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계좌이동제 혜택 풍성? 공짜는 없어요

  • 2015.10.19(월) 16:59

이달 말 계좌이동제로 분주해진 은행들
대출 있으면 이동 '위험', 혜택 꼼꼼히 따져야

 

"사장님이 미쳤어요. 최신폰이 공짜!"

 

지난해 단통법(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 시행 이후 많이 바뀌긴 했다지만, 1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주변의 휴대전화 대리점에서 이런 문구를 쉽게 볼 수 있었죠.

누구는 각종 보조금을 받아 실제 단말기는 공짜로 사는 경우도 있고, 또 누구는 제값대로 사면서 이른바 '호갱님'(이용당하는 고객의 줄임말)이 되기도 했죠. 그래서 이런 차별을 줄이고자 나온 게 단통법인데, 그 효과에 대해서는 엇갈린 평가가 나오나 봅니다.

통신사 얘기를 하려는 건 아니고요. 은행권에서 이와 유사한 제도가 있어 언급해 봤습니다. 오는 10월 30일부터 본격화하는 '계좌이동제' 얘기입니다.

#은행들 계좌이동제 '통장 전쟁'

 

 

계좌이동제란 소비자들이 자동이체 계좌를 손쉽게 바꾸도록 해, 주거래 은행을 간편하게 갈아탈 수 있도록 한 제도인데요. 이달 말부터 금융결제원 페이인포 홈페이지(www.payinfo.or.kr)에서 한꺼번에 자동이체 계좌를 옮길 수 있습니다.

☞관련 기사 : 계좌이동제로 은행 쇼핑하기


요즘 금융권은 이 '계좌이동제'로 시끌시끌합니다. 은행 입장에선 '전쟁'으로 표현하고, 고객 입장에선 '잔치'라고 말합니다. 은행을 주요 계열사로 둔 금융그룹들이 각각 계좌이동제에 특화한 상품을 내놓으며 금융소비자들을 유혹하고 있죠.

 


일각에서는 은행들이 제 살 깎아 먹기 식 출혈 경쟁을 하고 있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기도 하는데요. 그렇다면 소비자 입장에선, 오히려 이런 '잔치'에 안 가볼 수 없겠죠?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게 있을지, 아니면 소문만 무성한지 한 번 살펴보겠습니다.

#금리·수수료 혜택에 특화 서비스도

 

은행들이 홍보하는, 눈에 보이는 혜택들을 살펴보겠습니다.

 


일단 공통점은 금리와 수수료 혜택입니다. 해당 은행 계좌에 급여 이체를 설정하고, 통신비 등 공과금 납부, 카드대금 연결 등 요건을 갖추면 예금이나 적금 금리를 높여주거나 수수료를 무료로 해주겠다는 겁니다.

각 금융사가 특화한 서비스도 있습니다. 은행과 카드, 저축은행 등 계열사 거래 실적에 따라 포인트를 한 번에 쌓을 수 있게 하고 이를 현금처럼 쓸 수 있게 한 서비스가 눈에 띕니다. 통신사 가족 할인처럼, 금리·수수료 혜택을 가족까지 적용하겠다는 은행도 있습니다.

이 밖에 주거래 고객에겐 재직·소득 증빙 서류 없이 신용대출을 해주거나, 공과금을 깜박하고 연체할 경우를 대비해 마이너스 통장으로 전환해주는 상품도 나왔습니다.

 

▲ 자료 : 각 은행

 

#수수료·금리 혜택으로 고객 유인?

 

이렇게 '그럴싸한' 혜택들이 많은데, '호갱'이 되지 않으려면 당장 주거래 은행을 바꿔야겠다는 불안감이 엄습해오나요?

 

하지만 이런 혜택을 '공짜'로 주진 않을 겁니다. 통신사의 '공짜폰'이 사실 휴대전화 기종이나 가입 기간 등 여러 조건이 필요하듯, 은행 계좌이동제의 혜택도 마찬가지입니다.

 

은행들은 안 그래도 영업환경이 악화하고 있는데 자칫 고객을 뺏길까 봐 분주한 모습이지만, 고객 입장에선 아직 그렇게 '흥분(?)'할 단계는 아닙니다.

 

 

차근차근 살펴보죠. 일단 이 소식을 접한 소비자 중에선 이런 질문이 떠오르는 분들이 많을 것 같습니다. "수수료는 지금도 무료로 하고 있는데? 우대금리라 봤자 연 2%대 정도인데, 굳이 바꿀 필요까지 있나?"

 

어느 정도 맞는 얘기입니다. 사실 지금도 수수료를 내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급여 이체가 되는 통장에 수수료를 일정 횟수 무료로 해주는 서비스는 이미 있습니다. 또 '수수료 무제한 공짜'라고 하지만, 일반적으로 한 달에 수수료 낼 일은 평균 5~6회밖에 안 된다고 합니다. 무제한 공짜로 받는다고 해서, 혜택을 더 받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입니다.

 

우대 금리 역시 2%대 정도로, 계좌이체 항목을 모두 옮기는 등의 '수고'를 할 만한 정도의 혜택은 아닌 듯해 보입니다.

#대출 있으면 금리 상승 '위험'

 

주거래 은행 이동의 '리스크'도 있습니다. 바로 은행에 대출을 끼고 있는 경우입니다. 우리나라 가계 대출이 1100조 원을 넘어섰고, 이 중 9월 말 현재 은행 가계대출잔액은 615조 원가량입니다. 이렇듯 요즘엔 주변에 대출이 없는 경우가 흔하지 않죠.

 


이처럼 특정 은행에 대출을 끼고 있는데, 주거래 은행을 바꾸면 기존 대출 금리가 올라갈 수 있습니다. 보통 대출을 받을 때 급여 이체나 신용카드 실적, 예·적금 가입 등으로 금리를 우대받는데요, 이 조건을 바꾸면 당연히 우대 금리 혜택도 사라지게 되는 겁니다. 함부로 주거래계좌를 바꿨다가는 수수료 몇 푼 아껴보려다가 자칫 '금리 폭탄'을 맞을 수도 있습니다. 금리 우대에 '공짜'는 없는 겁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계좌이동제의 효과에 대한 회의론도 많습니다. 계좌이동제를 먼저 시행한 영국에서도 전체 계좌 중 3.6%만 이동해, '거대한' 변화는 나타나지 않았다고 합니다.

 


#주거래 고객, '집토끼'의 혜택

 

계좌이동제의 효과를 얘기할 때 기존 고객을 '집토끼', 새로 유치해야 할 타행 고객을 '산토끼'로 비유하는데요. 이처럼 계좌를 이동하는 '산토끼'들이 얻을 수 있는 혜택은 아직 손에 잡히지 않는 게 사실입니다.

다만 '집토끼'들이 얻을 수 있는 혜택은 있습니다. 어쨌든 각 은행이 주거래 고객들에 대한 혜택을 늘린 상품을 내놨으니, 해당 상품에 새로 가입하면 됩니다. 은행들이 '산토끼'를 잡으려고 안간힘을 쓰는 것도 맞지만, 기존에는 홀대(?)했던 '집토끼'들을 소중히 여기기 시작했으니 이를 활용하자는 겁니다. 예를 들어 흩어져 있는 계좌 이체 항목을 기존의 급여 통장으로 모으면, 본인의 자금흐름을 관리하기도 쉬울 뿐 아니라 더 많은 혜택을 받을 수 있습니다.

 


실제 최근 은행들이 내세우고 있는 '주거래 통장 신규 계좌 수'는 기존에 이미 수시입출금 계좌를 갖고 있다가 추가로 통장에 가입한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다른 은행에서 이동한 고객은 아직 많지 않은 겁니다.

#자산관리 서비스 활용

 

은행들이 요즘 꽤 신경 쓰고 있는 자산관리 서비스를 비교해 보는 것은 좋습니다. 각 은행은 계좌이동제에 대비하기 위해 개인 자산관리(PB) 서비스 대상을 대폭 확대하고 있습니다. 기존에는 1억 원에서 10억 원 이상 고객 등에게만 자산 관리 상담 서비스를 해줬다면, 이제 3000만 원, 5000만 원만 있어도 이런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겁니다.

 


실제 고객들은 금리나 수수료 혜택이 아니라, 이런 서비스에 따라 이동할 거란 전망이 많습니다. 김우진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보고서에서 "수수료 면제와 같은 단편적인 혜택보다는 차별화된 서비스를 개발하는 한편 자산관리와 자산운용 역량 제고를 통해 신규고객 확보와 기존고객 이탈 방지에 힘써야 한다"고 했습니다.

#인터넷은행 등 획기적 서비스 기대

 

마지막으로, 은행들에는 미안한 이야기이지만 앞으로 더 획기적인 서비스가 나오길 기다려보는 것도 좋을 듯합니다. 아직은 주거래 은행을 옮길만한 유인이 충분치 않지만, 중소 은행들의 경우 앞으로 더 많은 혜택을 경쟁적으로 내놔 고객들을 끌어들이려 할 수 있습니다.

내년에 출범하는 인터넷전문은행 역시 다양한 혜택을 포함한 상품을 내놓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 경우 기존 대형은행들도 고객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더욱 머리를 싸매고 매력적인 상품을 내놓을 수도 있습니다.

 

물론 은행에 대출이 없거나, 이제 막 사회생활을 시작해 주거래 은행을 골라보려는 이들은 지금부터 각 상품을 꼼꼼하게 비교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각 은행이 제공하는 혜택이 조금씩 다르니 본인에게 딱 맞는 상품을 선택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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