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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계 금융사 진단]下 10년만에 꺼낸 '규제 카드'

  • 2017.07.06(목) 16:59

금융당국 '통합감독 도입' 등 규제 강화 가능성
공정위·국회도 의결권 제한 논의‥사업재편 불가피

재벌계 금융회사는 물론이고 해당 금융회사가 속한 기업집단에 대한 감독과 법규제를 강화하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금융당국은 이들 복합그룹(금융+산업)에 대한 통합감독(복합금융그룹감독) 도입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재벌계 금융회사의 의결권 제한을 강화하는 쪽으로 검토하고 있다.
소관부처와 소관법률은 다르지만 재벌그룹(기업집단) 혹은 총수가 지배력을 강화하는 등 여러가지 이유에서 금융회사를 동원하거나 이용함으로써 벌어질 수 있는 부작용을 막겠다는 취지로 볼 땐 일맥상통한다.

둘다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 사안인데다 10여년 전 참여정부 시절 지금보다 더 강도 높은 수준에서 검토했던 정책이기도 하다. 예상보다 수위 높은 규제방안이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동시에 재벌그룹 스스로 금융계열사 출자지분을 정리하거나 중간지주회사 전환 등을 통한 자율적인 사업재편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 참여정부 시절 검토 이후 수면 아래로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시절 최종 공약집에 금융그룹 통합감독 시스템 도입과 금융계열사의 타계열사 의결권 행사 제한을 포함했다. 그보다 앞서 발표한 공약에선 '금산분리로 재벌이 장악한 제2금융권을 점차적으로 재벌의 지배에서 독립'하는 방안도 포함했지만 이는 최종 공약집에선 제외된 채 의결권 행사 제한으로 완화했다.

사실 이 논의는 노무현의 참여정부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4년 당시 재정경제부의 연구용역으로 김동환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금융계열분리청구제 도입방안'이라는 용역보고서를 만들었다. 사후적으로 금융당국이 법원에 재벌계열의 금융계열사분리 청구를 요청하거나 시급한 경우 분리명령까지 할 수 있는 안이 담겼다. 결국 이 안은 빛을 보지 못했지만 진보학자들 사이에선 꾸준히 거론됐다.

김상조 당시 한성대 교수(현재 공정거래위원장)는 2015년 금융그룹 통합감독 도입을 위한 공청회에서 통합감독 대상에 삼성물산 등 금융계열사를 지배하는 비금융회사도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향후 법제화 과정에서 금융당국이 중간금융지주회사 설치를 명령하거나 최후의 수단으로 계열 분리 명령까지 가능하도록 하자"고 제안했다. 발제자로 나선 김앤장 측 변호사는 "모범규준을 토대로 수정 및 보완해 법제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또 일각에선 재벌그룹의 부당 내부거래는 공정경쟁의 문제가 아니라 대기업 내 주주간 문제이기 때문에 공정위가 아닌 금융당국이 단속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도 내놨다.  하지만 이런 논의는 지난 10년간 보수정권 아래에서 수면 위로 오르지 못했다.

 

금융당국 '통합감독' 이번엔 칼 빼들까

2년전 공청회 당시 금융그룹 통합감독 대상으로 금융연구원에서 제시한 안은 ▲그룹 내 금융자산 5조원 이상, 비중 40% 이상, 자산 및 자기자본 비중 10% 초과 2개 이상과 ▲그룹 내 금융자산 5조원 이상, 비중 40% 이상 이다. 두번째 안의 경우 대상은 삼성, 한화, 동부, 태광, 현대 등 기업집단 계열 금융그룹과 우리, 산업은행, 기업은행, 교보, 미래에셋 등으로 확대된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당시엔 국제기준에 따라 대입을 해본 것이고, 이를 바탕으로 우리 실정에 맞게 검토하는 단계"라며 "여러 다른 대안을 검토해보고 있다"고 말했다. 당시 검토안이 보수정권 아래에서 최소한의 수준으로 검토된 안이라면 새 정부들어 대상 선정이나 감독 범위 등 더욱 강화된 안이 나올 가능성도 엿보인다.

 

금융계열사에 대한 의결권 제한 역시 국회에서 보다 더 적극적으로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올해초 더불어민주당 제윤경 의원과 박용진 의원이 각각 관련 법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과정에서 삼성생명이 자산운용사에 찬성표를 던지도록 압박한 의혹 등이 지난해 이후 다시 불거지면서 이 논의 또한 탄력을 받는 분위기다.

 



공정거래법은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에 속하는 금융·보험사 등이 계열사 주식에 대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만 해당 계열사의 다른 회사로의 합병이나 양도 등의 경우 예외를 인정해주고 있다. 이 때 15% 이내(특수관계인 포함)에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 박 의원은 예외조항에서 합병과 양도를 아예 제외하자는 내용으로 개정안을 발의했고, 제 의원은 금융사의 의결권 행사를 3%를 넘지 못하도록 하는 개정안을 발의했다.

 

국회 정문위원회 정무위원 또한 지난 3월 긍정적인 내용의 검토보고서를 냈고, 공정위 역시 방향성에 공감했다. 이런 법개정 논의는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 "자율적 사업재편 유도해야" 주장도

아이러니하게도 10여년 전 강력한 규제도입을 강조했던 김동환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보고서에선 기업집단의 자율적인 사업재편을 유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부당지원을 막기 위해선 의결권 행사를 제한하거나 출자지분을 처분하는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역설하면서도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점을 토로하기도 했다.

 

금융계열사의 의결권을 제한하거나 사후적인 출자지분 처분을 법원에 청구 혹은 행정명령을 내릴 경우 행위주체와 책임주체가 달라 이같은 조치를 취하도록 청구하거나 명령할 근거가 모호하다는 지적이다. 재산권 침해 논란 또한 여전하다.

전 금융당국 고위관계자는 "결국 재벌들이 선택해야 할 문제"라며 "금융그룹 통합감독을 통해 규제를 강화하면서 재벌그룹들이 금융사를 매각하는 쪽으로 유도하는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리즈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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