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카오스토리
  • 검색

⑦돈장사 탈피 생활서비스 창출

  • 2016.05.26(목) 09:35

[창간3주년 특별기획 : 산업혁명 4.0]
<2부 삶이 변한다> 사라지는 점포
계좌는 편의점서 자산관리는 로봇에게
'고객과 접점 늘려라' O2O 플랫폼 확대


# 오해영씨는 오늘 오후 결혼하는 친구에게 화환을 보낼 참이다. 스마트폰의 신한(FAN)페이 애플리케이션(앱)에 들어가 꽃 배달을 했다. 이 앱으로 집 주변 주차장에 있는 쏘카 차량을 빌려 결혼식장에도 다녀왔다. 결혼식이 끝나니 문득 친구가 부럽다는 생각에 허탈해진 해영 씨는 집 앞 편의점에 들러 맥주를 사려는데 마침 자동화기기(ATM)가 눈에 띈다. 그동안 미뤘던 보험상품도 가입했다. 집으로 돌아가며 남자친구에게 우리은행의 위비톡으로 한참 수다를 떨었다.

금융회사 앱을 활용해 생활 서비스를 이용하거나 편의점에서 금융 상품을 가입하는 건 불과 1~2년 전만 해도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4차 산업혁명이 다가오면서 금융 산업도 변화하고 있다. 소프트웨어 전문가인 왓츠 S. 험프리가 "은행은 금융을 가장한 소프트웨어 산업"이라고 평가했듯 금융사들은 ICT와 융합해 새로운 사회를 열어 가고 있다.

◇ 시장이 아닌 공간을 점유

금융사들은 온·오프라인 연계 서비스(O2O) 확대 흐름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 전통적인 금융업무를 벗어나 새로운 플랫폼을 제시하고, 그 안에서 금융을 비롯한 다양한 생활서비스를 제공한다. 

우리은행의 메신저 앱인 위비톡이 대표적이다. 100만 명을 넘는 가입자를 유치해 높은 성장세를 보인 위비톡은 모임을 만들 수 있는 위비클럽 서비스를 추가하는 등 커뮤니케이션 기능을 강화하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모바일 쇼핑 서비스인 위비마켓도 곧 선보인다.

신한카드는 O2O 서비스인 신한판페이를 선보였다. '결제 수단'이라는 무기를 쥐고 대리운전, 꽃 배달, 카셰어링 등 다양한 생활서비스를 예약에서부터 결제까지 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국민, 롯데, 하나카드도 생활 서비스 업체들과 손을 잡고 O2O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중국 은행들은 일찌감치 온라인 쇼핑몰 사업에 진출했다. 건설은행은 2012년부터 온라인 쇼핑몰 선륭상무를 운영 중이다. 건설은행은 선륭상무의 입점 업체와 소비자를 대상으로 온라인 대출을 해주는 등 거래 과정에서 필요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전상욱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이제는 시장 점유율(Market Share)이 아닌 공간 점유율(Share of Place)이 중요해진 시대"라면서 "어디서든 네트워크에 접속할 수 있게 된 만큼 고객의 모든 생활과 접점을 만드는 것이 금융권에도 중요해졌다"고 분석했다.


쇼핑몰 운영하는 은행, 금융업무 하는 기계
 
중국은행들은 온라인 쇼핑몰을 하나의 채널로 활용하고 있다. 입점업체와 소비자 대상 온라인 대출, 자동차 할부금융, 신용카드 사용 때 추가 혜택 등 쇼핑 과정에서 필요한 금융서비스를 제공한다. 김진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중국은행들의 온라인 쇼핑몰 운영은 인터넷 시대에 빠르게 변화하는 금융비즈니스 환경에 대한 은행의 적극적인 대응전략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중국공상은행이 인터넷 금융플랫폼 전략으로 선보인 전자금융 브랜드 E-ICBC(Electronic-Information, Cormerce, Banking)는 혁신적인 전략으로 평가된다. 전자상거래, SNS, 다이렉트 뱅킹 등 3대 플랫폼에 결제, 대출, 투자 등 3대 금융서비스가 결합한 것으로 고객니즈 다변화, 핀테크 부상 등 금융생태 환경 변화에 적응하기 위한 전략이다. 
 
비대면 거래 확대로 금융사 지점도 변화하고 있다. 지점 수가 줄어든 대신 편의점에서 금융 업무를 볼 수 있게 됐다. 일본 인터넷전문은행인 세븐은행은 세븐일레븐 ATM을 통해 자전거 · 오토바이 ·자동차보험 등 간단한 금융상품을 팔고 있다. 

신한은행은 영업점 창구 업무의 90%에 달하는 일을 기계로 처리할 수 있는 디지털키오스크를 선보였다. 통장이나 카드 없이 손바닥 정맥으로 인증해 다양한 금융업무를 볼 수 있다. 대학가에 무인점포인 S20 스마트존을 운영하는 등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저변을 넓히고 있다.

은행과 증권사들은 로봇으로 자산관리를 하는 로보어드바이저도 선보이고 있다. 기업은행은 일임형 종합자산관리계좌(ISA)에 로보어드바이저를 도입했고, 신한과 우리은행도 인터넷과 모바일을 통해 시범 서비스를 선보였다. NH투자증권은 자체 서비스인 QV로보어카운트를 출시했고, 삼성증권도 로보어드바이저의 투자성과 검증 시스템을 개발했다. 간단한 은행업무부터 자산관리까지 기계와 로봇으로 대체되면서 금융회사 영업점도 점차 사라지고 있다.


◇ 첨단 기술이 바꾸는 금융 시스템

첨단 기술도 속속 들여오고 있다. 미국의 간편결제서비스 회사인 페이팔은 기계가 인간의 뇌처럼 스스로 학습할 수 있는 딥 러닝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 페이팔은 이 기술로 1억 7000만 명의 이용자들의 40억 건의 결제 중 피싱 사기를 유형화하고 있다. 페이팔의 사기 결제율은 전체 수익의 0.32%로 평균 1.32%보다 훨씬 낮아 딥 러닝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거래 정보를 공동 보관하는 기술인 블록체인도 도입되고 있다. 블록체인은 정보를 여러 네트워크 참여자들에게 분산했기 때문에 해킹을 할 수 없다는 게 특징이다. 국민은행은 비대면 실명 확인 증빙자료 보관 시스템을 구축하면서 이 기술을 썼다. 현대카드의 미국 실리콘벨리 사무소도 현지에서 블록체인 관련 기업을 만나고 있다.

블록체인은 거래 시간도 줄인다. 일본 미즈호은행이 지난 3월 해외 기관투자자의 일본 증권 거래에 블록체인 시스템을 시험한 결과, 매매 체결에서 결제까지 걸리는 시간이 사흘에서 하루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장부를 일일이 대조할 필요 없이 곧바로 공유하기 때문이다.

블록체인을 본격적으로 도입하면 금융 시스템이 크게 바뀔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김종현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분산된 거래원장을 쓰게 되면 중앙전산망 기반의 지급준비금 제도에 변화가 필요하다”면서 “금융결제원, 예탁결제원 등 자금 청산 기능의 필요성도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SNS 로그인
naver
facebook
goog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