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대출 '무주택 실수요자 대책' 나왔지만

  • 2017.08.07(월) 17:01

이미 계약체결한 무주택 실수요자, 기존 대출규제 적용
대출규제 사실상 일괄적용해 실수요자 내집마련 어려워

부동산 잔금 납부를 앞두고 발을 동동거렸던 무주택 실수요자들은 구제를 받을 수 있게 됐다.

 

금융당국이 지난 3일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 지정 이전(8월2일) 주택매매계약을 하고 잔금을 치르지 못한 실수요자를 대상으로 대출 구제안을 내놨다. 무주택세대에 한해 일정 요건을 충족하는 경우 지난 2일까지 은행에 대출을 신청하지 못했더라도 기존 LTV(주택담보인정비율) 60%를 적용할 수 있게 된다.

당장에 일부 실수요자들의 피해는 막을 수 있게 됐지만 서울서 내집마련 계획을 가진 무주택 실수요자들은 사실상 일괄적인 대출규제로 인해 내집마련이 더욱 어려워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쏟아내고 있다.

 

 

◇ 잔금 앞둔 실수요자 기존 LTV 60% 적용

금융당국은 7일 지난 8.2대책에 따른 실수요자 피해를 막기 위해 감독규정 개정안 부칙 제3조에 대한 해석을 통해 기존 대출규제를 적용받을 수 있는 사례를 마련했다.

 

무주택세대가 아파트매매계약 체결 이후 잔금 납부를 앞두고 있는 경우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 지정일 전일까지 은행에 대출을 신청하지 못했더라도 기존 LTV 60%를 적용받을 수 있다. 아파트매매계약서와 거래신고필증, 혹은 거래신고필증이 없으면 계약금 입금증 등을 통해 거래사실을 명확하게 증명해야 한다. 무주택세대를 판단할 땐 분양권도 주택으로 간주한다.

 

2일 이전 아파트를 분양받은 무주택 수분양자도 시행사가 은행에 중도금대출을 신청하지 못했더라도 기존처럼 중도금대출을 분양가액의 60%를 적용받을 수 있다. 분양권을 전매하면서 기존 수분양자의 중도금대출을 인수하는 경우에도 무주택세대인 경우 기존 대출규제를 적용받는다. 단 적법한 전매절차를 통해 매입한 분양권이어야 한다. 입주권을 매매하면서 조합원의 이주비대출을 인수하는 경우에도 무주택세대이고, 입주권매매계약서와 거래신고필증(혹은 계약금 입금증)을 통해 거래사실을 명확하게 증명하면 된다.


◇ 실수요자 내집마련 어떻게 될까

이미 부동산계약을 한 실수요자에 대한 구제책이 나왔지만 당장 서울 등 투기지역이나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된 지역에서 내집마련을 하려던 실수요자들의 당혹감은 여전히 크다. 금융당국이 서울 전 지역을 투기과열지구로 지정했고 이에 따른 대출규제 또한 일괄적으로 40%로 낮췄기 때문이다.

서울의 경우 불과 얼마전까지만 해도 LTV 70%를 적용하다가 지난 6월 대책때 60%(청약조정대상지역), 8월대책 이후 40%로 대출한도가 큰 폭으로 떨어졌다. 6억원 짜리 집을 살 때 기존엔 4억2000만원까지 대출이 가능했는데, 이후 3억6000만원, 지금은 2억4000만원만 대출이 가능한 셈이다.

최근 목동에 내집마련을 한 김 씨는 "몇 달 전 LTV 70%를 적용해 한도를 꽉 채워서 대출을 받았기에 집을 살 수 있었다"며 "요즘처럼 LTV 40%를 적용했더라면 서울에서 집을 사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지난해 하반기 기준 국민은행의 서울지역 주택담보대출 평균 LTV는 57%에 달한다. 서울에서 집을 살 때 사실상 집값의 60%가까이를 대출로 충당했다는 얘기다.

정부가 실수요자에 한해 규제비율을 10%포인트 완화해 서울의 경우 50%까지 대출을 받을 수는 있다. 맞벌이 부부인 경우 실수요자 기준인 부부합산 연소득 6000만원(생애최초 구입자 7000만원) 이하에 해당하지 않으면 이마저도 어렵다.

금융당국은 이번 대책으로 집값이 안정화되면 실수요자들의 내집마련 기회도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권 한 관계자도 "대출한도가 줄어들긴 하지만 부동산 가격이 떨어진다면 실수요자 입장에선 득이 더 클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하지만 강남 등 투기지역 일부를 제외하곤 집값이 크게 떨어지지 않으면, 이미 치솟은 집값에 대출조차 힘들어지면서 내집마련은 더욱 멀어질 수 있다고 걱정하고 있다.

정희수 하나금융경영연구소 개인금융팀장은 "부채를 억제하는 차원에서 일괄적으로 LTV·DTI를 적용한 듯 하다"면서도 "집값이나 소득수준 등 실수요자 별로 차별적으로 대책을 강구하지 못한 점은 아쉽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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