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人워치]꼼꼼한 KB 재무통, '1코노미'로 일냈다

  • 2017.04.10(월) 17:59

송병철 국민은행 상품혁신부장
연구소-5개 계열사-광고까지 협업 이끌어

"혼자이지만 언제든 둘이 될 수 있는 거 아닙니까"

 

듣고보니 그랬다. 누군가는 '꿈보다 해몽'아니냐고도 할 수 있지만 1인 가구, 특히 국민은행이 이번에 타깃으로 삼은 1인 가구의 청춘들에겐 분명 로망과 설레임을 자극하는 얘기다. 배우 남주혁을 광고모델로 한 국민은행의 1코노미 청춘패키지 TV광고는 이를 고스란히 녹였다.


시작은 이랬다. 국민은행 브랜드 담당자와 밥을 먹다 우연히 나눈 대화에서 갑자기 궁금증이 일었다. '1코노미 청춘패키지'는 어떻게 나왔을까. 지난 2월 KB경영연구소에서 1인가구 보고서를 처음 내놨다. 3월엔 국민은행 등 5곳의 KB금융 계열사가 합심해 1코노미 청춘패키지를 출시했다. 이달엔 광고까지 선보였다.

 

▲ 송병철 국민은행 상품혁신부장

 

◇ 은근히 로망 자극하는 '1코노미 청춘패키지' 탄생

이런 일련의 얘기를 듣고 싶어 여의도 세우빌딩에서 송병철 국민은행 상품혁신부장을 만났다. 여의도 증권가 한 복판에 있는 국민은행 본점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윤중로와 여의도공원 사이에 자리잡은 그의 사무실 넓은 창으론 벚꽃이 흩날리고 있었다. '장가갈 수 있을까'란 CM송과 함께 남주혁이 샤방샤방한 모습으로 등장하는 광고와 묘하게 겹쳐진다.

그는 사실 인터뷰 시작 전 망설였다고 한다. 올해 1월 상품혁신부장으로 발령나면서 1코노미 기획엔 중간에 합류한 것이 마음에 걸린 듯 하다. "실무자와 전임 부장이 다 한 일"이라며 겸손해했다. 1코노미 기획은 지난해 10월 시작했지만 올해 1월초 설문 결과가 나오면서 상품 콘셉트를 완전히 바꿨다고 한다. 이 재편 시기에 송 부장이 왔고 이번 상품의 1등 공신이라는 게 실무자와 함께 일했던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처음 1코노미 상품을 기획하고 설문을 할 땐 1인 가구는 다 비슷할 것이란 가정에서 시작했다. 막상 설문결과는 그 가정과는 다르게 나왔다. 송 부장은 "애초엔 범용성 있는 상품으로 갈 생각이었지만, 1인 가구란 공통점 말고는 연령별, 사유별로 특성이나 성향이 달랐다"고 전했다. 연령대별로 혹은 사유별로 고객 세그먼트를 세분화해서 가는 방향으로 완전히 튼 배경이다. 그런 면에서 이번 청춘패키지를 시작으로 2탄, 3탄 패키지도 기대해볼 만하다.

 

▲ 1코노미 청춘패키지 광고 화면 캡처

 

◇ 재무통에서 협업 성공적으로 이끈 상품기획자


그의 이력도 특이하다. 지난 10년간 은행과 지주 재무파트에서 경력을 쌓은 재무통이다. 송 부장의 표현대로라면 '은행 생활의 절반'이다. 그가 어떻게 상품혁신부에 오게 됐을까. "꼼꼼하고 합리적이고, 한 사람의 주장만으로 상품을 개발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계셔서 실무자 얘기를 잘 들어주십니다." 같은 부서 실무자의 얘기다.

 

1코노미 청춘패키지는 협업으로 시작했다. 상품혁신부에서 아이디어를 냈지만 기획단계부터 연구소와 은행, 증권, 보험, 카드 등 계열사 상품 담당자, 그리고 광고에 이르기까지 유기적으로 얽혔다. 모두 KB금융 계열사로 묶여있지만 또 어찌보면 이해가 서로 다른 회사 5곳이  모였다. 송 부장은 이를 성공적으로 이끌어 낼 적임자였고, 이것이 1코노미 청춘패키지의 성공적인 론칭 비결이 아니었을까.

송 부장은 "1인 가구의 증가는 하루이틀의 얘기는 아니고, 저희가 주목했던 것은 숫자만 늘어나는 게 아니라 1인 가구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이 바뀌고 있다는 점이었다"며 "한번 정도 확인해 볼 필요가 있어서 연구소와 협업을 하게 됐다"고 언급했다.

 

 

◇ '싱글라이프'에서 '1코노미' 된 사연

그는 "1인 가구에 대해 과거엔 결혼을 못하는 사람이란 인식이 있었다면 지금은 혼자서 인생을 즐기는 사람이고, 그렇다면 금융생활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는 다인가구의 니즈와는 다를 수밖에 없어 별도의 특화상품을 제시해야 한다는 것이 아이디어의 출발점"이라고 소개했다.

이런 아이디어는 적중했다. 송 부장도 고객의 니즈를 정확하게 파악해 그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한 것을 인기 비결로 꼽았다. 그는 "교과서적인 얘기지만 이 룰을 지키지 않고 성공한 상품은 없다"고 강조했다. 1코노미 스마트적금의 부가서비스로 무료 반찬 쿠폰을 제공하게 된 것도 집에서 식사하는 것을 선호하는 30대 1인 가구의 니즈를 정확하게 파악한 덕분이다.

1코노미라는 상품명도 한몫했다. 주목하는 힘을 가졌다. 실제 그는 가장 고민되고 힘들었던 점을 네이밍을 꼽기도 했다. 처음 이름은 '싱글라이프'였다고 한다. 은행 상품 네이밍체계가 골든라이프, 주니어라이프 등 00라이프였기 때문이라고.

하지만 그는 "인식이 바뀌었다고는 해도 싱글을 전면으로 내세우면 고객 입장에서 거부감이 들지 않을까란 생각이 들었다"며 "만약 카드 결제할 때 싱글라이프 카드를 내밀면 '난 혼자에요'라고 그대로 보여주는 건데, 좀 부담스러웠다"고 설명했다.

급하게 아이디어를 짜는 중에 1코노미란 단어가 튀어나왔다. 송 부장 본인도 처음엔 낯설고 생소했다고 한다. 그는 "내부에서도 '일코노미냐 원코노미냐'며 거부감을 갖기도 했지만 시장에서 충분히 주목받을 수 있는 이름으로 생각했기 때문에 직원, 담당 부행장이 함께 의지를 갖고 설득을 했다"고 강조했다. 이 단어를 '트렌드 코리아 2017' 저서에서 가장 먼저 쓴 김난도 교수와 협의도 거쳤다.

송 부장은 "휴대폰하면 갤럭시·아이폰과 같은 상품이 명확하게 떠오르지만 금융상품 중에는 그만한 대표상품이 없다"며 "시장의 판도를 바꿀만한 상품, 금융시장의 아이폰·갤럭시를 개발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며 다소 도발적인 얘기도 꺼냈다. 이 역시 "막연하게 새로운 기술, 일시적인 트렌드를 따라가는 상품이 아니라 고객의 니즈를 면밀히 분석해 고객이 경험한 적 없는 상품과 서비스로 충족시킬 수 있다면 가능하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점점 경쟁이 치열해지는 요즘, 금융시장의 대표상품이 나오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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