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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징 베트남]①-1 '거대한 공사판' 은행들의 새 격전지

  • 2017.06.16(금) 11:13

<포스트 차이나, 베트남-PART I. 금융>
뜨거워진 호치민시장‥포트폴리오 강화 '수익 업'
경쟁도 갈수록 치열‥'플랙스컴 부도' 교훈 삼아야

1억명에 육박하는 인구, 그중 절반 가량이 30대 이하의 젊은 나이. 여기에 상대적으로 높은 교육열과 낮은 임금이 결합하면서 '세계의 공장'이라는 타이틀은 이미 중국에서 베트남으로 넘어갔다. 1986년 도이모이(Doi Moi, 개방정책) 선언이후 30년, 베트남에는 이제 해외기업과 자본들이 넘쳐나고 있다. 하노이에서 호치민까지 남북으로 길게 연결된 베트남 각지에는 누구나 알만한 기업들이 자리를 잡고 있다. 떠오르는 베트남, 그 현장을 들여다 본다.[편집자]
 
[베트남 호치민=원정희 기자] 호치민 시내 중심가 호텔 10층에서 바라본 호치민의 모습은 하나의 거대한 공사판이었다. 시내 중심을 흐르는 사이공강 사이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건 여기저기 높이 솟은 타워크레인들이다. 저 멀리엔 이미 고층아파트와 빌딩들이 자리해 스카이라인을 만들었다. 출장기간 묵었던 호텔 바로 앞에도 타워크레인이 분주히 움직였다. 유명 호텔체인이 들어선다고 한다. 이곳에 머무는 동안 24시간 타워크레인이 움직이는 기이한 모습도 봤다.


베트남 호치민에 출장을 간다고 하니 주변에서 하나같이 베트남 부동산 투자 얘기를 한다. 재테크 전문가의 얘기란다. 부동산의 '부'자도 모르는 친정엄마까지 거든다. "요즘 베트남 부동산에 투자하라고 하던데" 주변 친구분들에게 들었단다. 베트남 부동산이 이 정도인가. 호치민 공항에 도착해 시내로 들어가는 30분간 이런 호기심과 의구심은 이내 탄성으로 바뀌었다. 이곳 주재원들 사이에서도 베트남 부동산 시장이 관심사일 정도다

베트남은 그만큼 핫했다. 건설경기가 활황이고, 지난해 제조업의 GDP성장률은 11%를 넘었다. 나이든 사람보다 젊은 사람들이 거리에 수두룩하다. 지금도 좀더 싼 인건비와 좋은 투자환경을 찾아 외국자본과 기업들이 몰려오고 있다. 은행들이 너도나도 이곳으로 모여드는 이유다. 금융먹거리가 그만큼 넘쳐난다는 얘기다.

 



◇ 빠르게 성장하는 베트남‥금융 먹거리 넘친다

시차는 있지만 최근 몇년새 인도, 인도네시아, 이번에 베트남까지 최근 은행들이 가장 관심을 갖는 지역 3군데를 모두 돌아봤다. 당시의 기억을 더듬어보면 인도는 성장성은 있지만 너무 더디고 인프라가 열악했다. 2년전 방문했던 인도네시아는 화교자본이 장악했고 화려한 고층빌딩들로 가득차 있었다.

베트남은 그에 비해 이제 막 아파트와 고층빌딩이 들어서기 시작하면서 도시를 만들어가고 있다. 그만큼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는 얘기다. 외국자본이나 기업도 이곳에서 분주히 움직이고 있고 그 과정에서 금융의 역할도 더욱 커지고 있다.

지난 2015년 이맘쯤 인도네시아에 진출했던 한국계 기업은 2000개 정도. 당시 인도네시아 진출 국내은행 한 고위관계자는 "지상사 영업을 해도 충분히 먹고 살 수 있는 정도"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베트남에 진출한 한국계 기업은 5000개다. 이러니 국내은행들의 베트남에 대한 관심은 남다를 수밖에.

최근 몇달새 은행장들의 행보를 봐도 짐작할 수 있다. 위성호 신한은행장은 취임 후 첫 방문지로 지난주 베트남을 포함해 인도네시아, 캄보디아를 다녀왔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겸 국민은행장은 지난 2월 베트남을 방문한데 이어 지난달말 베트남 중앙은행 부총재를 초청해 주택금융워크숍을 열었다. 베트남에 호치민지점과 하노이사무소를 둔 국민은행은 하노이사무소의 지점 전환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김도진 기업은행장도 취임 후 첫 일정으로 지난 2월 베트남을 방문한 이후 현지법인 전환 승인 신청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한국씨티은행은 오는 7월 베트남 하노이에 코리아데스크를 새로 개설해 한국계 기업의 금융지원에 나설 예정이다.

 



◇ '플랙스컴'으로 얻은 비싼 교훈‥수익성 확보도 관건

국내에서 진출하는 은행이 늘어나고, 최근들어선 현지은행까지 가세해 한국계기업을 공략하면서 영업환경은 생각만큼 녹록지 않다는 게 은행 담당자들의 얘기다. 수익성은 그만큼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정윤 기업은행 호치민지점장은 "좋은 시절은 다 지난것 같다"고 털어놨다. 경쟁이 치열하다보니 가만히 앉아서 돈을 벌 수 있는 때는 지났다는 의미다. 이 지점장은 "한국 내에서의 경쟁은 더 심하기 때문에 여기서 살아 남아야 한다"면서도 "국내에서보다 두배 이상의 노력과 두배 이상의 시간이 걸린다"고도 강조했다.

 

실제 이 곳에 진출한 국내은행의 순이자마진(NIM)은 보통 2~2.5% 수준이다. 신한은행 베트남 현지법인을 제외하고 대부분 기업금융으로 먹고 산다. 대기업과 같은 우량기업은 2%도 채 안되는 경우도 있고 또 그레이존 기업으로 넘어가면 3%까지 올라가기도 한다. 국내보다는 높은 수준이지만 수익원을 다변화하고 저원가성 예금 유치 등을 통해 수익성을 더 높이는 것은 여전히 과제로 남는다.

 

지난해 '플렉스컴 사태'는 국내은행들에 뼈아픈 교훈을 남겼다. 삼성전자 1차 협력업체인 플렉스컴 국내 본사가 지난해 3월 부도가 났고 베트남법인에 대출해준 현지 국내은행 지점도 수십억원에서 많게는 100억원대를 물렸다.

지점 단위에선 적지 않은 규모다. 모행(본점) 보증이나 담보대출을 해준 은행은 그나마 손실을 덜었지만 모행 보증도 없이 신용대출로 해준 일부은행은 부실채권이 늘어나면서 손실을 입었다.

이는 베트남에서 네트워크 확대를 모색하는 국내은행들엔 자칫 치명타가 될 수 있다. 가뜩이나 현지은행의 부실채권 처리로 몸살을 앓고 있는 베트남 중앙은행은 부실채권(NPL)이 3%를 넘으면 감독을 강화하고, 인허가에 제한을 하고 있다. 이 때문에 국내은행들은 추가 부실이 발생하지 않도록 리스크관리를 강화하는 등 바짝 긴장하고 있다는 게 현지 관계자들 얘기다. 김규백 우리은행 호치민지점장은 "급속한 양적 성장에 따른 적절한 리스크관리가 베트남 내에서 성패를 가른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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