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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의 과제]③미뤄둔 고차방정식

  • 2016.06.10(금) 09:48

지배구조 이슈 따라 출렁이는 삼성생명 주가
자본확충에 정치 이슈까지…해법 찾기 어렵네

삼성SDS가 사업분할을 검토하면서 향후 시나리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삼성SDS는 구체적인 분할방법이나 이후의 계획에 대해 아직 확정된 것은 없다는 입장이지만 이들 사업이 삼성물산과 삼성전자 등 주력계열사에 합병 혹은 매각될 것이란 예상은 꾸준히 제기되는 양상이다. 최근 몇년간 사업재편을 거쳐온 이재용 부회장 체제에서 아직 남아있는 과제들을 짚어본다. [편집자]


올해 삼성생명 주가는 그룹 지배구조 이슈에 따라 오르내렸다. 연초 삼성생명이 삼성카드 지분을 사들이며 금융지주사로서 전환을 서두르는 모습을 보이자 주가는 급등했고, 이후 이런 작업을 잠시 중단할 거라는 얘기가 나오자 주가는 내려앉았다. 지금은 정치적인 이유로, 또는 경영환경 변화 탓에 당분간 큰 변화를 꾀하진 않으리라는 전망이 많다.

삼성생명의 금융지주사 전환의 해법을 찾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이재용 부회장이 전자와 바이오, 금융을 주력 분야로 정하고 사업을 재편하고 있으므로 언젠가는 풀어야 할 숙제이긴 하지만, 당장 급한 건 삼성생명의 자본 안정성이라는 분석이 요즘엔 힘을 얻고 있다. 삼성생명은 지금까지와는 확연히 다른 새 국제회계기준(IFRS4 2단계)과 재무 건전성 감독 기준(솔벤시Ⅱ)이 오는 2020년 본격 도입되기 전 대규모 자본확충이 불가피하다.

여소야대로 뒤바뀐 정치 환경 변화, 금융지주사 전환에 따른 비용 문제, 자본확충 필요성, 계열사 사업 전망, 여기에 더해 각 금융 계열사의 삼성사옥 이전 여부와 이 부회장의 동선 등에 대한 해석이 뒤섞이며 시장은 온갖 시나리오를 쏟아냈다. 시나리오에 따라 주가도 요동쳤다. 이 부회장 역시 이런 시나리오 숫자만큼이나 고민이 깊을 수밖에 없다.

▲ 올해 삼성생명과 한화생명 주가 추이. (자료=KB투자증권)

◇ 자본 적정성 우려 해소가 먼저

시장에선 삼성생명이 금융지주사로 전환하려면 회사를 분할해야 할 것으로 전망한다. 시나리오는 이렇다. 삼성생명을 투자 부문과 사업 부문으로 나눈다. 투자 부문을 금융지주사로 만들어 삼성생명의 사업 부문과 삼성화재, 삼성카드, 삼성증권 등을 밑에 두게 한다는 예상이다. 지금도 삼성생명은 카드와 증권, 자산운용 등의 지분을 보유하면서 지주회사 모양을 갖추고 있다.

문제는 보험업권에 새로운 회계제도와 감독 규제가 도입된다는 점이다. 새 회계기준인 IFRS4 2단계가 오는 2020년에 도입되면 국내 생명보험사들의 자본 적정성은 크게 떨어진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생명보험사의 재무건전성 기준인 지급여력비율(RBC)는 311%에서 83%로 급락할 전망이다. 삼성생명의 경우 이런 변화로 많게는 10조원 가까운 자본이 줄어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런 환경에서 삼성생명이 금융지주사 전환을 위해 회사를 인적 분할하기는 어려울 거란 분석이 나왔다. 김동양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생명을 인적 분할하면, 사업 부문에서 자본이 유출되는데 8조원에서 10조 9000억원의 자본이 감소하게 된다"며 "지난해 말 삼성생명의 자본은 24조원으로 이러한 자본 유출은 규제 강화를 앞둔 상황에서 상당한 부담"이라고 했다.

이 때문에 현재의 지배구조가 법적인 하자가 없는 이상 이른 시일 내에 금융지주회사 체제로 전환을 검토할 이유는 없어 보인다는 게 김 연구원의 분석이다. 그는 최근 삼성생명이 본관 빌딩을 비롯해 9000억원에 이르는 부동산을 매각하는 것도 이런 자본 불확실성에 대비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 삼성 금융계열사 지분구조도. (KB투자증권, 2016년 3월 기준)

◇ 삼성카드·삼성전자 지분 처리 촉각

매각이나 분할합병 등 삼성카드가 끊임없는 '설'에 시달리는 것도 금융지주사 체제 전환이나 삼성생명의 자본 확충과 깊은 관련이 있다. 삼성생명을 분할하는 과정에서 감소한 자본을 보완하기 위해 삼성카드를 활용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삼성카드를 사업회사와 투자회사로 나눈 뒤, 사업회사는 현재처럼 카드사업을 하도록 하고 자본을 보유한 투자회사는 삼성생명에 합병해 자본을 충원하리라는 전망이다.

특히 오는 8월 '원샷법(기업활력제고를 위한 특별법)'이 시행되면 지분 3분의 2 이상을 보유한 대주주는 주주총회를 거치지 않아도 간이 합병이나 분할을 결정할 수 있게 되는데, 이런 규제 변화가 삼성카드의 분할합병설에 더 힘을 실어주고 있다. 이런 전망이 나오면서 기관투자가들은 올해 들어 시장에서 삼성카드 지분을 가장 많이 사들여 주목받기도 했다.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도 지속해 주목받는다. 삼성생명은 현재 삼성전자 지분 7.21%를 보유하고 있는데, 금융지주사가 되려면 이를 5% 미만으로 끌어내려야 한다. 그런데 이 지분의 규모가 큰 데다가 경영권 위협 없이 팔만한 곳이 마땅치 않은 것이 문제다. 최근 삼성이 금융지주사 전환을 잠시 중단한 것도 바로 이런 이유가 컸던 것으로 전해진다.

삼성생명이 팔아야 하는 삼성전자 지분은 지배력 강화 차원에서 삼성물산이 인수하리라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최근 삼성SDS가 사업분할을 검토하기로 하면서 이 지분에도 관심이 쏠렸다. 삼성물산이 SDS 물류사업을 인수하면서 현금 확보와 실적 개선이 이뤄지면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지분을 취득할 수 있는 여력이 생긴다는 분석이다. [시리즈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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