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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A 묻지마 경쟁, 준비도 안했는데…

  • 2016.02.16(화) 15:29

'우대금리에 자동차까지'…묻지마 경쟁 우려도
"사전 가입 혜택으로 현혹, 서두를 필요는 없어"

"ㅇㅇ은행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정기예금이 나왔습니다. 우대금리 요건을 충족하면 2%대까지 받습니다. 여기에 더 해 이 정기예금은 만능통장처럼 예·적금, 펀드, 주식 등 다양한 상품을 하나의 계좌로 통합 관리할 수 있습니다."


한 네티즌의 블로그에 있는 정보성 글이다. 이 말은 사실일까? 아니다. 해당 은행의 ISA 정기예금은, 정확히 말해서 ISA 가입을 사전 예약하면 우대 금리를 주는 특정 상품에 불과하다. ISA와는 별개다. ISA에는 원칙적으로 자사 예·적금을 넣을 수 없다. 은행들이 자기 회사 상품 위주로만 운용하는 등의 불공정 경쟁을 우려해서다. 예를 들어 A 은행에서 가입한 ISA에는 B 은행이나 C 은행의 예·적금만 넣을 수 있다. 이런 잘못된 정보가 담긴 글은 여러 개 눈에 띈다.

온라인엔 잘못된 정보가 수없이 많긴 하다. 그러나 ISA의 경우 이처럼 금융회사들의 과한 마케팅이 불필요한 오해를 낳는 경우가 많다. 지금 금융사들은 엄밀히 말해서 ISA 운영의 구체적인 전략을 세우지 못했다. 그런데 자동차나 세탁기, 로봇 청소기, 상품권 등 경품을 주는 이벤트만 가득하다.

 

▲ 신한은행 ISA 가입 예약 이벤트.


고객 관점에서 ISA 사전 가입은 불필요하거나 부작용을 낳을 가능성이 크다. 전문가들은 이런 묻지마 경쟁에 소비자가 조급하게 휘말릴 필요는 전혀 없다고 조언한다.


◇ "혜택 뒤엔 위험…은행도 마냥 안전하진 않다"

ISA를 두고 은행과 증권사 사이에 대대적으로 유치 경쟁이 붙었다. 한 명이 하나의 계좌에만 가입할 수 있고, 3~5년의 의무가입 제한이 있어서다. 한 번 가입하면 금융회사를 바꾸기 어렵다는 의미다. 은행이나 증권사가 주겠다는 경품은 '공짜'라기보다는 3~5년 의무가입에 대한 대가라고 보는 게 더 정확하다.

 

금융당국이 관련 규제를 풀면서 은행에서도 포트폴리오 모델만 보고 선택해 가입하는 게 가능해져 경쟁은 더욱 격화하고 있다. 관련 기사 : 은행 ISA도 간편하게…증권사와 진검승부

이번 경쟁에선 은행이 승리할 확률이 높다. 9만여 명에 7000여 개 창구를 갖춘 은행들이 2만여 명에 1000여 개에 불과한 증권사보다 훨씬 경쟁력이 높기 때문이다. 이런 물적 경쟁력 외에 은행들이 더 자신 있어 하는 부분은 소비자들의 '친숙함'이다. 많은 이가 아직도 증권사 창구를 낯설어 해, 친숙한 은행에서 가입할 가능성이 크다는 논리다.

문제는 친숙함과 혜택 뒤에 숨겨진 리스크다. ISA를 통해 고객의 돈을 굴려주는 것은 소비자에게 친숙한 은행의 적금이나 예금과는 성격이 다르다. ISA에 넣는 펀드나 주가연계증권(ELS) 등 투자 상품의 리스크가, 은행이 굴린다고 해서 줄어들진 않는다. 최근 문제가 되는 ELS 상품이 그 예가 될 수 있다.

 

▲ 자료 : 각 사


◇ "증권사 수익률이 높다? 차별화 어려울 수도"

은행들은 아직 관련 조직이나 시스템 등을 제대로 정비하지 못했다. 이제 막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하고 전문 인력 구하기에 본격적으로 나선 모양새다. 고객이 선택할 수 있는 '모델 포트폴리오' 구성도, 각종 수수료율도 정하지 못했다. "한 달 뒤 출시 준비를 위해 밤을 새워도 모자랄 지경"이라는 게 은행 관계자들의 공통된 목소리다.

증권사가 자신 있어 하는 것이 이 부분이다. 증권사는 그동안의 랩어카운트 등 유사한 상품을 운영한 노하우와 전문 인력, 조직을 갖췄기에 추후 ISA 수익률을 은행보다 높일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김재칠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ISA는 자산군을 배분하는 게 핵심인데, 은행의 경우 이 부분에 경험이 많지 않다"며 "금융투자 상품을 고르고 배분하는 것은 은행보단 증권사가 능력이 있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다른 주장도 있다. 요즘과 같은 변동성이 큰 시장에서 경험이 많은 증권사라고 해서 무조건 높은 수익률을 장담할 수는 없다. 게다가 은행이나 증권사나 투자 성향에 따라 포트폴리오를 5개로 나누고, 상품군 편입 비중도 제한하는 만큼 수익률에 '극적인' 차이를 이뤄내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은행이 그동안 ISA처럼 고객의 투자를 일임받아 적극적으로 운영해 본 적은 없지만, 신탁 상품이나 PB(Private Banking) 서비스 등을 통해 상품을 추천하고 운용한 경험도 있다.

 

결국 은행이라고 위험률이 더 낮고, 증권사라고 해서 수익률이 무조건 높다고 장담할 수 없다는 의미다. 한 은행 지주 연구소 관계자는 "증권사가 경험이 많긴 하지만, 은행도 금융사마다 역량이나 인력이 다르므로 결과는 지켜봐야 안다"고 말했다.

 

◇ "수익률 등 지켜본 뒤 가입해도 늦지 않아"

 

은행이나 증권사들도 이를 모르는 게 아니다. 은행들은 겉으로는 여러 이벤트를 내걸고 있지만, 속으로는 포트폴리오 구성이나 수수료 책정 등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수수료의 경우 너무 낮추면 은행 이익이 줄고, 높이자니 소비자들이 멀어질 가능성이 크다. 증권사 역시 물리적으로 은행에 뒤처지는 경쟁력을 어떤 방식으로 헤쳐나갈지 고민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당장 이벤트에 현혹돼 가입을 서두르기보다는 시간을 두고 금융사 수익률 등을 지켜보는 게 좋다고 강조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투자상품 수익률은 통상 6개월에서 1년 정도 지켜봐야 가늠할 수 있고, 가입 기간인 내년 말까지는 여유도 있다"며 "실제 자산 관리에 관심이 있는 소비자들은 시간을 두고 가입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ISA가 투자 이익에 대해서만 세제혜택을 주는 것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초기 가입자의 경우 예·적금 위주의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가능성이 큰데, 이 경우엔 ISA의 세제 혜택의 수혜를 받기 어렵다. 세제 혜택을 받아도 수수료를 내면 결국 얻는 게 없어서다. 3~5년의 가입 규정도 불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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