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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설계사 노동권, 꼬인 실타래 풀 수 있을까

  • 2017.06.09(금) 15:09

문재인 대통령 '특수 고용직 기본권 보장' 공약
보험사 부담 '손사래'…설계사들은 "노동 3권 보장만"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내놨던 '특수형태근로종사자'에 대한 기본권 보장 문제를 두고서 보험 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50만명이 넘는 보험설계사들이 특수고용직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이 문제는 최근 십여 년 간 선거 때마다 등장했지만 복잡한 이해관계 탓에 슬그머니 사라지곤 했는데 이번 정부에서는 다를 수 있다는 전망에 우려와 기대가 엇갈리고 있다. 다만 보험설계사의 노동3권을 보장하는 문제와 고용·산재보험을 의무화하는 문제 각각에서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꼬여있어 여전히 풀기가 쉽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 인권위 "'특수고용직' 노동3권 보장해야"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달 29일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특수형태근로종사자(특수고용직)'의 노동3권(단결권·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을 보장하라고 권고했다. 특수고용직에는 보험설계사를 비롯해 학습지 교사와 택배기사, 골프장 캐디 등이 있다. 인권위는 노동 3권 보장을 위한 별도의 법률을 제정하거나 노조법의 '근로자'에 특수고용직이 포함되도록 조항을 개정할 것을 권고했다.

특수노동자는 실질적으로는 사용자에게 종속된 노동자지만 명목상으로는 자영업자로 분류된다. 이에 따라 기본적인 노동권을 누리지 못한다는 지적이 지속해 제기돼왔지만 관련 법과 제도 개선은 지지부진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노동 관련 현안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어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노동3권 보장을 통해 노동조합 결성 등이 가능해지면 보험사 입장에서는 경영 부담이 커질 수 있다며 반대하는 분위기다. 보험사들의 부담 증가는 결국 설계사 일자리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 이미 방카슈랑스나 인터넷 다이렉트 판매 확대 등으로 설계사가 설 자리가 좁아지는 형국인데 노동권 강화로 이를 더욱 촉진할 우려가 있다는 주장이다.

보험설계사들의 경우 노동 3권 보장에 대해서는 대체로 나쁠 게 없다는 분위기다. 보험설계사 권익 보호 단체인 '보험인 권리연대'의 오세중 위원장은 "노동권 보장에 대해서는 대부분 설계사가 찬성하는 분위기"라며 "노조 설립이 가능해지면 보험사들의 부당한 행위를 막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 노동권 법적 보장 vs 고소득·자율성 보장


핵심 쟁점은 고용·산재보험 의무가입이다. 이 사안에 대해 보험사들은 반대 입장이 뚜렷하지만 보험설계사 내에선 이해관계가 엇갈린다. 이유는 세금 문제다. 현재 보험설계사들은 개인사업자로서 낮은 사업소득세(3.3%)를 내고 있는데 근로자로 인정받으면 세율이 더 높은 근로소득세(6.6~41.8%)를 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고소득을 올리는 보험설계사일수록 부담이 커진다. 

고용·산재보험 의무 가입에 대한 반대 '여론'은 노동3권 보장마저 어렵게 하는 측면이 있다. 두 사안이 함께 추진될 경우 결국 높은 세율의 근로소득세를 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 탓이다. 오세중 위원장은 "고용·산재보험의 경우 설계사와 보험사가 비용을 반반씩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반대하는 분들이 있다"며 "특히 고용·산재보험 가입이 근로소득세 납부로 연결된다고 확대해석하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보험설계사들의 속내가 '복잡하다'는 설문조사 결과도 있다. 보험연구원이 지난 2013년에 내놓은 '보험설계사의 법적 지위에 대한 인식' 조사 결과에 따르면 설계사들은 근로자로서 법적 지위 보장(20.3%)보다는 자율성 보장(78.5%)이 더 중요한 요소로 판단하고 있다. 보험설계사를 직업으로 선택한 동기를 봐도 '노력한 만큼 수입을 얻을 수 있다'는 점을 꼽은 응답이 49.9%, '육아 등 가사활동을 병행할 수 있다'를 선택한 비중이 20.2%를 차지했다.

결국 보험사의 일부 부당한 처우에 대해서는 개선의 필요성을 공감하지만 자율성이 보장된 현행 고용 형태를 오히려 선호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한 대형 보험사 관계자는 "학습지 교사를 보면 누가 봐도 노동자의 행위를 하고 있지만 보험설계사의 경우 진입 장벽이 낮은 데다가 다른 직장과 병행하는 등 다양한 고용 형태가 존재하는 특수성이 있다"며 "다른 특수고용직과 묶어서 일률적으로 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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