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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뱅크워 4.0]①대출문턱 '확' 낮춘다

  • 2017.04.11(화) 10:15

인터넷전문은행 등장, 만만치 않은 '메기 효과'
"절차 더 쉽게" 은행권 서비스 강화·비대면 확대
"특판" "이자 더 싸게"…가격 경쟁도 서서히 가열

전쟁이다. 자본금 2500억원에 불과한 국내 1호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가 대형 시중은행에 '전쟁'을 선포했다.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을 내세운 카카오뱅크도 출격을 준비하고 있다. 짐짓 여유를 부리던 기존 은행들은 케이뱅크의 초반 돌풍에 분주해지기 시작했다. 소비자는 나쁠 게 없다. 더 편하게 은행을 이용하고 좋은 금리의 상품을 고를 수 있기 때문이다. 바야흐로 4차 산업혁명의 물결이 은행권에도 밀려오고 있다. [편집자]

▲그래픽/김용민 기자 kym5380@

#김대출 씨는 최근 급하게 300만원이 필요해 은행 대출 상품들을 알아봤다. 주로 이용하는 한 시중은행에 가보니 금리는 연 4.0%인데 청약통장에 가입하면 0.2%를 우대해주겠다는 설명을 들었다. 적당한 금리라고 판단한 김 씨는 대출 서류를 준비하던 중 인터넷전문은행이 최근 서비스를 개시했다는 기사를 보고 한 번 알아보기로 했다. 휴대전화로 애플리케이션을 내려받고 가입 절차를 거쳐 금리를 확인해보니 300만원 소액 대출이면 연 3.0%라는 걸 확인하고 대출을 신청했고, 서류를 낼 필요도 없이 소득 정보 수집에 동의하니 곧장 승인이 이뤄졌다.

인터넷은행이 '싸고 편한' 대출 상품을 내놓자 은행 업계가 들썩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인터넷은행이 기존 대형 은행에 위협이 될 만한 존재는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백두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10년 후 인터넷은행의 대출 규모는 각각 3조~5조원 사이가 될 것인데, 2016년 말 국내은행의 가계 원화 대출금은 616조원"이라며 "해외 사례를 보더라도 규모 자체는 은행들에 크게 위협이 될만한 상황은 아니다"라고 분석했다.

이제 막 첫걸음을 뗐기 때문에 규모가 작은 데다가 꾸준히 성장한 10년 뒤에도 위협적이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시장에서는 인터넷은행이 대출 대상 고객과 금리대가 겹치는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의 시장을 잠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시중은행이 여유를 부릴만도 한데 분위기가 그렇지 않은 이유는 따로 있다. 인터넷은행만 보면 경쟁 상대가 아닐지 몰라도, 인터넷은행이 대출 영업의 판을 바꾸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모바일만으로 빠르고 간편하게 받을 수 있는 '비대면 대출'과 비용을 줄여 금리를 낮출 대출을 경험해본 고객들은 이제 더는 무작정 은행 점포로 향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이를 계기로 기존 은행 간 경쟁이 더 치열해질 가능성도 점쳐진다.


◇ 시중은행 비대면 주택대출 확대 '맞불'

지난 3일 서비스를 개시한 케이뱅크 대출의 가장 특징은 편리함이다. 24시간 어디서나 모바일이나 웹을 통해 간단한 인증만으로 대출받을 수 있다는 게 특징이다. '미니K 마이너스통장'은 지문 인증만으로 연 5.5%의 확정 금리로 500만원까지 대출받을 수 있다. '직장인K 신용대출'의 경우 기존 은행들이 요구했던 재직증명서나 소득증명서가 없어도 직장 정보를 입력하고 국민건강보험 정보 자동 수집만 동의하면 된다.

시중 은행들은 일단 비대면 주택 대출 확대로 맞불을 놓고 있다. 인터넷은행 출범이 오래전부터 예고돼왔던 만큼 은행들은 이미 관련 대출 상품을 내놓고 있었는데 상품군 등을 확대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케이뱅크가 출범한 이틀 뒤인 지난 5일 모바일을 통해 전세 또는 반전세 고객에게 자금을 빌려주는 '써니 전·월세대출'을 출시했다. 지난해 말 모바일 전용 비대면 주택담보대출 상품을 내놨는데, 이번에 상품군을 확대했다.

▲ 비대면 대출 상품인 신한은행 '써니 전월세대출'과 국민은행 'KB 아이스타 모기지론'.

KB국민은행의 경우 비대면 상품인 'KB I-STAR 모기지론'을 인터넷에서 모바일로 확대해 시행하고 있고 KEB하나은행 역시 '행복 투게더 프리미엄 주거래 우대론' 등의 비대면 대출 상품을 내놓고 있다. 우리은행도 지난해 모바일 플랫폼인 '위비뱅크'를 통해 전세금 대출과 아파트 대출과 잔금대출 등을 출시했다. 농협은행은 즉시 대출과 무방문 대출을 확대한다는 계획을 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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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뱅크나 카카오뱅크의 경우 영업 초반 대출 상품이 소액 신용대출로 제한된다는 점에서 추후 '본 경쟁'이 될 주택대출 시장을 선점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기존 은행들이 내놓고 있는 상품의 경우 은행에 한 번은 방문해야 하거나 은행원이 고객을 방문하는 등의 절차가 필요하다. 인터넷은행이 어떤 방식의 주택대출 상품을 설계하느냐에 따라 또 한 번의 변화가 이뤄질 수 있다.

◇ 본격 가격 경쟁은 아직…시중은행 "추이 지켜보자"

'가격 경쟁'이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 케이뱅크는 신용대출의 경우 최저 연 2.73%로 시중은행보다 1%가량 낮은 금리를 제시하면 시선을 끌고 있다. 중금리 대출은 최저 연 4.19%로 기존에는 저축은행 등을 이용하던 중신용자들을 끌어들이겠다는 전략이다. 카카오뱅크 역시 유사한 금리대를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점포와 직원이 많은 기존은행에 비해 비용을 훨씬 절감할 수 있기 때문에 가격 경쟁력이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시중은행에도 무기는 있다. 자본력이다. 은행들은 당장 전면적인 가격 경쟁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고 한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여차하면 '국지전'에 나설 여력은 충분해 보인다. 예를 들어 하나은행은 얼마 전 마이너스통장 대출한도의 10%까지 '제로 금리'를 적용하는 특판 상품을 내놨는데 이를 확대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씨티은행의 경우 10일 모바일 앱으로 직장인 신용대출을 신청하는 모든 고객에게 커피 프랜차이즈 기프티콘을 증정하는 이벤트를 하겠다고 밝혔다. 이처럼 이벤트 등을 통해 가격 경쟁력 있는 상품을 간헐적으로 내놓는 것만으로도 인터넷은행 영업에 제동을 걸 수 있다고 시중 은행들은 판단하고 있다.

경쟁은 일각의 분석처럼 당장 고객을 뺏기게 생긴 저축은행 영역에서 벌어지고 있다. 중금리 대출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SBI저축은행은 최근 최저 연 5.9%인 'SBI중금리바빌론'을 내놨다. 최저 연 6.9%였던 SBI '사이다' 중금리대출 상품보다 금리를 낮췄다. 웰컴저축은행 역시 최저 연 5.99%인 사업자전용 비대면 대출 '그날 대출'을 내놨다.

한 시중은행의 관계자는 "은행들이 비대면 대출 상품을 내놓은 것은 인터넷은행 출범에 부랴부랴 맞췄다기보다는 이미 전반적인 흐름에 변화가 있었기 때문에 차근차근 준비해온 성격이 짙다"며 "인터넷 은행을 당장 시중은행의 경쟁 상대로 보지는 않지만 앞으로 카카오뱅크가 출범하고 이후 상품 영역을 확대하는 추이를 지켜볼 필요는 있다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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