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급한 금융당국, 여전히 난해한 기업구조조정

  • 2015.10.27(화) 17:59

임종룡·진웅섭 "은행이 나서달라" 한목소리
실효성 의구심 여전, 은행들 '혼란' 지적도

임종룡 금융위원장과 진웅섭 금융감독원장이 은행의 기업구조조정을 독려하고 나서면서 이른바 '좀비기업' 정리가 금융권의 최대 이슈로 떠올랐다. 그러나 금융당국 수장들이 직접 나서서 '이래라저래라' 하는 게 오히려 시장을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는 지적도 흘러나온다.

진웅섭 금감원장은 27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시중 은행장들과 조찬간담회를 열고 "부실기업의 옥석을 제대로 가려달라"며 "살릴 수 있는 기업은 적극적으로 지원하되 구조조정 과정에서 억울하게 희생되는 기업이 발생하지 않도록 신경 써달라"고 당부했다.

앞서 임종룡 금융위원장도 지난 23일 간부회의에서 "금융회사가 단기 수익성에 치중해 현상을 유지하고 구조조정을 피하려는 경향이 있다"며 "정부 차원에서 철저한 옥석 가리기를 유도하겠다"고 말했다.

 

▲ 진웅섭 금융감독원장이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시중 은행장들과 조찬간담회를 열고 있다. 이날 간담회에는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 KEB하나은행, 우리은행, SC은행, 씨티은행, IBK기업은행, NH농협은행, 대구은행, 부산은행 등 10개 은행의 행장들이 참석했다.


◇ 위기 가시화, 내달 신용위험평가

금융당국 수장의 이런 발언들은 표면적으로 시의적절하다. 중국발 경제위기 우려와 미국 금리 인상 가시화 등 대외 리스크가 크게 주목받고 있고, 대내적으로 가계부채 문제와 한계기업 증가 등 현상이 나타나면서 '좀비기업' 퇴출 절차는 당장 필요한 조치다.

실제 한국은행이 27일 발표한 ‘2014년 기업경영분석’ 통계를 보면 전기·전자와 석유화학을 비롯한 국내 주력산업의 성장성이 흔들리고 있고, 영업이익으로 이자조차 제대로 갚지 못하는 한계기업은 더 늘고 있다.

또 진 원장의 주문은 다음달 초부터 은행들이 두 달간 금융권 대출 500억 원 이상 기업에 대해 신용위험평가를 하기에 앞서 나온 것이기도 하다. 그동안 관대하게 신용위험평가를 해온 은행들은 이번에 다시 강화한 기준으로 재평가해야 한다. 일부 은행의 경우 단기적인 실적악화를 우려해 이른바 '좀비기업'에 자금 지원을 지속하는 경우가 있어 문제로 지적됐다.

◇ 금융당국 강한 압박에 '볼멘소리'

그러나 은행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일단 금융당국의 '강압적인' 구조조정 추진에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은행 각자의 판단에 따라 '속도 조절'이 필요하고, 이미 자체 평가를 통해 나름의 옥석 가리기 작업을 하고 있는데 당국의 강한 압박으로 은행들은 더욱 혼란스럽다는 지적이다.

진 원장이 "억울하게 희생되는 기업이 발생하지 않도록 신경 써달라"고 한 말이나, 임 위원장이 "금융사가 구조조정을 피하려는 경향이 있다"고 한 언급 탓에 은행들은 더욱 몸을 사리게 된다는 불만도 나온다. 자체 판단에 따라 기업을 퇴출하거나 혹은 회생을 도왔다가는 자칫 금융당국의 '철퇴'를 맞을 수 있다는 우려다.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임종룡 위원장이 앞으로 감독 당국은 코치가 아닌 심판의 역할을 한다고 했는데, 기업구조조정을 강조하면서 다시 '코치의 역할'을 하는 모양새"라고 꼬집었다.

◇ 실효성 의구심 여전

금융당국의 '신호'가 단기간에 오락가락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성장사다리펀드와 기술금융 등 은행들이 보수주의를 탈피해 더욱 적극적인 기업 대출을 하도록 장려했고, 그런 기조가 아직도 일부는 유효한데 여기에 다시 한계기업을 퇴출하라며 압박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반응이다.

고용과 지역 정서 문제 등 정치적인 요소가 여전하다는 문제도 있다. 실제로 금융위는 지난 13일 기간산업·대기업 그룹 구조조정 방안을 설명하면서, "고용과 협력업체, 지역경제 등 영향을 고려하겠다"고 전제한 바 있다. 특히 조선과 건설 업종이 가장 위험한 산업으로 지적되고 있는데, 이 업종들은 고용과 지역 문제와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내년 총선 일정까지 고려하면 은행들이 자체적으로 이런 업종에 손대기가 어렵다는 의미다.

이런 문제들을 헤쳐나가기 위해서는 확실한 동력이 있어야 하는데,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연내에 사퇴하는 점도 문제다. 최 부총리의 사퇴로 기업 구조조정 컨트롤타워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지적이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최근 당국의 움직임을 보면 연말이라는 시기까지 정해놓는 등 당장 위기가 가시화하는 것은 맞는 것 같다"며 "이런 상황에서 은행들을 압박해야만 하는 당국의 처지를 이해 못 하는 것은 아니지만, 실효성에 여전히 의구심이 드는 것도 사실"이라고 촌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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