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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징 베트남]ⓛ-2 'M&A·지점확충' 메이저은행 대열에

  • 2017.06.18(일) 06:28

<포스트 차이나, 베트남-PART I. 금융>
신한베트남, ANZ 소매부문 인수로 리테일 파트 강화
우리은행, 법인 전환 후 공격적 점포 증설·업무제휴도

[베트남 호치민=원정희 기자]"외국계은행 순위는 의미없습니다. 리테일을 하는 순간 베트남 현지은행과 경쟁하는 겁니다. 로컬은행 중에서 의미있는 위치를 차지하고 비교우위 있는 은행을 만들어야죠."

평일 점심시간이 훌쩍 지난 시간이었지만 호치민에 있는 신한은행 베트남현지법인 1층 영업부는 북적였다. 쇼파에 앉아 순번을 기다리는 현지인들이 곳곳에 눈에 띄었다. 대부분 지·상사 영업을 위주로 하는 국내은행 해외 점포에서는 흔치 않은 풍경이다. 리테일 영업을 제대로 하고 있다는 방증일 터. 실제로 하루에 이 점포를 방문하는 고객이 200~300명, 결제일엔 500명까지 늘어날 정도란다. 하루에 한 점포서 번호표 50번까지 뽑히기도 힘든 한국 수준에 비할 바가 아니다.

신한베트남은행은 리테일영업을 본격화하면서 더는 외국계은행이나 한국계 은행을 경쟁상대로 여기지 않는다. 올 연말께 호주계 ANZ은행 인수를 끝내면 외국계은행 1위(자산 기준) HSBC를 단번에 제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보단 로컬은행을 타깃으로 삼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올해 초 현지법인으로 전환하면서 이제 막 리테일 영업에 도전장을 내민 우리은행도 공격적인 네트워크 확대 계획을 세우는 동시에 포트폴리오 다변화에 나선다.

 

▲ 호치민에 있는 베트남 현지법인 본점 영업부. 하루 200~300명 정도 방문한다고 한다.



◇ 신한베트남, 현지은행 붙어보자‥리테일 수익원 다변화

신한베트남은행이 ANZ은행 베트남 소매부문을 인수한 것은 신한 내부적으론 '신의 한수'로 평가받고 있다. 리테일 확대에 더욱 탄력을 받을 것이란 전망이다.

신한베트남은행이 자동차담보대출이나 주택담보대출에 강점이 있다면 ANZ은행은 신용카드와 신용대출에 강점을 지니고 있다. 신용카드 부문을 흡수하면 현지시장을 통틀어 6~7위권으로 진입하고 2~3년 내 3위권 진입도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신용대출 시장에 ANZ의 신용평가시스템과 노하우를 활용할 수 있게 된 점 역시 긍정적이다.


신동민 신한베트남 현지법인장은 "ANZ 인수로 신용카드, 신용대출, 모기지론, 카론 등 개인금융의 기본무기가 다 장착되는 셈"이라며 "인수가 마무리되면 내년부턴 더 다양한 상품군과 포트폴리오를 선보일 수 있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한베트남이 리테일을 시작한 것은 불과 4년 전이다. 2011년 개인대출 제로상태에서 지금은 3억 5000만달러까지 늘어났다. 최근 1년새 100% 성장세를 자랑한다. 대출자산에서 개인대출 비중은 25% 수준으로 올라섰다. 성장속도가 가팔라진 데는 현지인 지점장 5명과 리테일 RM 150명 덕분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특히 현지인 지점장에게도 한국인 지점장과 똑같은 수준의 여신 전결권을 부여하고 있는 점이 눈에 띄었다. 신 법인장은 "처음 이들에게 여신전결권을 똑같이 준다고 하니 일각에서 반대가 심했다"며 "우리 직원을 믿지 않으면 안되는 일이었다"고 말했다. 이것이 도전적인 목표를 달성할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인 셈이다.

 



신 법인장의 집무실을 나오니 사무실 한 켠에 '스마트 리테일 2.2.2.!'란 캠페인이 눈에 들어왔다. 올해 목표란다. 리테일 대출 순증 2억달러, 카론 잔액 5000만달러에서 올해 1억달러로 두배 달성, 신용대출 역시 2000만달러에서 4000만달러로 2배를 늘리자는 목표다. 베트남에도 모바일 시대가 빨리 오고 있는 점 역시 긍정적이다. 최근 은행원을 대상으로 한 뱅커론이 써니클럽을 통해 한달만에 100만달러 정도 나간 것은 고무적이라는 평가다.

 

리테일뱅킹을 강화하면서 순이자마진(NIM, 5월말 기준)도 4% 가까운 수준에 이르렀다. 기업금융만 해서는 달성하기 어려운 수치다. 통상 정기예금과 대출간 예대마진이 2%에 불과한 점을 고려하면 이는 개인과 기업으로부터 유치한 유동성예금(저원가성 예금)이 풍부한 영향이 크다. 유동성 예금은 송금이나 인터넷뱅킹, 세금납부 등 각종 거래가 편리해야 늘어날 수 있다는 게 신한 측 설명이다.

◇ 현지법인 전환 후 리테일 시장에 도전장 낸 우리은행

 

신한베트남은행의 성과는 다른 국내 은행들에도 긍정적인 자극이 되고 있다. 우리은행도 현지법인 전환 후 리테일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한국계 진출기업의 공장 인근에 지점을 내는 전략으로 접근 편의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달중 개점하는 박린지점이 대표적이다. 베트남 북부의 삼성 디스플레이 공장과 협력업체가 몰려있는 곳이다.

 

김규백 우리은행 호치민지점장은 "리테일을 보고 들어가는 것"이라며 "공단에는 돈 버는 직원들이 많고, 또 업체 종업원들과의 거래가 용이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현지인 니즈에 맞는 상품개발을 위해 현지인 직원을 중심으로 상품개발팀을 운영하고 있다"며 "현지기업과 적극적인 업무 제휴도 추진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 우리은행 호치민 지점. 올해 초 하노이 현지법인 출범 후 리테일뱅킹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하루 150명 정도 방문하다.



최근 건설경기 활황으로 호치민 시내에 1만 세대 입주 아파트를 비롯해 적게는 2000~3000세대 아파트 공급이 늘고 있고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아파트 수요가 늘고 있는 점은 호재다. 부동산담보대출과 신용대출을 중심으로 리테일 비중을 늘리고 있다.

다만 여전히 하노이와 호치민에 각각 지점 한개를 두고 리테일 영업을 하기엔 역부족이다. 베트남우리은행은 내년에 4~5개 지점을 개설하는 등 매년 5~7개 지점을 늘려 단기간에 지점을 20개 안팎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하노이에 있는 우리은행 베트남 현지법인에서 종합적인 전략을 마련 중이다.

 

당장엔 모바일뱅크, 위비뱅크 등 비대면 채널을 활용하는 쪽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 우리카드도 진출해 올해 하반기 신용카드 서비스를 내놓는다. 김 지점장은 "우선은 플래티넘 카드 등 프리미엄 신용카드 시장을 주 타깃으로 삼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베트남의 변화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한국의 모바일뱅크 수준의 채널을 구축하고 직불카드에 이은 신용카드 출시 등과 맞물려 리테일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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