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 물린 용선료 협상' 벼랑 끝 현대상선

  • 2016.05.23(월) 17:00

조디악 설득 어렵고, 선주 복잡한 이해 관계도 걸림돌
30% 인하 목표 조정 가능성도 시사…이달말 마지노선

"현대상선 용선료 인하 협상이 생각보다 훨씬 더 어렵다." 최근 정부 한 관계자의 얘기다.

단순히 선주사를 설득하거나 계약관계를 바꾸는 일이 아니라는 얘기다. 선주사 간 횡적인 이해관계뿐 아니라 물고 물린 먹이사슬처럼 복잡한 이해관계가 용선료 인하 협상의 막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정부가 계속 협상 데드라인을 연장하고, 채권은행 관계자가 용선료 협상에 참여한 것 자체가 잘못된 시그널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로 금융위원회와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협상 시한이던 지난 20일이 지나자 더는 물리적인 시간은 의미가 없다고 판단, 마지막 사활을 걸고 있다. 애초 목표로 삼았던 30% 인하 폭도 낮출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앞길은 보이지 않는다.

 

 

▲ 현대상선측 용선료 인하 협상을 주도한 마크 워커 미국 밀스타인 법률사무소 변호사가 지난 18일 오후 서울 종로 연지동 현대상선 본사에서 열린 용선료 협상을 마친 뒤 본사 건물을 나서고 있다. /이명근 기자 qwe123@

◇ 용선료 협상 이미 밀렸다?

금융위원회와 산업은행은 지난 20일 보도자료를 통해 "협상을 잘 마무리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므로 물리적인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협상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다만 "협상을 마냥 지체해 구조조정을 지연시킬 수는 없으며, 빠른 시일내에 협상을 종결해 결론을 낼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같은 상황은 이미 지난 18일 현대상선과 4개의 컨테이너 선주사 단체 협상에서 결론을 내지 못하면서 예견됐던 일이다. 문제는 여전히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다는 데 있다.

금융위와 산업은행은 애초 채권단의 조건부 자율협약을 결의하면서 4월 말께는 결론이 날 것으로 예상했다가, 이달 20일로 사실상 최후통첩을 하기도 했다. 그리고 지금은 공식적인 마지노선에 대해 아예 "노코멘트(언급할 수 없음)"로 일관하고 있다.

다만 오는 31일 사채권자 집회가 예정된 만큼 그 전까지는 마무리 지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용선료 인하 협상이 안 되면 사채권자 집회 역시 의미가 없다. 내일(24일) 채권단의 출자전환 안건도 결의하지만 이 역시 용선료 인하에 성공하지 않으면 발효되지 않는다.
 
일련의 과정에서 정부는 '해외 선주사들이 결단을 내리면 우리는 언제든 지원할 준비가 돼 있다'는 의지를 표시하고 있지만 오히려 잘못된 시그널을 주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지난번 단체협상에 산업은행이 참여한 건 문제가 있다"면서 "결국 (용선료를 내리지 않아도) 정부가 지원해 줄 것이라는 믿음을 준 만큼 협상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 물고 물린 먹이사슬

물론 금융위 관계자는 "협상 성공 가능성이 '제로(0%)'라고 하면 모르겠지만 그런 게 아닌 이상 당장 법정관리로 내몰 수는 없는 것 아니냐"면서 "물리적인 시간이 아니라 오래 끌지는 않겠다는데 방점이 찍힌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지난 단체협상엔 5개 선사 중 그리스의 나비오스, 다나오스, CCC 등 3곳만 참석했다. 싱가포르의 EPS는 컨퍼런스콜로만 참여했고, 영국의 조디악은 아예 불참하면서 협상의 성공 가능성을 떨어뜨리고 있다. 이들 5곳이 현대상선 연간 용선료의 70%를 차지하고, 이 중 조디악이 두 번째로 큰 비중인 22%를 차지한다. 정부와 채권단은 조디악이 실제 용선료 인하에 대해 단호한 입장인지, 혹은 협상 전략인지 여부에 대해 함구하고 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어느 한 군데라도 동의하지 않으면 나머지 동의도 받을 수 없다"며 "100% 동의를 받지 않으면 협상에 성공하지 못하기 때문에 어렵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처럼 선주사 간에 횡적인 이해관계 뿐 아니라 물고 물린 먹이사슬과 같은 복잡한 이해관계 역시 협상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정부 관계자조차 입을 다물지 못할 정도로 어렵다고 느끼는 부분이 바로 이 대목이다. 
 
당장 현대상선의 용선료를 인하해주면 다나오스와 조디악의 경우 한진해운의 용선료 인하 요청에 직면하게 된다. 결국 다른 해운사들로부터 이같은 요구가 빗발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아울러 해외 선주사의 주주 및 투자자의 이해와도 직결되기 때문에 더 결정이 어렵다. 

◇ 30% 인하 목표는 사실상 퇴짜

애초 현대상선과 채권단이 목표로 삼았던 용선료 30% 인하는 사실상 물 건너 간 것으로 보인다. 정부 한 관계자는 "기대 수준을 낮춰야 할지 모르겠다"고 귀띔했다. 이어 "그렇다고 목표의 절반도 안되는 수준이라면 힘들다"면서 "협상 과정에서 나온 결론에 대해선 (적정한 수준인지) 결국 채권단이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발 물러서는 모양새다.

반면 채권단은 현대상선의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에 대한 준비도 병행하고 있다. 채권단 관계자는 "법정관리를 준비하는 데도 열흘 정도 걸리기 때문에 함께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통상 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가면 담보가 있는 회생담보권이 우선 변제가 된다. 사채권이나 용선료와 같은 상거래채권은 이같은 담보 자산을 뺀 나머지 재산에 대해 청산가치를 따져 돌려받게 된다. 다만 채권은행 관계자는 "현대상선의 경우 컨테이너선 중심이어서 얼라이언스에서 퇴출되면 사실상 영업이 불가능해 청산절차를 밟을 수밖에 없고, 이 과정에서 자산이 거의 없어서 해외선주사에게 돌아갈 게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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