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아진 대출문턱]②1400조 가계대출 잡힐까

  • 2017.08.09(수) 08:22

가계대출 '폭증세' 주춤…평년보단 높은수준
아파트 입주 등 수요 여전…풍선효과 우려도

정부가 '8.2 부동산 대책'에 이어 조만간 가계부채 종합대책까지 내놓으면 최근 급증하던 가계대출 증가세는 어느 정도 둔화할 전망이다. 이미 발표한 LTV·DTI 강화만으로 당장 올 하반기에 투기지역에서 4조 3000억원의 추가 대출을 막는 효과가 예상된다.

다만 정부가 가계대출의 문턱을 강제적으로 높이긴 했지만 대출 수요가 여전한 점은 변수다. 오는 2019년까지 예정된 대규모 아파트 입주 물량 등을 고려하면 집단대출을 중심으로 과거 평균 수준을 웃도는 가계대출 증가세가 여전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대출 수요가 다른 쪽으로 옮겨가는 풍선효과가 나타날 가능성도 점쳐진다.

◇ 급증세 꺾였지만 여전히 빠른 증가 속도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전 금융권 가계대출 증가 규모는 36조원 6000억원이다. 지난해 상반기 46조 5000억원과 비교하면 증가세가 눈에 띄게 줄었다. 금융당국이 은행과 비은행 금융사의 대출 규제를 점차 강화한 효과다.

여기에 더해 지난 2일 내놓은 LTV·DTI 강화를 통해 올해 하반기 가계대출 증가세도 어느 정도 줄일 수 있을 전망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이번 규제로 투기지역과 투기과열지구 은행 주택담보대출 규모가 예상보다 4조 3000억원 축소할 것으로 추산된다.


정부가 이달 말 내놓을 예정인 가계부채 종합대책까지 더해지면 은행권뿐 아니라 전 금융권의 대출 문턱이 더욱 높아지게 된다. 이를 통해 지난 2015~2016년 수준의 가계부채 '고공행진'은 어느 정도 피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 대규모 아파트 입주 등 대출 수요 여전

문제는 가계부채 증가세를 어느 정도까지 잡을 수 있느냐다. 상반기 가계대출 증가 규모는 전년보다는 줄었지만 2012~2014년 상반기 평균인 13조 5000억원보다는 세 배에 달하는 수준으로 여전히 많다.

대출 수요도 여전하다. 지난 2014년 하반기 이후 분양된 아파트 입주가 올해 하반기부터 시작되면서 잔금대출 등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아파트 입주 물량은 올해 38만 호, 내년 43만 호, 2019년 32만 호 등이 예정돼 있어 평균 수준을 상회하는 대출 수요가 불가피하다.

▲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한국은행은 최근 통화신용정책보고서를 통해 "하반기 중 가계대출은 신규 분양 및 입주 물량 증가, 경기 회복 등에 따른 주택가격 상승 기대로 상반기보다는 증가 폭이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 신용대출 증가 '풍선효과' 우려

대출 수요가 여전한데 정부 대책이 공급을 줄이는 데에만 집중돼 있어 '풍선 효과' 등의 부작용이 우려된다. 예를 들어 은행 주택담보대출을 조이면 저축은행 등 2금융권 대출이나 신용대출 등으로 수요가 쏠리는 식이다. 이 경우 대출자의 부담은 더 커지게 마련이다.

실제 올해 1분기 당시 추이를 보면 은행 가계대출은 1조 1000억원 늘어나 지난해 같은 기간의 5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지만 저축은행, 새마을금고 등 비은행 대출은 되레 늘어났다. 정부가 은행 대출 규제에 집중한 탓이다. 마이너스 통장 등 신용대출이 늘어나는 현상도 나타나면서 가계대출의 질이 악화하고 있다는 우려도 있었다.

올 하반기에도 신용대출이나 자영업자 대출이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 일각에서는 최근 출범한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에 대출 수요가 몰리는 것에 우려의 시선을 보내기도 한다. 이를 계기로 금융권에서 신용대출 경쟁이 벌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카카오뱅크는 출범한 지 13일밖에 되지 않았는데 대출금액은 7700억원에 달한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대출 규제만으로 가계부채 증가세를 조절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한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돈을 빌리기 어렵게 만드는 대책만으로는 가계부채 증가세를 떨어뜨리는 데 한계가 있다"며 "주거 안정 대책, 투기 억제 대책, 가계소득 증대 대책, 자영업 상황 개선 대책 등을 망라한 '범정부적인 종합 대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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