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선료 '셈' 복잡해진 현대상선 채권단과 정부

  • 2016.05.30(월) 15:22

애초 목표 물건너 간 상황…협상 성공 기준 모호
제로섬 게임…용선료 인하율 낮으면 채권단 부담은 커져

현대상선 용선료 인하 협상이 애초 목표 수준을 채우기는 힘들 것으로 보이면서 상당한 논란을 예고하고 있다. 용선료 인하 폭이 처음 목표보다 낮아지면 그만큼 채권단 등 다른 이해관계자의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일단 정부와 현대상선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현대상선에 시간을 더 줄 태세다. 협상에 상당한 진전이 있음을 강조하며 오는 31일과 6월 1일 사채권자 집회 이후까지 협상을 끌고 갈 가능성을 내비쳤다. 용선료 인하 합의 가능성은 높아졌다. 

문제는 용선료 인하 폭인데, 채권단은 물론이고 국민적인 공감대 형성이 가능한 수준에 도달할 것인지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 또 미뤄진 협상시한 …'입으로만 법정관리'

산업은행은 30일 "해외 선주사들과 개별협상을 통해 용선료 조정에 대한 상당한 진척을 이뤘으며, 조속한 시일 내에 합의에 도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발표했다. 이어 협상이 마무리되고 있는 단계로 용선료 조정률 등에 대한 세부 협의는 진행되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또 "컨테이너선주사들과의 협상은 5개 선주사 모두와 매우 의미있는 진척을 보이고 있고, 벌크선주사들에게는 최종 제안을 제시한 상태로 최대한 빠른 시일내에 합의 성사를 위해 노력을 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권에선 오는 31일 사채권자집회 이전에 협상이 마무리돼야 할 것으로 내다봤다. 정부와 산업은행은 지난 20일 최종 협상시한을 넘긴 이후엔 공식 데드라인을 못박지는 않았다. 다만 용선료 인하 합의가 안되면 사채권자 집회 역시 의미가 없음을 강조하며 사실상 직간접적으로 (데드라인 임을)동조해왔다.

하지만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이날 오전 "오늘 결과가 나오는 것은 아니다"며 "물리적인 시간보다 협상을 타결시키는 게 중요하다"고 밝혔다. 산업은행도 "사채권자 집회에서는 그동안의 용선료 협상 진행상황을 설명하고, 사채권자들의 적극적인 동참과 협조를 당부할 예정"이라고 강조, 사채권자 집회 이후로 미뤄질 수 있음을 시사했다. 

금융위원회와 산은이 누차 강조해왔듯 회사의 생사가 달린 사안으로, 물리적인 시간 하루이틀 지나는 것은 큰 문제는 아닐 수 있다. 하지만 채권단의 조건부 자율협약을 결의할 당시를 생각해보면 이런 식으로 끌어온 게 한달이 넘었다.

임종룡 위원장도 입으로는 "용선료 인하 협상이 안되면 채권단의 선택은 법정관리밖에 없다"는 점을 강조하지만, 속내는 '결코 법정관리를 보낼 수 없다'는 의지를 내보이는 식이다. 기업 구조조정의 골든타임을 강조하는 마당에 시장의 오해를 부를 수 있는 대목이다.


◇ 제로섬 게임, 용선료 인하 폭 관건

용선료 인하 폭도 문제다. 그동안 임 위원장의 발언 수위에 비춰볼 때 이날 "전체적인 협상의 맥락에서 상당한 진전이 있다"고 언급한 점은 협상 진행상황과 관련해 긍정적인 의미로 해석된다.

이제는 용선료 인하 폭이 관건이다. 금융권에서는 벌써부터 금융위가 법정관리에 대한 부담을 회피하려 애초 목표에 크게 미달한 수준이라도 용인하지 않겠느냐는 우려감도 나온다.

회사 측이나 정부에서 목표로 삼았던 28.4%는 사실상 물건너 간 것으로 보인다. 지난주 금융위 관계자도 "(용선료 인하 목표에 대한) 기대수준을 낮춰야 할지 모르겠다"고 귀띔한 바 있다. 이 관계자는 "그렇다고 해도 애초 목표의 절반도 안됐는데 성공했다고 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이런 발언 등에 비춰볼 때 용선료 인하 수준을 20% 안팎 수준까지 끌어올리기 위한 줄다리기 협상이 진행되고 있는 것을 짐작케한다. 애초 목표대로 28.4%를 인하하면 현대상선은 연간 용선료를 2000억원 수준을 줄일 수 있다. 이 목표 수준의 절반이라면 연간 1000억원 정도에 불과하다.

협상 결과는 예단할 수는 없지만 용선료 인하 폭이 결국엔 채권단에서 인정할만한 수준이어야 한다는 데엔 입을 모은다. 더 나아가 국민적인 공감대를 불러올 수 있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대상선은 산업은행 등 채권단의 출자전환과 이자 감면 등의 지원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다. 산은 역시 이런 기업 구조조정을 앞두고 대규모 실탄(자본확충)을 정부, 결국엔 국민 세금으로 수혈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채권단의 정상화 방안에 따라 현대상선 주식으로 출자전환해야 하는 채권 규모만해도 무려 7000억원이다. 목표한 만큼 용선료 2000억원을 줄여도 사실 부족한 마당에 인하 폭에 따라선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용선료 인하 폭이 적으면 적을수록 그만큼 채권단의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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