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다더니…한치 앞도 못본 조선 구조조정

  • 2016.05.10(화) 16:04

산은·수은, 잘못 짠 자구안으로 몇달새 다시 뒷걸음
대우조선·STX 등 장밋빛 전망과 지원 계속 되풀이

"다행스러운 것은 현재 (대우조선해양은) 4조 3000억원 지원받아 2조4000억~5000억원은 집행하지 않고 있고, 연말 자금 수급을 볼 때 크게 다시 손 벌일 일은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수주 잔량이 걱정아니냐고 하는데 상반기 3대 수주사 중에선 많은 쪽에 있습니다."(2월 18일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기자간담회)
 
불과 석 달도 안돼 예상은 완전히 빗나간 듯 보인다. 수출입은행이 지원한 성동조선도 마찬가지다. 이덕훈 수출입은행장은 지난 1월 기자간담회에서 "성동조선은 삼성중공업과의 경영협력으로 구조조정 방향이 결정됐다"며 "곧 성과가 가시화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벼랑 끝에 놓인 조선사 구조조정을 진두지휘하는 이동걸 회장과 이덕훈 행장의 불과 몇달 전의 자신감이 무색할 정도다. 대우조선을 비롯한 삼성중공업, 현대중공업 등 조선 빅3는 '수주 제로'라는 기록을 세웠다. STX조선이나 성동조선 등의 중소형 조선사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급기야 정부와 산업은행 수출입은행은 부랴부랴 이들 조선사를 다시 진단하고, 구조조정 방안도 다시 짜겠다고 나섰다. 업황 자체가 돌발변수 투성이인데 장밋빛 전망과 지원만 되풀이하다 상황을 더욱 어렵게 만들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치 앞을 내다보지 못하는 근시안적이고 안이한 진단이 불러온 결과다.

 

◇ 불과 몇달전 내세운 장밋빛 전망 무색

이동걸 회장은 대우조선해양이 다시 손 벌일 일은 없을 것으로 장담했지만 지금의 수주 상황을 볼 땐 이 역시 낙관하기 어렵다. 이 회장 취임 전에도 마찬가지다. 산업은행은 지난해 10월 29일 대우조선에 4조 2000억원 지원을 결정했다. 당시 이 돈만 지원되면 올해부터 영업이익이 가능하다는 전제였다.


물론 관련업계와 금융권에선 조선업 경기가 여전히 불투명한데 장밋빛 전망이 아니냐는 지적이 있었다. 그리고 지금 수주 가뭄에 시달리고 있다. 하지만 이런 최악의 상황을 예측하지 못했다는 게 정부와 국책은행 관계자들의 얘기다.

 

지난 주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상황이 이렇게까지 나빠질 것으로 생각 못했다"며 "자구계획을 다시 수립하고, 스트레스 테스트도 실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기존 자구 계획은 올해 수주가 100억달러는 될 것이라고 전제했던 것인데 수주 제로 상태로 더 나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금융위 관계자도 "당시에 낙관적으로 상황을 본 것은 아니다"며 "약간 보수적으로 전망하고 자구안을 마련했는데 최악의 상황이 발생한 것"이라고 말했다.
 
조선3사는 지난달 한 척도 수주하지 못했다. 올해들어서 수주한 물량은 현대중공업 3척이 사실상 전부다. 대우조선에 2척이 있기는 하지만 해외 자회사인 망갈리아 조선소에서 수주한 물량을 가져온 것이다.

◇ 돌발변수 투성인데 낙관만 하다 속수무책
 
정부는 물론이고 산업은행이나 수출입은행도 이런 시나리오를 전혀 고려하지 않았고, 대비하지도 않다가 속수무책으로 당한 꼴이 됐다. 안이했다는 평가다. 채권은행 관계자는 "정상적이라면 애초 예상한대로의 수준은 될 것으로 예측했지만, 호황기 때 선박을 너무 많이 건조한 데다 경기침체가 이어지면서 발주량 감소로 나타난 것"이라며 어느 정도는 예측할 수 있었음을 시사했다. 

▲ 자료:클락슨, 단위"만CGT

빅3가 이러니 STX조선이나 성동조선 등 중소형 조선사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은 '밑 빠진 독에 불 붓기'라는 빗발치는 논란에도 결국 STX조선과 성동조선에 각각 신규자금 4500억원, 7200억원을 쏟아부었다. 이것 역시 지난해 12월과 10월의 일이다. 관련기사 ☞또 STX조선 장밋빛 전망 내놓은 산업은행  ☞다른 구조조정 '성동 vs SPP조선' 운명은?
 
당시 채권은행 관계자는 이들 은행이 지원의 근거로 내세운 장밋빛 전망에 대해 "아무런 돌발변수가 없을 때 가능할 수도 있지만 최근 몇년간 조선업을 봤을 때 원자재값이나 환율 변동, 혹은 공정 지연에 따라 순식간에 적자로 돌아설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놨다. 정부, 산은, 수출입은행만 빼고는 어느 정도는 시나리오에 담아 두고 있었다는 얘기다.
 
STX조선의 경우 어쨋든 배를 지어서 내보내는 게 금융권의 익스포져를 줄일 수 있는 길이라는 근거를 대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처럼 수주가 안되는 상황에선 당장 밑천이 될 선수금도 없으니 유동성에 차질이 빚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수출입은행이 희망을 걸었던 성동조선과 삼성중공업의 경영협력도 마찬가지다. 위탁경영보다 수위가 낮은 모호하고 실효성이 떨어지는 경영협력인데다 삼성중공업마저 어려운 처지여서 기대를 걸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 구조조정안 다시 짜는 채권단, 잔인한 6월

결국 회생을 자신했던 이들 수장들의 낙관과는 달리 불과 몇달만에 구조조정 방안을 다시 짜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대우조선은 총체적으로 구조조정 방안을 재검토할 예정이다. 스트레스 테스트를 끝내고 오는 6월 중에 시나리오별로 자구계획을 다시 마련한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자율협약 추진에 대해 금융당국은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현재 금융감독원이 신용위험평가 중이지만 이미 선제적인 구조조정을 진행하는 상황에서 당장 C(워크아웃), D(법정관리) 등급으로 평가하거나 자율협약으로 가닥을 잡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STX조선에 대해서도 애초 올 연말쯤에 정상화 여부를 다시 판단할 계획이었지만 이를 앞당겨 오는 6월까지 재진단할 계획이다. 회생절차로 전환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은 각각 오늘과 다음주 중으로 주채권은행에 자구안을 제출할 계획이다. 주채권은행은 자구안의 이행상황을 점검하는 식으로 구조조정을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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