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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은행, 산 넘어 산...뒤늦은 회의론에 발목

  • 2017.02.03(금) 14:22

"시중은행도 IT서비스…중금리 대출도 가능"
은산분리 규제 완화 당위성 부족하다 지적

"시중은행도 위비뱅크, 써니뱅크 등 IT 서비스를 다 하고 있다. 은행이나 금융기관이 (주도해서) 인터넷전문은행을 경영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고동원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산업자본이 중금리대출을 활성화해 국가에 기여하고 싶다면 저축은행으로도 가능하다." (김성진 참여연대 변호사)


금융당국이 금융권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키겠다며 추진하는 인터넷전문은행 관련 법안에 대한 논의가 다시 처음으로 돌아간 듯한 분위기다.

왜 꼭 IT기업이 주도하는 인터넷은행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이 정치권과 학계에서 다시 나왔다. 금융권에 혁신을 촉발하는 게 꼭 IT기업이어야 할 이유도 없고, 또 꼭 (인터넷) 은행이어야 할 필요도 없다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IT기업 주도의 인터넷은행 성공을 위해 은산분리를 완화해줄 당위성 역시 떨어진다는 논리다.

 

 


당장 올 상반기 출범을 예고한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는 크게 반발하고 있다. 금융당국 역시 고개를 젓는다. 이미 시장을 안정적으로 점유하고 있는 기존 대형 은행들은 혁신의 동력이 떨어진다는 게 이들의 논리다. 수많은 점포와 직원을 거느리는 지금의 은행과 온라인을 중심으로 하는 인터넷은행의 '이해 상충' 문제를 해결하기도 어렵다고 지적한다.

금융당국은 반대 의견은 항상 있었다며 상황이 크게 반전된 것은 아니라고 강조한다. 2월 국회에서도 인터넷은행 관련 법 통과에 힘을 쏟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정권교체기에 맞물려 있다는 점이 문제다. 일각에서는 인터넷은행에 대한 정치권의 논의가 정권이 바뀐 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게 돼 지지부진해질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한다.

◇ "인터넷은행이 금융권 혁신 주도할 이유 없어"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이학영·전해철 민주당 의원은 지난 2일 국회에서 '은산분리, 원칙인가? 족쇄인가?'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인터넷전문은행 관련 법안의 핵심인 은산분리 규제 완화에 대한 논의를 위해서다.

현행 은행법은 산업자본이 은행의 의결권 있는 지분을 4% 이상 가질 수 없도록 하고 최대 보유지분을 10%로 제한한다. 국회에 발의된 은행법 개정안은 인터넷은행에 한해 IT기업이 지분을 50%까지 보유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IT기업의 인터넷은행 보유지분을 34%까지 완화하는 특례법도 발의됐다.

은산분리 완화에 반대하는 야권 의원들이 주도한 토론회이니만큼 IT기업 주도의 인터넷은행에 대한 회의적인 의견이 많았다. 인터넷은행이 금융권 혁신을 주도할 이유도 없고, 기존 은행이나 금융사들도 IT 서비스를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차라리 현행법 내에서 저축은행으로 등록해 중금리 대출을 할 수도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에 따라 굳이 은산분리를 완화할 이유도 없다는 논리다. 인터넷은행을 주도하고 있는 KT나 카카오 같은 산업 자본이 위기의 순간에 은행 자금에 욕심을 낼 수도 있다는 우려도 덧붙였다. 과거 저축은행이나 동양그룹이 그런 케이스라는 주장이다.

◇ 꽉 막힌 국회…무작정 밀어붙인 금융당국

올 상반기 출범을 앞둔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 측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토론회에 참석한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는 "기존 플레이어에게 금융혁신을 맡기면 한계가 있다"며 "제도적 차원의 해법 마련이 장기화할 경우 인터넷은행의 취지를 상실한 또 하나의 은행이 출범하는 것(밖에 안된다)"고 주장했다.

 
 
▲ 지난해 11월 30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카카오뱅크·K뱅크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자 사업계획 브리핑에서 윤호영 당시 카카오 모바일은행 TF 부사장(오른쪽·현 카카오은행 대표)과 김인회 당시 K뱅크 컨소시엄 단장(현 KT 부사장)이 악수하고 있다. /이명근 기자 qwe123@

금융당국은 "이번 토론회로 크게 분위기가 반전된 것은 아니다"면서도 "법안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가 진행되기도 전에 이런 얘기가 나와 우려스럽다"며 당황하는 모습이다. 그러나 이번 토론회를 주최한 이학영 의원의 경우 기존에도 은산분리 완화에 강하게 반대하는 견해였기 때문에, 2월 국회에서 역시 관련법 통과를 위해 힘을 쏟겠다고 했다.

일부의 우려대로 관련 법 통과가 지지부진해 결국 인터넷은행이 제대로 자리를 잡지 못하게 되면 정치권과 정부 모두 비판을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치권은 '은산분리' 원칙에만 매몰돼 금융산업의 '진화'를 막았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금융당국의 경우 정치권을 제대로 설득하지 못해 관련법 통과 여부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인가부터 내줬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현행법 내에서는 인터넷은행의 보폭이 제한돼 있어 어렵긴 하겠지만, 출범 이후 뭔가를 보여줘야 하지 않겠느냐"며 "일부의 지적대로 기존 은행과 크게 다르지 않다면 예외적인 은산분리 완화 논리가 힘을 잃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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