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나가는 P2P업계 '엄친아' 다 모였네

  • 2017.04.25(화) 11:12

[주요 P2P업체 CEO 경력 보니]
삼성서 외국계은행까지 '화려한 스펙' 공통
80년대 출생 주류 '부실관리' 역량은 미지수

어릴 적부터 소문난 수재였던 안민혁(가명)씨. 안씨는 명문 대학교를 졸업한 후 '신의 직장'인 금융회사에 입사했다. 하지만 그의 꿈을 펼치기에 제도권 금융은 너무나 답답하기만 했다. 결국 안씨는 안정적인 직장을 박차고 나와 P2P업체를 창업했다. 금융과 IT 지식으로 무장해 회사를 단숨에 업계 상위권으로 도약시킨 그의 나이는 올해로 33세다.

드라마 주인공의 이야기가 아니다. 개인과 개인이 돈을 주고받도록 하는 P2P업체 대표들의 평균적인 스펙은 이 같이 '엄친아'에 가까웠다. 엄친아는 '엄마 친구 아들'의 줄임말로 누구나 부러워하는 모범생을 지칭한다. 
3월 말 누적 대출액 기준으로 상위 10개사 대표들은 대부분 대기업 출신인데다 나이도 어렸다. 젊고 똑똑한 P2P업체 대표들에게 기대가 크지만 검증되지 않은 관리 능력에 대해서는 우려도 적지 않다.   

▲ P2P 업계의 리더들. 왼쪽부터  양태영 테라펀딩 대표, 김주수 어니스트펀드 대표, 주홍식 빌리 대표, 이효진 8퍼센트 대표, 김대윤 피플펀드 대표, 박성준 펀다 대표, 박성용 렌딧 이사. 2015년 10월 한국P2P금융플랫폼협회(현 한국P2P금융협회) 발족식 장면. (사진=한국P2P금융협회)

◇ 대기업 출신에 '외국 물' 먹기도

상위 10개사 대표들 중 9명은 국내 굴지의 대기업 출신이다. 이효진 에잇퍼센트 대표는 우리은행 출신이며, 신현욱 팝펀딩 대표는 NHN에서 최고마케팅경영자를 역임했다. 유철종 펀딩플랫폼 대표는 삼성전자에서 일한 후 청주대학교와 우송대학교 교수를 맡았을 정도로 남 부럽지 않은 스펙이다.

'신의 직장'인 외국계 금융회사 출신도 많았다. 업계 1위인 테라펀딩의 양태영 대표는 외국계은행인 HSBC은행 출신이다. 뒤를 잇는 루프펀딩의 민충기 대표는 골드만삭스코리아 애널리스트로 일했다. 글로벌 트렌드와 금융에 밝은 대표를 둔 두 회사는 현재 업계 선두를 달리고 있다.

금융과 IT 경력을 모두 갖춘 '올라운더'도 있다. 김대윤 피플펀드 대표는 맥쿼리증권과 벤처캐피탈인 소프트뱅크벤처스를 거쳐 IT스타트업에서 일했다. 주홍식 빌리 대표 또한 신한카드 핀테크사업팀, 외국계 패션회사인 포에버21의 IT팀, 게임회사 핸즈온코리아의 프로그래밍팀에 근무하는 등 폭넓은 이력을 갖췄다. P2P금융이 핀테크를 기반으로 하는 만큼 적절한 경력이라는 평가다.

이 같이 P2P금융 업계에 고스펙자가 많은 건 초창기인 P2P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판단할 수 있을 정도로 정보를 빠르게 얻을 수 있는 지위인 사람들이 사업에 뛰어들기 때문이다. P2P금융이 대부업의 변종이라는 세간의 편견과 달리 최첨단 금융정보를 바탕으로 사업을 운영한다는 얘기다.


◇ 패기로 무장…업계 이끄는 80년대생

P2P업체 대표들은 나이까지 어리다. 상위 4개사인 테라펀딩, 루프펀딩, 빌리, 에잇퍼센트의 대표는 모두 80년대생으로 30대 초, 중반이었다. 심지어 또 다른 P2P금융협회 소속 업체인 어니스트펀드의 서상훈 대표는 28세다.

박준호 투게더앱스 대표, 신현욱 팝펀딩 대표, 유철종 펀딩플랫폼 대표도 70년대생이었다. 주요 대기업 CEO들의 평균 나이가 60세를 넘기는 것에 비하면 젊은 셈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우리나라에서도 엘런 머스크, 마크 주커버그 같은 창업가들이 등장해야 미래 먹거리가 생기는데, 젊고 똑똑한 사람들이 용기를 내 창업해 기쁘다"고 했다.

다만 젊은데다 실패 경험이 적은 만큼, 부실 대출을 잘 관리할 수 있는 역량을 갖췄는지에 대한 의구심은 여전하다. 최근 미국과 중국 P2P업체들의 부실이 속출하면서 우려 섞인 시선이 적지 않다.

한 금융전문가는 "P2P업체 대표자에 대한 막연한 호감보다는 투자자 보호장치가 실제로 얼마나 되어 있는지 꼼꼼히 따져본 후 투자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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