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의 달라진 승진법칙]②후계 구도가 엿보인다

  • 2017.02.06(월) 11:06

임원 승진 혹은 교차발령 통해 후계자 검증
넘버2 대신 3개 부문장 체제로 경쟁 유발도

한때 외부 출신 혹은 낙하산 최고경영자(CEO)가 대부분 점령했던 국내 금융지주와 은행권에서 최근 몇 년 사이 내부 출신 CEO들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국책은행인 기업은행마저 3연속 내부 출신 행장을 배출했고, 수출입은행도 내부 출신 행장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는 상황이다.

 

내부 출신 행장(혹은 회장)이 힘을 받으면서 안정적인 지배구조 확립과 후계 승계 프로그램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내부 출신의 은행장들은 임원 인사를 통해 자연스레 후계에 대한 힌트를 던지고 있다.

 

특히 윤종규 지주 회장이 은행장을 겸임하는 KB금융지주의 경우 오는 11월 윤 회장의 임기 만료와 함께 행장직 분리 시점도 다가오고 있다. 이미 한차례 내분을 겪었던 만큼 승계 프로그램에 대한 갈증이 가장 큰 곳이어서 임원 인사를 통해 윤 회장의 후계 검증작업이 비교적 명확하게 드러나고 있다는 평가다.


윤 회장은 작년 정기인사 때와 마찬가지로 핵심 보직의 임원을 교차발령하면서 윤종규식 후계검증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작년엔 경영기획과 영업그룹을 수장을 맞트레이드하면서 이홍 부행장과 허인 부행장이 두각을 나타냈다. 이번 인사에선 이 부행장을 경영지원그룹으로 이동시켰다. 또
허정수 지주 전무(CFO)가 승진하면서 경영기획그룹을 맡게 됐다. 은행의 전략과 재무를 총괄하게 되면서 후보군에 가세한 셈이다. 재무통으로 윤 회장의 신임도 두터워 막강한 후보군 중 한 명으로 꼽힌다.

 

박정림 WM총괄 부행장(3사 겸직)도 리스크관리, 여신, WM 등 핵심 영역을 두루 거치면서 후보군으로 부상하고 있다. 금융권에선 유일하게 장수하는 여성 부행장이기도 하다. 윤 회장 취임 후 계열사 CEO로 낙점한 양종희 KB손보 사장과 윤웅원 국민카드 사장 역시 눈여겨볼 잠재 후보들이다.

 

 

▲ 그래픽/김용민 기자 kym5380@


우리은행 역시 최근 연임을 확정한 이광구 행장의 임기가 2년인 데다 지주사 전환, 추가 정부지분 매각 등으로 지배구조 변화 가능성이 잠재해 있다. 후계 승계 프로그램이 절실한 곳 중 한 곳이다. 늘 행장 후보 1순위로 꼽혔던 수석부행장 자리는 없어졌지만 3명의 부문장(기존 그룹장)은 잠재 후보군에 속한다.

최근 임원 인사에선 남기명 국내부문장, 손태승 글로벌부문장은 자리를 지켰고, 정원재 기업고객본부 부행장이 영업지원부문장 자리에 올랐다. 특히 남 부문장과 손 부문장은 최근 행장 선임 과정에서도 유력 후보로 거론됐지만 후보 지원서를 내지 않았다. 새롭게 가세한 정 부행장과 함께 여전히 유력한 차기 후보군에 든다.

신한은행 임원 인사는 회장과 행장 교체라는 변화를 앞두고 이뤄졌던 만큼 큰 변화를 주지 못했다. 다만 그룹의 맏형 격인 신한은행의 세대교체 속도가 빨라지고 있고, 조 행장의 회장 내정은 이를 더욱 가속화할 전망이다. 

 

이 과정에서 진옥동 일본 현지법인장의 부행장 깜짝 발탁 역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재일교포 주주는 신한금융의 지분 17% 가량을 소유한 단일 최대주주다. 신한금융 내에선 재일교포 주주들에 대한 관리와 커뮤니케이션은 여전히 중요한 영역이다. 지금은 오사카지점장 출신인 임영진 지주 부사장이 도맡고 있다.

 

이신기 신한아이타스 사장(도쿄지점장 출신) 역시 지주에서 이 역할을 했지만 지난해 계열사로 이동하면서 다소 거리가 멀어졌다. 오는 3월 정기주주총회를 앞두고 그룹내 회장과 행장 교체 과정에서 여러 변수들이 도사리고 있는 만큼 이들의 역할도 더욱 중요해진 시기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낙하산 인사의 폐해가 드러나고, 내부 출신 회장이나 행장이 선임되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자연스레 현직에 있는 임원들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며 "CEO도 이를 염두에 둔 인사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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