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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티은행 '디지털' 시동…직원들 "짐 쌀까" 고민

  • 2017.04.14(금) 17:30

"콜센터 가라" 영업점 직원 10명 중 7명 재배치
5월 중 디지털 가속화…직원들은 퇴직압박 가중

씨티은행의 대규모 영업점 통폐합이 노사 갈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지점 업무 축소에 따라 직원들의 상당수가 고객센터로 발령났다. 씨티은행은 오는 5월에도 인터넷뱅킹을 전편 개편하는 등 디지털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사실상 퇴직 유도라는 반발이 나온다. 종전에는 '다국적 자본의 횡포'라고 사회적 공분을 사기도 했지만 요즘 분위기는 다르다. 비대면 채널이 활성화되면서 점점 좁아지는 은행원들의 입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기 때문이다. 

◇ 영업점 직원 70% 콜센터 등으로 재배치

씨티은행은 지난 달 '차세대 소비자금융 전략'을 발표하면서 신규 고객의 80% 이상을 모바일과 인터넷을 통해 유치하는 등 비대면 채널 거래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영업점도 126개에서 25개로 줄이기로 했다.

폐점되는 지점 101곳에 다니는 직원들은 업무 재배치를 받게 됐다. 씨티은행 노동조합원 약 2800명 중 영업점 직원은 1081명이며, 이들 가운데 폐점 지점 직원은 716명이다. 전체 영업점 인력의 70%의 업무가 바뀌는 셈이다.

폐점 지점 직원 중 400~500명은 올해 신설된 고객가치센터와 고객집중센터로 가게 된다. 고객가치센터는 고객 상담을 맡으며, 고객집중센터는 카드론 영업을 한다. 기존에 파견과 도급직원에게 맡기던 고객센터 업무를 정규직 직원이 맡는다는 얘기다. 고객센터 이외에도 자산관리센터, 여신영업센터 등으로 인력을 배치할 계획이다.

대규모 특별퇴직을 실시한 지난 2014년과 달리 이번엔 퇴직 신청을 받지 않을 계획이다. 안팎에서는 사실상 직원들의 퇴직을 유도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정규직 직원들에게 단순 업무를 맡겨 퇴사할 수밖에 없도록 한다는 지적이다.  

씨티은행 노조 관계자는 "사측은 인위적인 인력 구조조정을 진행한다는 비판을 받는 것을 우려해 특별퇴직을 실시하지 않고 있다”면서 “문제는 향후 경력 개발 등 대안도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 박진회 씨티은행장 (사진 제공=씨티은행)

◇ 5월 중 디지털 드라이브…막막한 은행원들


씨티은행이 대규모 지점 통폐합을 실시하는 것은 비대면 거래 중심으로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서다. 

오는 5월엔 인터넷 뱅킹을 전면 개편한다. OTP카드를 휴대폰 내부에 장착하는 등 사용자의 편의를 한층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씨티은행은 지난해 말에도 공인인증서 없이 아이디와 지문만으로 거래할 수 있는 '뉴(New) 씨티 모바일' 어플리케이션을 선보이기도 했다.

씨티은행 고위 관계자는 "본사에서는 디지털 중심으로 재편하는 한국씨티은행에 올해 600억원을 투자할 정도로 힘을 실어주고 있으며, 전세계적인 흐름을 따라가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최근 내부에서 테스트를 해본 결과 다양한 상품 정보를 알고 있는 정규직 직원에게 인바운드(전화 응대)와 아웃바운드(전화 영업) 업무를 맡기는 것이 파견과 도급직원에게 맡기는 것보다 성과가 좋았다"고 말했다. 

최근 고객가치센터와 고객집중센터의 팀 리더 공모에 30명을 선발하는데 100명이 지원했다. 사측은 "긍정적이다"고 평가하지만 씨티은행 노동조합은 "지점장들이 어쩔수 없이 지원한 결과" 라고 반박하는 등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 씨티은행 구조조정을 바라보는 두 시선  

씨티은행의 최근 행보를 바라보는 업계의 시선은 복잡하다. 우선 외국계인 씨티은행이 국내에서 다른 은행들보다 훨씬 높은 배당을 챙기면서 고용엔 인색한 태도를 보인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지만 점포와 인원을 감축하는 흐름은 다른 은행들도 마찬가지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전국 은행 영업점 수는 7103개로 전년보다 175곳 줄었다. 통계를 집계한 2002년 이후 최대 감소 폭이다. 

은행 총 직원 수도 11만4755명으로 전년보다 2268명 감소해 6년 만에 최대 규모다. 올해에도 KB국민은행은 109개의 점포를 통폐합했으며, KEB하나은행도 60~70곳을 줄일 계획이다.

영업점 없이 비대면 채널로만 운영하는 인터넷전문은행까지 가세하면서 은행원들의 설 자리는 더 좁아졌다. 4차 산업혁명에 따라 로보어드바이저와 인공지능이 발전하면 창구 인력의 상당수가 대체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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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사할 때만 해도 지점장이 당연히 되는 줄 알았는데 요즘은 지점을 줄이면서 그때까지 버티기도 어려워졌다." 입행 10년차 한 시중은행 직원의 말에는 요즘 은행원들의 고민이 고스란히 들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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