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50개 업체, 딜레마에 빠져드는 P2P 대출

  • 2015.10.28(수) 17:45

금융당국, '당분간 법제화 없다' 입장 유지
까다로운 심사, 차별화 서비스 한계 지적도

지난해까지 4~5곳에 불과하던 P2P(Peer to Peer) 대출 업체가 최근 들어 급격하게 증가해 50여 곳에 이르렀다. 금융권에 불어닥친 핀테크 붐에 힘입어 시장이 빠르게 커지는 모양새이지만, 벌써 성장에 한계에 봉착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P2P 대출은 은행 등의 금융기관을 거치지 않고 개인과 개인이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돈을 빌려주고 받는 서비스다. 투자자에게는 높은 수익률을 얻을 수 있는 곳으로, 대출자에게는 높지 않은 금리로 돈을 빌릴 수 있는 곳으로 주목받고 있다.

 


◇ 금융당국, 내달 공청회 개최

금융위원회는 다음 달 P2P 대출 법제화와 관련해 공청회를 열 계획이다. 금융위는 앞서 P2P 대출이 합법화한 서비스가 아니어서 관련 법제를 마련해야 한다는 요구에 따라 금융연구원에 연구용역을 맡겼다. 이와 관련해 여러 전문가의 얘기를 들어보고 정책 방향을 잡겠다는 것이다.

P2P 대출 업체들은 이번 공청회와 정부의 연구용역 등을 통해서 관련 법제가 마련되길 기대하고 있다. 지금은 관련 법제가 없어 대부업체로 등록해야만 하고, 이 때문에 투자 유치 등에서 여러 제약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당장 정부 차원에서 관련 법제를 마련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이는 임종룡 위원장이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한 언급에도 드러난다. 임 위원장은 P2P 대출시장과 관련, "P2P 대출은 아직 시작도 안 된 단계"라며 "영국처럼 별도의 규율체계를 가져가는 게 나은지, 어떤 시스템으로 접근할 것인지는 굉장한 숙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다른 금융당국 관계자 역시 "전체 P2P 대출 규모가 아직 200억 원 수준밖에 되지 않아 관련 법제 마련의 필요성이 떨어진다"며 "영국이나 중국에서도 P2P 대출 시장이 커진 뒤에야 법제를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정부의 연구용역 결과나 공청회에서도 정부의 이런 방침은 크게 변하지 않을 전망이다.

◇ 당분간 '대부업' 등록해야 할 듯

결국 P2P 대출 업체들은 당분간 지금까지와 같은 방식으로 영업해야 할 처지다. 그동안 P2P 대출 업체들은 대부업체로 등록하거나, 은행과 연계하는 방식으로 플랫폼만 제공해 통신업으로 등록하고 있다.

이런 외적 요소뿐 아니라 최근 들어서는 P2P 대출 서비스 자체의 한계점에 대한 지적도 나온다. 핀테크라는 옷에 걸맞지 않은 '불편한' 서비스가 그렇다. P2P 대출 업체들이 지금까지 0%의 연체율을 내세우고 있는 것은, 발달한 개인신용평가의 '승리'라기보다는 까다로운 대출 심사 덕분(?)이라는 지적이 많다. 실제 P2P 대출 업체의 대출 승인율은 5~6% 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P2P 대출 업체들의 딜레마가 있다. 시장의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엄격한 대출 심사로 연체율을 줄여야 하는데, 그러자니 대출자가 크게 늘지 않아 시장 확대가 어려워진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아직 P2P 대출 업체들이 차별화한 대출 심사를 하는 것으로 느껴지지 않는다"며 "말 그대로 빅데이터나 새로운 방식을 통한 신용평가시스템을 만들어야 시장을 키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점 때문에 P2P 대출 합법화의 명분도 떨어지고 있다. 애초 P2P 대출 업체들이 내세운 명분은 대부업체나 저축은행 등에서 고금리로 돈을 빌려야만 하는 서민들에게 '중금리'로 돈을 빌려준다는 것이었는데, 아직은 이런 역할을 못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 차별화 서비스 '관건'

P2P 대출 업체들이 국내 금융시장에서 차별화하기 쉽지 않다는 점도 문제다. 예를 들어 P2P 대출 시장이 폭발적으로 커지는 중국의 경우 '낙후된 금융'이 첫 번째 성공 요인으로 꼽힌다. 반면 우리나라는 대부업과 저축은행은 물론 은행들의 정책금융 상품 등 가계와 기업들이 쉽고 빠르게 대출받을 수 있는 통로가 많다는 지적이다.

 

시장은 아직 커지지 않았는데 P2P 업체들이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는 모습을 우려하는 목소리는 그래서 나온다. 실제 중국에서도 P2P 대출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금융사기와 채무불이행 등 각종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 (왼쪽부터) 양태영 테라펀딩 대표, 김주수 어니스트펀드 대표, 주홍식 빌리 대표, 이효진 8퍼센트 대표, 김대윤 피플펀드 대표, 박성준 펀다 대표와 박성용 렌딧 이사가 지난 1일 한국P2P금융플랫폼협회 발족식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한국P2P금융플랫폼협회)


금융당국도 딜레마에 빠져 있긴 마찬가지다. 당국은 당장 관련 법을 만들어 규제하면, 문턱이 높아져 산업이 정체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P2P 대출 업체들이 요구하는 대로 대부업 규제를 완화해주자니, 기존 대부업체들이 있어 쉽지 않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당분간 대부업체로 등록하거나 다른 방식으로 등록해 각자에게 맞는 옷을 입고 영업을 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P2P 대출 업체들도 이런 문제점들을 모르는 게 아니다. 이에 따라 8퍼센트와 렌딧, 펀다, 어니스트펀드, 빌리, 테라펀딩, 피플펀드 등 7개 업체는 이달 1일 '한국 P2P 금융플랫폼 협회'를 만들기도 했다. 협회는 "안전한 금융플랫폼 환경 조성을 통한 질적 성장을 이루고자 다 함께 뜻을 모았다"며 설립 이유를 설명했다. 협회는 앞으로 투자자 보호장치를 자체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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