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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적폐 낙하산'…원칙부터 세워야

  • 2017.07.05(수) 16:40

최종구 금융위원장 내정자는 관피아(관료 출신과 마피아의 합성어) 낙하산이었다. 그가 있던 SGI서울보증과 수출입은행은 정부의 입김이 미치는 기관이어서 논란은 덜 했지만 사실상 '위에서 내리꽂은' 정황만 보자면 낙하산이 분명했다. 

그러나 최 내정자의 부임에 불만을 드러내는 이는 거의 없었다. 관에서도 금융감독원에서도 능력과 리더십을 두루 인정받은 실력자였기 때문이다. 이번 금융위원장 내정에도 '될 사람이 됐다'는 좋은 평이 대부분이다.

최종구 내정자의 사례는 금융권 낙하산을 바라보는 시선의 양면성을 잘 드러낸다. 금융 공기업 수장에 같은 관료 출신 인사가 오더라도 누구는 낙하산으로 비판받지만 누구는 올 만한 사람이 왔다는 평을 듣는다. 또 어떤 경우에는 노동조합이 사력을 다해 막지만 다른 경우에는 '형식적인' 반대에 그친다. 전문성을 갖춘 데다가 세평도 좋았던 최 내정자의 경우 후자에 해당했다. 

그에게는 정치색이 덜하다는 장점도 있었다. 반면 평은 좋지 않지만 정권 유력 인사들에 줄을 대 수장이 된 이들은 이제 '교체 명단'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물론 평이 엇갈려 자리가 애매한 이들도 있다.

이처럼 누구는 낙하산이 되고 누구는 아닌 게 되는 '혼란'이 벌어지는 이유는 하나다. 각 기관에는 사장후보추천위원회 등을 통한 공식적인 수장 선임 절차가 있는데 이를 무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내부적인 절차를 거치긴 하지만 사실상 정부의 입맛에 맞는 인물을 내정해 '내려보낸다'는 것은 공공연하게 알려진 사실이다. 금융위원회와 기획재정부 등 관련 부처는 이런 식으로 인사 적체를 해소하기도 한다. 

최 내정자는 SGI서울보증에서도 수출입은행에서도 직원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다고 한다. 그러나 그도 선임 절차가 적절하지 못했다는 점에서는 자유롭지 못하다.

최 내정자의 내정 소식이 알려진 후 금융권에서는 다시 낙하산에 대한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수장 자리가 비어 있는 일부 금융공기업은 물론 회장의 임기가 끝나가는 손해보험협회, 은행연합회 등 민간 협회에 누가 올지에 벌써 관심이 쏠린다. 

아직 임기가 많이 남은 이들 중에서도 정치색이 짙거나 평이 안 좋은 이들이 교체될 것이라는 얘기가 돈다. 일각에서는 정권이 10년 만에 교체되는 만큼 대대적인 물갈이가 있으리라는 우려 섞인 전망도 나온다.

▲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최 내정자는 금융권의 이런 '혼란'에 어느 정도 빚이 있다. 그가 금융위원장으로 내정되기까지 돌고 돌면서 생긴 빈자리가 두 곳이나 된다. 최 내정자는 게다가 지난 정권의 적폐를 청산하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첫 금융위원장이다. 금융권에 여전히 남아 있는 내리꽂기식 낙하산 관행부터 뜯어고쳐야 한다. 물론 본인 역시 낙하산의 장본인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반성이 우선돼야 할 것이다. 

금융공기업과 민간 협회, 또 금융사들이 관료 출신이든 학자 출신이든 또는 정권에 연이 있는 실력자든 적합한 인물을 알아서 찾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금융권에서 끝없이 반복되는 '낙하산' 논란을 해소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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