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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답한 마음에 취업학원 몰리는 금융 취준생들

  • 2016.08.15(월) 10:00

은행별 전략과 모범답안 배울 수 있지만
천편일률적 답안은 오히려 약보다는 독

입사 지원 시 고려하는 기업의 이미지를 채용 브랜드라고 할 때 신한은행 채용 브랜드의 장단점은 무엇인지 쓰고, 채용 브랜드 강화를 위한 멋진 아이디어를 제안하세요. (500자)

"지원자의 의견을 가미하되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보다는 전반적인 취업준비생의 공통된 의견을 내야 한다…신한은행 채용 브랜드의 최대 약점은 '심한은행'이라는 별명으로 상징되는 노동 강도인데, 노골적으로 비판하기보다 성과와 가치 중심 문화를 부드럽게 제시할 수 있다."


한 금융권 취업특강 강사가 신한은행 서류전형 전략으로 제시한 글이다. 취업난이 심해지면서 이 같은 모범답안과 함께 금융회사별 취업 전략을 알려주는 취업학원에 구직자들이 몰리고 있다.

정작 금융권 인사 담당자들은 천편일률적인 답안은 좋은 평가를 받기 어렵다고 지적하지만, 구직자들은 어려워진 전형과 좁은 취업문을 통과하려면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 "해외진출 해법은…" 모범답안 콕


취준생들에게 금융사별 기출 유형을 분석하는 건 기본이다. 금융권 취업학원 취달청의 진현수 강사는 '8월 20일 대비 주택금융공사논술' 인터넷 강의에서 "주택금융공사 논술은 지난 3년간 전공 4문제에 논술 1문제를 출제하는 패턴이었다"고 소개했다. '기업은행 논술완성반' 강의에선 "중소중견기업에 대한 정책적 관점을 반드시 포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체적 개요를 알려주기도 한다. 석의현 금융권 취업 컨설턴트는 자신의 블로그에 은행의 글로벌 진출 관련 논술 방법을 올렸다. 배경과 문제점, 해법 등 글 구조를 짜는 법을 알려주고, 해법으로 투자은행(IB) 등 업무 다각화 추진, 마이크로파이낸스와 같은 비은행 부문 확대, 현지화를 제시했다.

진행 중인 전형 일정에 맞춰 특별반도 만든다. 또 다른 취업학원인 커리어칼리지는 지난 6월 18일에 IBK기업, KB국민은행 인턴 1차 면접 대비반을 열었다. 홈페이지엔 "은행원다운 자세, 표정, 제스쳐, 어투, 경청 방법 등 면접 팁을 공유한다"고 나와 있다.

구직자의 고민 상담도 해준다. 김상배 위포트학원 강사는 "10년 후 목표를 어떻게 구체화할지 모르겠다"는 게시판 질문에 "보통 은행들은 처음엔 제너럴리스트의 역량을 기르게 한 후 스페셜리스트로 키우고, 고위직에 오르면 어떤 분야든 맡을 수 있는 멀티 스페셜리스트로 양성하니 이 점을 감안하라"고 조언했다.

수강생 중 실제 취업에 성공한 사례도 적지 않다. 한보영 위포트학원 강사는 지난 3년간 금융권 최종 합격자 246명을 배출했다. 김정환 슈페리어뱅커스 강사도 같은 기간 동안 271명을 합격시켰다. 한 은행이 보통 100~300명 정도의 신입행원을 뽑는다는 걸 고려하면 적지 않은 숫자다.


◇ 정작 금융권 인사 담당자들은 "글쎄"


반면 금융권 인사 담당자들은 취업학원의 강의에 의문을 표시한다. 천편일률적인 모범답안은 오히려 부정적인 평가 요인이 된다는 얘기다.

실제로 한 취업 강의를 보면 금융업의 본질을 묻는 우리은행의 자기소개서 기출 문항에 "'금융은 혈액순환' 등 비유법을 적극 활용하라"고 설명한다. 이에 대해 권영민 우리은행 인사부 과장은 "혈액순환이라는 표현을 쓰는 지원자들이 왜 그렇게 많은지 이제야 알겠다"고 꼬집었다.

권 과장은 "이 문항은 여러 업종에 지원하는 지원자를 거르고 오랜 시간 금융업을 준비한 지원자를 뽑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사교육기관에 의존하면 자칫 강사 개인의 의견이 지나치게 반영될 수 있으며, 그보다는 스터디로 10명 이상의 사람들에게 첨삭을 받아 객관화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조윤출 신한은행 인사부 과장도 채용 브랜드 문항 해설에 대해 "공통된 의견을 내기보다 개인적으로 관심이 가는 면을 자세하게 쓰는 것이 좋다"고 반박했다. 오히려 자신만의 의견이 드러날수록 신한은행에 대한 애정이 크다고 본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조 과장은 "신한은행은 획일화된 기준에 따른 채용은 지양한다"면서 "비싼 강의료를 내야 하는 취업학원에 다니지 않더라도 대학교나 공공기관의 무료 취업 서비스를 통해 준비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 높아지는 난도 "학원 찾을 수밖에…"

반면 구직자들은 취업 난도가 계속 높아지고 있어 학원을 찾을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취업준비생 서진영 씨는 "복잡한 금융지식을 쌓아야 하는 은행 취업을 준비하다 보면 일반 대기업 지원은 힘들어진다"면서 "다른 기업에서 보지 않는 논술 전형까지 있어 난이도가 최상급"이라고 말했다.

여기에다 취업 문은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올해 하반기 금융권의 신입사원 채용 규모는 약 1200명으로 지난해 1900여명과 비교하면 3분의 2 수준에 그칠 전망이다. 그나마 대다수 채용은 계약직으로 이뤄지고 있어 취업 준비생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그러다 보니 취업학원을 비롯한 사교육으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한 구직자는 금융권 취업카페 '독금사'에 "나를 소개하는 문서를 쓰는데 다른 사람의 힘을 빌리는 것이 과거엔 이해되지 않았는데, 하반기 공채는 다 떨어진 상황에서 상반기 공채 때까지 다른 스펙을 쌓기도 어려워 사교육을 고민하게 된다"고 토로했다.

금융회사들이 직원 교육에 따른 부담을 구직자들에게 전가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석의현 컨설턴트는 "금융회사들이 직무를 제대로 가르치거나 관련 정보를 공개하지도 않으면서 구직자에게 알아서 하라는 식이어서 전형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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