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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은행장보다 인터넷은행장

  • 2016.10.14(금) 15:17

인터넷은행법 적용하면 평판·공신력 덜하지만
규제로 꽁꽁 묶인 은행법보다 특례법 더 실속

"은행법 테두리 안에선 할 수 있는 게 아무 것도 없어. '건전경영을 해친다' 한마디만 하면 아무것도 못하는데"

금융당국 전 고위관계자는 이렇게 얘기하더군요. 최근 금융위원회가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이나 특별법 신설을 검토한다고 하는데요. 처음부터 은행법 개정이 아니라 특례법으로 했어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맞는 말입니다. 은행산업은 기본적으로 규제산업이어서 은행법 테두리 안에서는 새로운 비즈니스를 하기 쉽지 않은 게 현실입니다. 더군다나 핀테크를 활용하고 혁신을 추구하는 인터넷 전문은행에선 더욱 그렇겠죠. 여기저기 손발이 묶여 운신의 폭이 좁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다면 왜 정부는 애초에 특례법이 아니라 은행법 개정을 택했을까요. 간단합니다. 인터넷은행도 은행이라는 겁니다.

인터넷은행의 본질이 은행업에서 벗어나 있지 않기 때문에 특례가 아닌 기존의 은행 인가방식에 따라 인가를 받고 은행법 규율을 적용하는 게 맞다는 논리입니다. 게다가 해외의 인터넷 전문은행도 대부분 은행법으로 규율하고 있다고 하고요.

금융위는 여전히 이것이 정공법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산업자본이 인터넷은행 지분을 50%까지 보유할 수 있도록 하는 '은산분리 완화'에 가로막혀 개정안 통과가 힘든 상황입니다. 이 때문에 법안 논의 과정에서 대안으로 특례법이나 특별법 형태도 고려할 수 있다는 겁니다.


재미있는 점은 지난해 인터넷 전문은행 도입을 논의할 당시 인터넷 전문은행에 관심을 보였던 IT기업들조차 특례법보단 은행법 개정을 선호했다는 겁니다.

이들 또한 
은행법 적용을 받는 은행장이 되고 싶고, 또 그런 은행을 갖고 싶다는 얘기이기도 합니다. 만약 인터넷전문은행법이라는 특별법에 따라 인터넷은행이 탄생하면 과연 이곳을 은행으로 볼 수 있을까요. 인터넷전문은행장을 은행장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저축은행과 시중은행, 저축은행장과 시중은행장의 차이가 분명하듯 결국 특별법에 따라 만들어진 은행도 저축은행과 다를 바 없어진다는 것이겠죠.

허세 낀 욕심같아 보이기도 합니다. 물론 좋게 생각하면 또 이렇습니다. 저축은행과 시중은행의 차이는 결국 규제에서 나옵니다. 규제가 많은 만큼 공신력 또한 생기니까요. 

금융위 관계자도 "국내 IT의 강점을 발휘해 해외에 진출할 경우 한국에서 은행법 적용을 만든 은행이라고 하면 레퓨테이션(평판) 면에서 강점이 될 수도 있다"고 말합니다.

규제의 강도에서 오는 장단점은 분명히 있습니다. 어느 쪽이든 장점을 살릴 수 있는 방법도 있고요. 특별법이면 어떤가요. 그만큼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통해 소비자의 삶을 바꿀 수 있으면 그만입니다. 이런 금융서비스가 나와주면 은행권의 메기 역할도 충분히 가능합니다. 

지금은 인터넷 은행의 대주주(소유 구조) 문제를 푸는 게 시급합니다. 이르면 올 연말께 1호 인터넷 전문은행 출범도 앞두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 상태로는 KT나 카카오 모두 각각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의 주인이 될 수 없습니다. 주도권을 갖고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나갈 수 없습니다.

현재의 기형적인 지배구조로는 애초 취지에 맞는 인터넷 전문은행으로 성장시킬 수도, 메기를 기대하기도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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