커녕 채권단의 지원액만 불어나고 있다. <박병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실 자료 참고>

조선업 구조조정도 지지부진해 지금으로선 2018년, 2019년이나 돼야 회복되는 것이 아니냐는 비관적인 전망까지 나온다.

 


◇ 조선업 자율 구조조정 시도는 무산

민간 중심의 구조조정 시도도 있었지만, 사실상 정부의 반대로 무산됐다. SPP조선의 주관은행인 우리은행은 지난해 성동조선과 SPP조선을 합치는 방안을 추진하려 했지만, 수출입은행이 난색을 보이면서 검토조차 하지 못했다.

당시 두 곳을 합병하면 올해엔 어느 정도 본궤도에 오르고, 내년쯤엔 자연스레 STX조선을 합치는 식의 청사진을 갖고 있었다. 성공했다면 순수 민간 주도의 구조조정이 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피를 묻히고 싶지 않았던 수출입은행이나 정부는 구조조정에 대한 부담감으로 결국, 손도 못 대고 없던 일이 돼 버렸다.

이렇게 구조조정을 미뤄오다 결국 성동조선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처럼 여전히 채권단에 손을 벌릴 수밖에 없는 처지에 몰렸고, SPP조선은 자체 매각으로 방향을 틀었다.

◇ 밑 빠진 독...삼성중공업 경영협력 실효성도 의문

수출입은행은 오는 2019년까지 총 7200억 원의 신규 자금을 지원하는 안건을 채권금융기관협의회에 부의했다. 지난 5월 무역보험공사(이하 무보)와 우리은행의 반대로 수출입은행에서 단독 지원한 3000억 원을 포함한 지원액이다.

애초 채권단에서 빠지기로 했던 무보가 수은의 설득으로 채권단에 복귀할 가능성은 크다. 다만 신규 자금지원은 하지 않을 것으로 보여 또 다른 채권은행인 우리은행의 선택에 따라선 사실상 수은의 단독 지원 쪽으로 가닥이 잡힐 가능성도 있다.

수은은 지난 9월 초 삼성중공업과 경영협력 협약을 맺었다. 처음 수은에서 구상했던 위탁 경영보다 낮은 수준의 협력방안이다. 정부 역시 대기업 계열의 대형 조선사와 자율협약 기업을 짝지은 위탁경영 방식을 선호하지만, 실효성에 대해선 회의적이다. 게다가 삼성중공업이 위탁 경영을 거부한 점을 보면 대형 조선사 역시 이를 통한 실익이 크게 없음을 방증한다. 구조조정의 대안이 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대기업 계열 대형 조선사도 어려운 판에 중소 조선사를 위탁 경영하는 식의 부담을 지고 싶어 하지 않는다"며 "동반 부실 우려마저 나오고 있어 이런 식의 구조조정은 실효성은 물론이고 상황을 더 힘들 게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 SPP조선은 독자 매각의 길

성동조선은 자율협약에 들어간 이후 현재까지 수주물량을 지속해서 늘리고 있다. 지난 8월 말 기준으로 수주잔량은 세계 10위다. 반대로 SPP조선은 올해 들어 채권단의 결의로 사실상 신규 수주를 막았다. SPP조선의 수주잔량은 8월 말 기준 36위까지 떨어졌다. 자율협약에 들어간 중소 조선사 가운데 유일하게 수주가 줄어든 곳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산업이 안 좋은 상황에서 수주량만 늘리면 결국 재무 부담만 커진다"며 "대신 철저한 원가관리를 통해 적게나마 이익을 내면서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있다"고 말했다. SPP조선은 올 상반기 영업이익 341억 원, 당기순이익 158억 원을 기록하면서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3분기도 흑자를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우리은행은 독자적으로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산업 차원의 구조조정이 지지부진하자 이런 결정을 내린 것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SPP조선을 갖고 있다가 나중에 더 문제가 생기느니, 지금이라도 최소한의 가격으로 파는 것이 낫다는 판단"이라며 SPP조선이 가진 부지, 설비 등을 고려하면 잘 팔릴 것"이라고 기대했다. SPP조선의 사천·통영·고성 조선소의 감정평가액은 총 5000억 원 정도로 추산한다.

우리은행은 매각 주관사 선정이 다음 주에 마무리면 시장 태핑을 통해 매각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늦어도 내년 3월엔 매각을 완료할 계획이다. 전혀 다른 구조조정 방식을 택한 두 곳의 운명이 어떻게 갈릴 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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