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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적 압박에 우울증'…심리 상담 나선 금융권

  • 2017.07.03(월) 16:08

신한은행·하나은행 등 사내 상담센터 운영
감정노동 스트레스 심각..."과당경쟁 근절" 주장도

#우리은행 팀장 A씨는 한동안 여자 후배들의 롤모델로 통했다. 여성으로서 흔치 않게 간부직에 올라 선망을 받았으나 승진 직후 급증한 영업 압박으로 우울증에 걸렸다. 보다 못한 주변에서 은행을 그만두라는 권유까지 했지만 일 욕심 때문에 포기하지도 못한 채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기업은행 신입행원 B씨는 국내 굴지의 외국어고등학교와 대학교를 나온 수재다. '고스펙'이지만 취업난으로 일자리를 구하기 어려워 텔러직으로 들어갔다. 창구에서 '진상' 고객을 만날 때마다 "이러려고 공부를 했나" 자괴감이 들지만 퇴사하긴 막막해 한숨 짓고 있다.


금융권이 직원들의 심리 상담에 나섰다. 외부 상담 서비스를 지원할 뿐만 아니라 사내 상담센터를 운영하기까지 한다. 영업 압박, 감정노동 등으로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직원들이 적지 않은 만큼 조치에 들어갔으나 핵심성과지표(KPI) 개선 등 본질적 해법을 찾아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 회사 안에서 직접 상담해준다

금융회사들은 사내 상담센터를 직접 운영하면서 직원의 정신건강 관리에 들어갔다. 신한은행은 지난 달 본점에 '마음 두드림 열린상담센터'를 열었다. 상담 자격증을 지닌 직원, 강북삼성병원 심리 상담 전문가 등이 임직원 대상으로 상담을 해준다. KEB하나은행도 지난해 본점에 '직원행복센터'를 열어 상담을 실시하고 있다.

금융권은 과거에도 직원들의 심리 상담을 지원했다. 하나카드는 2015년 EAP(Employee Assistance Program)를 도입했다. EAP는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직원에게 외부 상담기관의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제도다. IBK기업은행도 2008년 시작한 EAP를 꾸준히 운영 중이다.

외부에 맡기던 심리 상담을 직접 실시할 정도로 강화하는 건 실적 압박과 감정 노동으로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직원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 김부겸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현 행정자치부 장관) 등 주최로 열린 '감정노동 실태조사 분석결과 발표 및 감정노동자 보호입법 추진 토론회'의 설문 결과에 따르면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소속 응답자의 33.6%가 고객 응대 과부하에 시달리고 있었다. 특히 응답자의 49.1%는 회사의 보호를 받지 못한다고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 신한은행 '마음 두드림 열린상담센터' 모습. (사진: 신한은행 제공)

◇ "상담 도움되지만…" 영업 부담은 여전

강화된 상담 제도에 대해 한 은행 관계자는 "외부 상담기관까지 가지 않고도 언제든 편하게 이용할 수 있어서 직원들의 정신 건강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는 "심리 치료가 필요한 직원에게 도움을 주는 것을 넘어 행복한 직원과 활기찬 조직을 만들 것"이라고 했다. 

긍정적인 시도지만 본질적 해법이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 시중은행 지점장은 "지점별 실적을 매일 줄 세우기 때문에 지점장들의 스트레스가 크다"면서 "상담을 받으면 일시적으로 스트레스를 덜 수는 있지만 실적 부담은 여전할 것"이라고 토로했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관계자는 "김기식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발의로 지난해 통과된 은행법 개정안에 따르면 금융회사는 악성 민원인을 만난 직원의 심리 치료를 지원해야 한다"면서 "감정 노동 관련 상담 서비스는 당연한 조치"라고 말했다. 

이어 "회사에서 경영목표를 무조건 밀어 붙이는 한 상담센터를 도입해도 영업 스트레스를 덜기 힘들다"고 덧붙였다. KPI 항목 등을 합리적으로 정하고 과당 경쟁을 근절하는 제도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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