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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워치]'친박' 이덕훈 행장과 망가진 수출입은행

  • 2017.02.01(수) 10:29

홍기택 전 산업은행 회장과 함께 '대표 친박' 분류
은행은 창립 후 첫 적자…이 행장 존재감도 '제로'

"산업은행장 하마평이요? 어떻게 되는지 알려주세요. 워낙 일을 열심히 하다 보니까 (산업은행 회장 인선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릅니다. 언론을 통해서 아는 것밖에는 없어요." (이덕훈 수출입은행장. 2016년 1월 25일 신년 기자간담회)

1년 전 이덕훈 수출입은행장이 연 신년 기자간담회는 화기애애했고, 알차게 진행됐습니다. 이 행장이 당시 새 산업은행 회장 후보로 유력하게 거론됐던 데다가, 조선·해운업 구조조정이 한창 진행되던 때라 수출입은행에 대한 취재 열기가 높았습니다. 이 행장 역시 여유가 있었고, 경영에 대한 의지도 내비쳤습니다. 그는 "수출입은행이 올해 창립 40주년을 맞았는데, 사람으로 따지면 불혹"이라며 "새해 새로운 100년을 준비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나 겨우 1년이 지난 뒤 분위기는 크게 바뀌었습니다. 지난 23일 열린 신년 기자간담회는 분위기가 축 처졌고, 취재 열기도 확 사그라들었습니다. 이 행장도 간담회 내내 '지긋지긋한 저성장이었다', '지난 3년 굉장히 어려웠다'는 말을 하며 고개를 저었습니다. 이 행장의 앞으로 행보에 대한 질문은 없었고, 대신 차기 행장에 대한 궁금증만 있었습니다. 차기 행장에 대한 관심이란 것도 사실 '뜨거운' 수준은 아니었습니다. 올 3월이면 이 행장의 임기가 끝나니 으레 물어보는 분위기였던 겁니다. 세간에서도 새 수장 하마평에 대한 얘기보다는 일단 대행체제로 가지 않겠냐는 전망에 힘이 실리는 분위기입니다.

국책은행장이면서 정권의 실세만 갈 수 있다는 '꽃보직'인 수출입은행장의 위상이 왜 이렇게 됐을까요? 수출입은행이 중점적으로 지원했던 조선·해운업의 불황과 '최순실 사태'로 인한 정치적인 격변 등 대외적 악재가 겹친 영향이 컸지만, 이 행장의 지난 행보도 '뛰어났다'고 평하기는 어렵다는 게 금융권 안팎의 목소리입니다.

수출입은행은 지난해 상반기에만 9379억원의 손실을 냈습니다. 대우조선 구조조정 과정에서 해당 여신을 '정상'에서 '요주의'로 한 단계 낮추면서 충당금을 1조원 넘게 쌓은 탓으로 보입니다. 하반기에도 상황이 크게 나아지지 않아 1조원 이상의 적자가 예상됩니다. 적자를 기록한 것은 창립 40년 만에 처음입니다. 수출입은행은 이런 분위기를 반영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연간 기업 여신 공급액을 전년보다 줄이기로 했습니다. 이 역시 창립 이래 처음입니다.

신년 기자간담회의 분위기가 처진 것은 이 행장 '신상의 변화' 탓도 있어 보입니다. 이 행장은 홍기택 전 산업은행 회장과 함께 금융권의 대표적인 '친박 인사'로 알려졌습니다. 정권 초 금융권에서 잘 나갔던 서금회(서강대 출신 금융인 모임) 멤버로 위세 등등했는데, 최순실 사태로 기세가 확 꺾인 모습입니다. 또 지난해 본격화했던 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이 행장이 눈에 띄는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왔고, 홍기택 전 회장과 함께 국책은행을 망가뜨린 장본인으로 꼽히기도 합니다. 그 와중에 이 행장은 호화 출장을 다녔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습니다.

▲ 이덕훈 수출입은행장이 지난 23일 서울 명동 은행연합회에서 신년 기자간담회을 열고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수출입은행)

이 행장의 사례가 '반면교사'가 된 것일까요? 최근에는 수출입은행에서 전례가 없던 '내부 행장론'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올 상반기 조기 대선 가능성이 거론되는 상황에서 '시한부' 행장이 될 가능성이 큰 수출입은행장 자리를 다들 탐탁지 않아 하는 분위기입니다. 일각에선 이 행장이 이번 정권의 대표적인 '낙하산 인사'였는데, 눈에 띄는 행보를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에 내부 행장론이 나오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왔습니다.

이 행장의 임기는 오는 3월 4일까지인데요. 결국 수석부행장인 홍영표 전무가 행장을 '대리'하리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는 분위기입니다. 이 행장은 내부 행장론에 대해 "내부에서도 나올 수 있다"면서도 "내·외부 출신을 따지는 것은 적절치 않고, 최고 전문가가 수출입은행을 운영했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이 행장은 지난해 말 열린 국정감사에서 "올해 내로 적자 폭을 대폭 줄이고, 내년에는 상당 부분 흑자로 전환하겠다"는 바람을 내비쳤습니다. 올해는 이 행장의 말대로 새로운 100년의 첫해이자, 수출입은행에 중요한 전환점이 될 수도 있는 해입니다. 이 행장은 시기를 잘못 만나 '고생'만 하다가 떠나지만, 모두가 꺼리는 이때 내부든 외부든 '예고돼 있는' 고난을 헤쳐나갈 수 있는 능력 있는 행장이 나타나길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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