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세지감 손보업계 '차 보험 경쟁 체제로'

  • 2017.07.19(수) 06:56

동부화재, 대형사 중 첫 보험료 인하 단행
현대해상·KB손보 '검토'…삼성화재도 가세할듯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상위사가 보험료 인하를 결정하는 경우 과점 구조가 보다 강화될 가능성이 있다."

국내 자동차보험 시장에서 대형 손해보험사의 점유율이 확대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 증권가의 한 애널리스트는 이렇게 분석했다. 삼성화재와 동부화재, 현대해상, KB손해보험 등 국내 대형 손해보험사가 최근 들어 우량 고객들을 끌어들이는 데 성공했는데 앞으로 보험료까지 내리면 점유율을 더욱 확대하리라는 전망이다.

실제 대형 보험사들은 최근 1~2년간 보험료 인상과 금융당국의 제도 개선 등을 통해 만년 적자이던 자동차 보험에서 이익을 내기 시작했고 이젠 이를 바탕으로 보험료를 내리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일각에선 정권이 바뀌면서 눈치를 보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오지만 보험 업계에선 보험사들끼리의 경쟁이 불붙은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 치고 나가는 '동부화재'…대형사들도 '검토'

동부화재는 다음 달 16일 책임개시 계약부터 자동차 보험료를 1.0%(개인용 0.8%, 업무용 1.3%) 내리기로 했다. 동부화재는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개선돼 자동차보험 가입 고객에 혜택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동부화재에 따르면 지난 5월 누계 기준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77.5%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6%포인트 낮아졌다. 손해율이란 고객에게 받은 보험료 대비 지급한 보험금 비율을 일컫는데 통상 77~78%가량을 손익분기점으로 본다. 손해율이 낮아졌으니 보험료를 깎을 여력이 생겼다는 의미다.

금융당국이 지난 2015년 말 보험 자율화를 추진한 이후 줄줄이 차 보험료를 올리던 손해보험사들은 올해 들어서는 다시 보험료를 내리는 분위기다. 지난해 2월 악사손해보험을 비롯해 더케이손해보험, 메리츠화재, 한화손해보험 등이 차 보험료 인하를 발표했다.

그런데도 삼성화재와 동부화재, 현대해상, KB손보 등 국내 대형 4사의 경우 소극적인 모습이었다. 지난해 말 삼성화재가 보험료를 내려 다른 대형사들이 잠시 우려하기는 했지만 대형사들의 시장 점유율이 오히려 확대하면서 '경쟁을 위한 인하는 없다'는 입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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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벼랑 끝 몰린 중소형사…'부익부 빈익빈'

이런 상황에서 동부화재가 보험료 인하를 단행한 것은 경쟁을 위한 '전략적인' 차원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한 대형 보험사 관계자는 "동부화재를 비롯해 현대해상 KB손보 등 2~3위권 보험사들의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며 "이들이 보험료 인하로 효과를 보면 당장 여유가 있는 삼성화재 역시 가만히 있을 수만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은 중소형 보험사들이다. 최근 대형사들이 우량 고객을 타깃으로 특약을 확대한 탓에 고객을 뺏겼는데 보험료까지 인하하면 상황이 더욱 악화할 것이라는 우려다. 중소형사들은 게다가 손해율 개선이 더뎌 보험료를 인하할 여력이 없다는 입장이다. 한 소형 보험사 관계자는 "최근 들어 자동차 보험 시장에서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커지고 있다"며 "대형사들이 보험료까지 내리면 그나마 남은 고객들도 더 뺏길 형편"이라고 강조했다.

아직 보험료를 인하하지 않은 대형사들도 고민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이들은 공식적으로는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는 입장만 내놓고 있다. 그러나 당장 7~9월 장마와 태풍 피해가 있으면 손해율이 오를 수 있기 때문에 섣불리 결정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다른 대형 손보사 관계자는 "정권이 바뀌면서 '보험 자율화' 기조가 퇴색한 것 아니냐"며 "이번에 보험료를 내리면 나중에 손해율이 뛰어도 보험료를 올리기 어려울 것 같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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