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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침없는 가계부채]③두마리 토끼 못잡는다

  • 2016.09.13(화) 10:47

여전히 부동산이 우선...계속 버블 키우는 정부
DTI 적용 예외 둬선 안돼...더 미시적 접근 필요

'8조7000억원'

가계대출 통계가 또 한 번 모두를 놀라게 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은행권 가계대출 증가액은 8조7000억원에 달했다. 올해 들어 최대 규모며, 역대 기준으로 봐도 두 번째로 많았다.

그동안 정부가 쏟아부은 가계대출 관리 정책이 무색할 정도다. 특히 8월처럼 뜨거운 여름은 주택 거래 비수기로 여겨진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해법은 이미 나와 있다. 선택만 남았다. 하지만 정부는 여전히 부동산 경기가 우선이다. 그러다 보니 가계부채 대책의 약발은 듣지 않고, 악순환만 되풀이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대출 규제 복원을 비롯해 더욱 과감한 대책을 주문하고 있다. 주택담보대출 위주로 획일화된 가계부채 관리 방식 역시 대출의 성격과 차주별로 더 구체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 여전히 부동산 먼저 챙기는 정부

금융감독원은 최근 은행권에 가계대출 관리방안을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은행들은 난감해하는 분위기다. 결국, 가계대출을 줄이라는 얘기인데, 금감원은 또 "그런 것은 아니다"라고 손사래를 치고 있어서다.

은행들은 부동산 논리에 밀려 제대로 된 가계부채 대책을 관철하지 못한 금융당국이 결국 우회적으로고 가계대출 조이기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은행 한 고위관계자는 "근본적인 해결책은 놔두고 은행들만 몰아붙이고 있다"고 불만을 털어놨다.

금융권의 시각은 분명하다. 최근 가계대출 증가의 근본 원인은 집값 상승과 전•월세 등 주거비 상승에 있다. 게다가 금리마저 사상 최저 수준이다. 전문가들조차 얘기한다. "이러니 돈을 빌려 집을 안 사는 사람이 바보"라고.

반면 부동산 경기를 꺼뜨릴 수 없다는 정부의 시그널도 확고하다. 그러다 보니 가계부채 대책은 항상 부동산 논리에 밀리면서 맹탕에 그치는 모양새다.

국토교통부는 노골적으로 이런 상황을 반기는 분위기다. 국토교통부 한 고위관계자는 "우리가 언제 집값을 잡아야 한다고 한 적 있나, 그런 적 없다"면서 "부동산 과열은 강남 일부뿐인데 그렇다고 청약제도나 전매제한을 건드릴 수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 대출 규제 강화 목소리 갈수록 커져

▲ 자료: 한국은행

정부의 생각과는 달리 총부채상환비율(DTI)을 비롯해 금융 측면에서 가계대출 수요를 억제할 수 있는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송인호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최근 한 포럼에서 "은행권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의 예외조항을 보완해 집단대출 등 가계대출 규제의 사각지대를 축소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집단대출도 분할상환 적용이나 상환능력에 대한 심사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한국은행도 계속 비슷한 시그널을 보내고 있다. 한 금통위원은 지난달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가계부채 관리수단인 담보인정비율(LTV)이나 DTI를 가계부채 총량 지표와 연계해 일정 부분 준칙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처분가능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나 가계신용 사이클 순환 등에 근거해 조정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가계부채 지표가 일정 수준에 도달하면 LTV와 DTI를 자동으로 낮추는 방안을 도입하자는 얘기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한국보고서에서 DTI 강화를 콕 집어 거론하기도 했다. IMF는 "한국의 DTI 한도는 60% 수준으로 주변국에 비해 높다"면서 "이 비율을 점진적으로 30~50% 수준까지 끌어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집단대출에도 DTI 규제를 적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가계대출 성격 따라 맞춤형 대응 필요

민간 전문가들도 대출 과정에서 상환능력을 보는 것은 당연하며, 그런 면에선 집단대출만 DTI를 적용하지 않고 예외로 두는 것은 맞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정희수 하나금융경영연구소 개인금융팀장은 "기본적으로 상환 능력에 비례해 대출한도가 정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간경제연구소 한 고위관계자도 "일시적인 충격요법이 아니라 상환능력 없이는 대출을 받기 어렵다는 시그널을 확실하게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맞춤형 가계대출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주택담보대출 위주의 획일적인 접근이 아니라 대출의 종류와 차주의 성격에 따라 미시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얘기다. 금감원은 뒤늦게 가계대출 미시정보 수집을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세부정보 취합에 나섰다.

금융권 관계자는 "가계대출 종류별로 금리와 용도, 상환방법은 물론 차주의 연령과 소득, 신용등급, 자가 여부 등의 구체적인 통계 정보가 취합되면 가계부채 대책 여기에 맞춰 더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시리즈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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