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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은행 웃고 울린 CD금리 아시나요?

  • 2016.07.07(목) 11:00

'상당한 개연성' 말고는 아무것도 없었던 4년
공정위 출신 배만 불리고 은행 신인도는 추락

'泰山鳴動鼠一匹(태산명동서일필)'

태산이 떠나갈 듯이 요동하게 하더니 뛰어나온 것은 쥐 한 마리 뿐이라는 뜻인데요. 사실상 무혐의로 결론난 공정거래위원회의 은행 CD(양도성예금증서)금리 담합 조사에 대한 금융당국 관계자의 촌평입니다.

지난 2012년부터 무려 4년간 은행들을 떨게 했던 이슈인데요. 물론 김석동 당시 금융위원장도 "시장 지표를 조작해서 얻을 이익이 크지 않아 담합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고, 은행들도 강경하게 대응해왔습니다.

하지만 공정위가 지난 4년간 끌고 오면서 공정거래위원장은 두번 바뀌고, 실무자는 세번이나 바뀌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잊을만하면 이슈가 불거지니 은행들은 좌불안석일 수밖에 없었겠죠. 급기야 지난 2월에 공정위 사무처가 담합했다는 내용의 심사보고서를 은행들에 발송했고요.


◇ 4년간 대외신인도 추락 등 유무형 손해


공정위가 지지부진 끌어온 담합 조사로 은행들은 지난 4년간 큰 불확실성을 안고 살아야 했습니다. 은행 입장에선 리스크이기도 하고요. 대외신인도 추락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공정위가 조사한다는 사실만으로도 대외이미지는 추락할 수밖에 없고, 실제 일부 은행은 고객들로부터 소송을 당하기도 했습니다.

4년이라는 시간은 라면 담합으로 지난 2012년 9월 공정위로부터 과징금을 부과받고 상고 끝에 올해 2월 대법원 승소판결을 얻어낸 농심의 행정소송 기간인 3년 4개월보다 깁니다.  

사실 은행들은 올해 2월 공정위의 심사보고서 발송 전까지만 해도 그러한 결론이 나올 것으로 예상을 하진 않았습니다. 그래서 부랴부랴 신한·우리은행은 김앤장, 국민은행은 율촌, 하나·농협은행은 세종, SC은행은 광장을 각각 변호인으로 선임했는데요. 당연히 수억원대의 돈이 들었죠. 이들의 배만 불렸다는 비판도 나옵니다. 여기엔 내로라하는 공정위 출신들의 고문들도 포함됩니다. 4년간 당한 것도 억울한데 분통이 터질 일입니다.
 
사실 CD금리는 소비자들이 매우 민감해하는 사안입니다. 당시에만해도 CD금리에 연동한 대출이 많았기 때문인데요. 어쩌면 사건의 발단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공정위의 속성상 이를 교묘하게 이용했기에 지난 4년을 끌고오지 않았을까라는 생각도 듭니다.
 
◇ 곡절 많은 CD금리…불행의 씨앗?

지난 2007년 금융위기 직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당시 은행들은 주택담보대출을 경쟁적으로 늘리던 때였습니다. 예금을 받기보다 한창 펀드나 보험 등 교차판매에 열을 올리고 있기도 했고요. 그러니 대출은 늘어나는데 예금은 부족한 상황인 겁니다. 이 때부터 은행들은 시장성 조달인 CD를 발행해 예금의 빈 자리를 메꿉니다. 대출이 불어나는 만큼 CD발행이 늘어날 수밖에 없었겠지요.

그러면서 두가지 문제가 생겼습니다. 시장성 조달이 늘어나니 은행들의 구조적인 유동성이 나빠졌습니다. 위기 발생 때 유동성 위험이 커진다는 건데요. 실제 영국의 노던락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파산한 것 역시 이 때문입니다.

또 하나는 대출금리가 올라간다는 겁니다. 경쟁적으로 대출을 취급하면서 CD를 더욱 많이 발행을 해야 하고 그러다보니 CD금리는 더욱 더 높아지는 겁니다. 시장금리보다 높게 발행해야 시장에서 소화가 되니까요. CD에 연동한 기존 대출의 금리도 올라가겠지요.

당시 금융당국은 과도하게 CD를 발행하지 말라는 메세지를 끊임없이 줬고, 급기야 2010년에 예대율(예금잔액 대비 대출잔액의 비율) 규제를 도입했습니다. 예금을 취급한 범위 내에서 대출을 하라는 건데요. 예대율의 분모가 되는 예금에서 시장성 조달인 CD를 제외했습니다.

이후 CD발행은 급감했습니다. 당시 신한은행은 1년 넘게 CD를 발행하지 않았고, 하나은행도 6개월간 CD를 발행하지 않을 정도였습니다. 그만큼 물량이 없으니 금리도 경직될 수밖에 없었던 것이지요. 금융감독원도 2012년 7월 CD금리가 움직이지 않자 조사에 나섰고 이를 발행시스템의 문제로 결론지었지만, 공정위는 다른 판단이었습니다. 결국 7월 17일 현장조사를 실시하면서 4년간의 불행이 시작된겁니다.

두 차례의 현장조사와 숱한 자료제출을 요구했지만 결국엔 '상당한 개연성' 말고는 아무런 증거도 찾지 못하고 일은 그렇게 끝났습니다. 은행들은 결과적으로 잘된 일이라고 평가하면서도 씁쓸함은 지울 수 없습니다. 지난 4년간의 유무형의 손실은 아무런 보상을 받을 수 없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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