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당금 많이 줄인 은행들 "잘못했나?", 당국과 온도차

  • 2015.10.26(월) 14:54

은행 대손충당금 전입액 3분기에 일제히 급감
금융당국 "더 보수적으로, 적극적으로 쌓아라"

은행들이 올해 3분기 대손비용을 큰 폭으로 줄인 것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금융당국은 그동안 기업 구조조정을 강조하며 은행들에 보수적인 충당금 적립을 강조해왔는데, 이러한 분위기와는 다소 차이를 보였다.

 

진웅섭 금융감독원장도 내일(27일) 은행장과 만나 적극적인 기업 구조조정과 함께 충당금 적립을 다시 한 번 강조할 것으로 보여 더욱 주목된다.

 


◇ 3분기에 충당금 적입액 급감

공교롭게 지난 주 은행계 금융지주 4곳이 3분기 실적발표를 했고, 4곳의 은행 모두 대손충당금 전입액이 큰 폭으로 감소했다. 1, 2분기처럼 대기업 구조조정 이슈도 없었고, 은행들의 꾸준한 자산건전성 관리로 충당금이 크게 줄어든 것으로 은행들은 자평했다.

은행별로는 전 분기와 비교해 최고 70~80% 이상 급감하기도 했다. KEB하나은행의 대손충당금 전입액은 510억 원으로 전 분기보다 83%나 감소했고, 신한은행도 523억 원으로 76%나 줄었다. 각각 지난해 3분기와 비교해도 77%, 57% 줄어든 규모다.

국민은행도 1189억 원으로 전 분기보다 36%, 지난해 3분기보단 42% 감소했다. 농협은행 역시 올해 3분기 대손충당금 전입액 규모가 1134억 원으로 전 분기보다 43%, 지난해 3분기보다 34% 감소했다.

 


◇ 당국-은행 온도 차

건전성이 개선되면서 대손충당금 전입액이 줄었다는 게 은행들의 공통된 설명이지만 금융당국의 생각은 달랐다. 그동안 여러 차례 보수적인 충당금 적립을 주문했지만, 충분히 보수적으로 쌓았다고 평가하진 않는 분위기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충당금 적립은 종합적으로 봐야 하기 때문에 전체적인 액수가 감소한 것을 두고 평가하긴 어렵다"면서도 "조금 더 적극적으로 충당금을 쌓았으면 하는 바람은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은행들이 내부적으로 산출하는 기업에 대한 내부등급을 더욱 보수적으로 평가하고, 예상손실률 등의 관련 데이터도 보수적으로 적용하라고 강조하고 있다. 당국 내부에선 은행들이 실적 압박 때문에 적극적인 충당금 적립에 나서지 않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실제 은행 한 고위관계자도 "충당금 정책이 바뀌면 당장 이익 계획도 수정해야 하고, 이 경우 대외적인 문제들도 있어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 "재량권 별로 없고, 일시에 늘어나지도 않아"

하지만 무엇보다 은행들은 국제회계기준(IFRS) 도입 이후 은행이 재량을 갖고 충당금을 더 많이 쌓는 것이 힘들다고 얘기한다. 충당금을 산출하는 로직 자체가 데이터화 돼 있어 임의로 바꾸기도 쉽지 않다는 것이다. 게다가 내부 등급을 떨어뜨리는 것은 기업의 금리 인상으로 이어져 고객과의 다툼이 생길 수 있는 문제로 신중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A은행 한 관계자는 "손상(부실)이 온 기업을 (은행이) 숨겨왔다면 충당금이 일시에 큰 폭으로 늘어나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일시에 늘어나긴 어렵다"고 말했다. B은행 관계자도 "뱅커지 기준 세계 100대 은행의 평균 고정이하여신(NPL)커버리지비율은 75%에 불과한데 우리나라 은행은 100%를 훌쩍 뛰어넘는다"며 "매우 보수적으로 충당금을 쌓고 있는 것"이라고도 말했다. 실제 충당금이 급감한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의 3분기 NPL커버리지비율은 각각 170%와 138.5%로 높은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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