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 한고비 넘다…남은 길 '첩첩'

  • 2017.04.17(월) 09:42

산업은행-국민연금, '고통 분담' 극적 합의
17~18일 사채권자 집회 이어 정상화 작업 돌입

법정관리의 갈림길에 섰던 대우조선해양이 겨우 한숨 돌렸다.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과 채무조정안을 놓고 갈등하던 국민연금이 17일 새벽 채무조정 방안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이로써 17~18일 열리는 사채권자 집회에서 채무조정안이 의결될 가능성이 커졌다. '이변'이 없는 한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은 2조 9000억원 신규자금 지원 등 추가 정상화 작업을 가동한다.

채권자들의 정상화 방안은 우여곡절 끝에 합의에 이르렀지만, 대우조선이 살아나기 위해서는 아직 많은 고비가 남아 있다. 채무조정과 대우조선의 자구계획 등을 통해 회사를 '정상화'한다 하더라도 결국 조선 업황이 나아져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이와 함께 장기적으로는 국내 조선 산업을 기존 '대우조선·삼성중공업·현대중공업'의 빅3 체제에서 '삼성·현대' 빅2 체제로 전환해야 하는 과제도 남아 있다.


◇ 한발씩 물러선 산은-국민연금 '극적 타결'

대우조선 채권자인 국민연금은 17일 새벽 투자위원회를 열어 채권 50%를 출자전환하고 나머지 50%를 만기연장하는 방안에 찬성하기로 했다. 그동안 국민연금은 만기 연장 채권에 대해 산업은행이 법적으로 '상환 보증'을 해야 한다며 채무조정안 찬성을 미뤄왔다. 
산업은행은 이를 거절하는 대신 여러 장치를 통해 채무 상환 가능성을 높이는 방안 등을 제시하며 협상을 벌여왔다.

국민연금은 막판까지 고심하다가 산업은행이 16일 제시한 '회사채·CP 상환을 위한 이행 확약서'를 받아들이기로 결론을 내렸다. 별도 계정으로 관리하는 '에스크로 계좌'에 1000억원'을 즉시 넣어놓는 방안 등이 담긴 제안이다. 관련 기사 ☞ 대우조선 피말리는 사흘…국민연금 문턱 넘을까

▲ 대우조선 손실분담 채무조정 방안. 자료=산업은행

국민연금이 찬성으로 돌아서면서 17~18일 다섯 차례에 걸쳐 열리는 사채권자 집회도 이변이 없는 한 채무조정 방안이 의결될 가능성이 커졌다.

이로써 산업은행이 내놓은 대우조선의 추가 정상화 작업이 첫걸음을 뗄 수 있게 됐다. 산업은행은 지난달 23일 '대우조선 구조조정 방안'을 발표하면서 국책은행들이 신규자금 2조 9000억원을 추가 지원하는 대신 시중은행과 사채권자 등이 고통 분담에 동참해야 한다고 밝혔다. 시중은행의 경우 구조조정 동참 합의서를 제출했고, 사채권자 채무조정안 통과의 열쇠를 쥐고 있던 국민연금까지 동참하면서 '고통 분담'이라는 전제 조건은 충족하게 됐다.

◇ 추가 정상화 작업 돌입…이번에는 성공할까?

대우조선이 산업은행과 금융당국의 바람처럼 채무 조정 후 '정상화'하기 위해서는 아직 많은 과제가 남아 있다. 산업은행은 조선 업황이 지금 예상보다 안 좋을 경우까지 고려하더라도 채무 조정을 통해 '작고 탄탄한 회사'로 거듭날 수 있다는 견해지만, 반론도 만만치 않다. 대우조선 정상화는 무엇보다 세계 조선업황 흐름에 달려있다는 분석이 많다. 국민연금이 마지막까지 결정을 내리지 못한 것도 조선업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실제 세계 조선업황 회복이 예상보다 더딜 수 있다는 전망이 최근 추가로 나오기도 했다. 영국의 조선·해운 분석 기관인 클락슨은 지난 10일 '선박 발주전망 보고서'를 통해 내년 연간 발주량을 기존 전망치 2950만CGT(가능성표준화물톤수)보다 390만CGT나 감소한 2560만CGT로 낮춰 잡았다. 산업은행과 금융당국은 수정 전의 클락슨 보고서를 근거로 이번 추가 지원 규모를 산정했다.

당장 피해가 크다는 이유로 대우조선을 연명시키긴 했지만 언젠가는 우리나라 조선 산업을 재편해야 한다는 과제도 남아 있다. 금융당국도 추후 대우조선이 정상화하면 매각 등의 방식으로 빅2 체제로 전환하겠다는 장기 계획을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이 역시 조선 업황이 나아지리라고 전제한 뒤의 가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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