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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인터넷은행은 또 다른 은행일까

  • 2017.04.06(목) 17:49

'백화점식' 은행 될 것인가, 플랫폼이 될 것인가

'25년 만에 새로운 경쟁자가 나타났다.' 지난 3일 케이뱅크가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은행 업계가 들썩이고 있다. 사흘 만에 신규 계좌 개설 10만 건을 돌파했고 수신금액은 약 730억 원, 대출액은 410억 원에 이른다고 하니 초반 바람몰이가 거세다. 5일에는 카카오톡을 앞세운 카카오뱅크가 오는 6월 출범을 알리면서 두 인터넷전문은행에 전 은행권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관심의 초점은 두 인터넷은행이 성공할지 여부다. 두 은행이 기존 시중 은행들의 영역을 잠식하며 '무서운' 경쟁자가 될지도 관심사다. 

전망은 엇갈린다. 먼저 케이뱅크의 초반 돌풍을 '개점 효과'로 치부하더라도 기세가 무섭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부분 소비자가 모바일에 익숙하기 때문에 순식간에 시장을 뺏길 수 있다는 우려다. 반면 인터넷은행 상품에 금리 경쟁력이 있긴 하지만 크게 위협적이지는 않다는 게 은행권의 대체적인 평가다. 딱히 차별화한 상품도 보이지 않고 오히려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 고객을 빼앗아갈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한다.


인터넷은행의 성공 가능성은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이미 20년 전부터 인터넷은행을 도입해온 미국과 유럽, 일본의 경우 일부는 실패했고 다른 일부는 어느 정도 안착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국내 시장의 특성을 살펴봐도 성공 여부를 가늠하기 쉽지 않다. 모바일 환경이 잘 갖춰졌다는 점은 인터넷은행의 고객 유치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겠지만, 반대로 기존 은행들 역시 모바일에 익숙하다는 점은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인터넷은행이 치고 나가도 기존 은행이 금방 따라잡을 수 있어서다. 기존 은행 앱이 수십 개에 달하고 쓰기에 불편하다는 지적이 있긴 하지만 이 역시 길지 않은 시간에 보완할 가능성이 있다.

인터넷은행이 신한은행이나 국민은행을 앞지를 수 있을지는 가늠하기 어렵지만, 한 가지 분명해 보이는 점은 있다. 인터넷은행이 기존 은행의 변화를 초래할 것이라는 점이다. 이에 대해서는 대부분 의견이 일치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변화하게 될까? 점포를 줄이고 은행원을 감원하는 것은 당장 예상해볼 수 있는 일차적인 변화다. 여기에 더해 더 근본적인 변화를 예상해볼 수 있다. 윤호영 카카오뱅크 공동대표가 5일 본인가 브리핑에서 내놓은 언급이 어쩌면 힌트가 될 수 있다.

카카오뱅크는 여러 핀테크 기업들을 모은 오픈 플랫폼을 만들겠다는 중장기 계획을 내놨다. 자산운용과 투자자문, 대출 등에 각각 특화한 벤처 기업들과 파트너로 함께 영업하겠다는 계획이다. 윤 공동대표는 "지금은 6개월만 지나면 새로운 강자가 나타난다"며 "(카카오뱅크의) 적은 직원들이 모바일 시대에 빠르게 변화하는 것을 다 서비스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은행이 홀로 성공할 수는 없다"고 단언했다.

핀테크 시대의 특징 중 하나는 기존 금융사의 '종합서비스'가 하나하나 분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과 영국 등 핀테크가 발달한 국가에서는 이미 소액결제, 해외송금, 장기주택담보대출, 중소기업 대출, 국제 결제 등 여러 분야의 신생 기업이 시장을 잠식해가고 있다. 이런 업체들의 전문성이 더욱 진화하면 은행의 '백화점식 상품' 경쟁력은 약해질 수밖에 없다. 결국 은행에서 모든 업무를 보던 고객들은 조금씩 빠져나가게 될 가능성이 커진다.

선진국의 일부 인터넷은행들은 핵심 서비스를 제외한 대부분 서비스를 외부 업체에 맡기면서 성장하고 있다고 한다. 윤 공동대표가 지적한 것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 어쩌면 인터넷은행은 25년만에 생긴 '새로운 은행'이 아닐지 모른다. 백화점식 은행 서비스를 하나하나 떼어가는 '핀테크 군단'을 지휘하는 '플랫폼'을 꿈꾸고 있는지 모른다. 만약 새로운 인터넷은행이 '편리함'만을 앞세우며 기존 은행의 길을 따라가려고 한다면 격차는 줄어들지 않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그러나 플랫폼으로서의 계획이 뜻대로 이뤄진다면 얘기가 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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