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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부총리 임종룡?...말발은 안통하고 독박만

  • 2016.09.13(화) 11:14

기업 구조조정, 가계부채 대책 모두 떠맡아
전권 없이 이리저리 치이고, 책임만 덤터기

'임종룡 금융위원장에게 질문하겠습니다.', '금융위원장님?', '임 위원장, 답해보세요.'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요즘 사실상 경제부총리 역할을 하고 있다. 유일호 경제부총리의 존재감이 제로에 가깝다 보니 온갖 예민한 경제 현안을 전부 떠안은 채 부처 간 이해관계를 조정하랴, 비판에 대응하랴, 사과하랴 분주하다.

총대를 메고 정부의 주요 현안을 추진하고 있긴 하지만, 속 시원하게 풀리는 정책은 하나도 없다. 오히려 말발이 안통하다 보니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면서 책임만 떠안는 모양새다. 

▲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지난 5일 금융위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기업 구조조정과 가계부채 등 현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금융위원회)

◇ '임종룡 청문회' 돼버린 서별관 청문회

임 위원장의 '고난(?)'은 8~9일 국회에서 열린 '조선·해운산업 구조조정 청문회'에서 정점을 찍었다. 애초 이날 청문회는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와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 홍기택 전 산업은행 회장을 불러 지난해 서별관 회의에서 대우조선해양 구조조정 문제 등을 적절하게 다뤘는지 캐묻기 위해 마련됐다.

서별관이란 청와대 본관 서쪽에 있는 회의용 건물로, 이곳에서 경제부총리와 경제수석, 금융위원장, 한국은행 총재 등 경제 실세들이 모여 현안을 논의해 '서별관 회의'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그러나 세 명의 핵심 증인이 모두 빠지면서 화살이 임 위원장에게 쏠렸다. 옆자리에 유일호 경제부총리도 있었지만, 유난히 임 위원장에게 비판과 질문 공세가 쏟아졌다.

대우조선 분식회계 인식 여부는 물론, 최근의 한진해운 사태, 산업은행 책임론에 대한 비판까지 감당해야 했다. 이혜훈 새누리당 의원은 임 위원장에게 '거취를 표명하라'며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 유일호(가운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과 임종룡(맨 왼쪽) 금융위원장 등 관계부처 수장들이 지난 6월 2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2016년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에 대해 발표하기 위해 브리핑룸으로 향하고 있다. /이명근 기자 qwe123@

임 위원장이 주요 경제 현안에 총대를 메기 시작한 건 금융권에 '성과주의'를 확산하겠다고 나서면서부터다.

금융권 성과주의 확산은 박근혜 정부의 핵심 과제인 노동개혁과 금융개혁이 함께 엮이면서 주요 이슈로 떠올랐다. 사실상 현 정부가 추진하는 개혁 과제의 상징처럼 돼 버렸고, 임 위원장은 노동계의 강한 반발에 부딪혀가며 성과주의 도입을 거칠게 밀어붙였다.

◇ 금융위 주도 구조조정…비판도 한몸에

이후 임 위원장은 주요 예민한 경제 현안을 떠맡기 시작했다. 기업 구조조정 이슈가 대표적이다.

겉으로는 유일호 경제부총리가 컨트롤타워를 담당했다. 그러나 산업 구조조정은 금융권을 중심으로 돌아갔다. 조선·해운업을 담당하는 해양수산부나 산업통상자원부, 그리고 기획재정부는 한 발 뒤로 물러선 듯한 모습이었다.

국토교통부 장관 시절부터 '존재감이 없다'는 얘기를 들어온 유일호 경제부총리는 여전히 '무색무취'라는 수식어를 달고 있고, 청와대조차 '채권단의 의사를 존중한다'며 뒤로 빠지는 모양새를 취했다.

금융권 주도의 구조조정 한계는 청문회에서도 지적됐다. 김종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왜 금융위원회에서 구조조정을 하느냐"며 "구조조정이 아니라 재무개선"이라고 지적했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 역시 "구조조정 방향에 근본적 혁신이 있어야 한다"며 "유동성 지원만 있고, 산업적 관점에서 기업을 살리는 방안이 없다"고 지적했다.

임 위원장은 그러면서 구조조정 대상 기업이나 관계 부처의 지원을 받지도 못했다. 그는 청문회에서 한진해운 법정관리로 인한 물류 대책이 부족하다는 지적에 대해 "한진해운이 화주 정보와 운송 계획을 제공하지 않았다"며 "준비에 한계가 있었다"고 토로했다.

◇ 가계부채 대책, 한은에 치이고 국토부에 밀리고

가계부채 대책 추진 과정도 유사하게 전개됐다. 정부가 지난 25일 내놓은 가계부채 대책은 부동산 시장 충격을 줄이려다 또다시 애매한 정책이 나왔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번 대책에선 가계부채 총량 증가를 제어하는 가장 직접적인 방안인 LTV·DTI 규제 강화뿐 아니라 집단대출에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을 적용하는 것도 유보했다.

주택 시장 공급을 줄이는 강력한 규제로 꼽히는 '분양권 전매 제한'도 빠졌다. 국토교통부 측은 이에 대해 "지나치게 수요를 억제하면 미분양 급증이나 단기적 수급 불균형 심화 등이 나타날 수 있다"며 "시장 상황을 봐야 한다"고 했다.

특히 이번 대책의 특징 중 하나인 부동산 공급을 줄이겠다는 정부 정책이 오히려 투기 수요를 부추길 거란 우려까지 나왔다. 시장에선 금융위가 또 국토부에 밀렸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에 앞서 임 위원장은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에 '한 방(?)' 먹기도 했다. 이 총재는 지난달 금융통화위원회 기자간담회에서 "정부의 가계부채 대책의 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공개적으로 지적했다. 그러면서 금융위와 기재부, 금감원 등이 6개월 만에 가계부채 관리 협의체 회의를 열어 대책을 내놨지만, 결과적으로 생색내기에 그쳤다는 평가만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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