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흥식 금감원장이 그리는 '은행 지배구조'

  • 2017.09.12(화) 06:28

금융연구원 시절 '지배구조 개선' 연구
겸직구조 지적하고 위원회 독립성 강조
20년 흘러도 그대로…'감독자' 역할 주목

연이은 금융그룹 지배구조 논란 속에서 최흥식 신임 금융감독원장의 시각이 주목된다. 최 원장은 과거 금융연구원 보고서에서 금융회사 수장의 이사회 의장 겸직을 비판했다. 이사회 내 위원회의 독립성이 높은 해외은행을 모범사례로 제시하기도 했다.

최 원장이 지적한 문제들은 현재까지 개선되지 않았다. 지방금융그룹 회장들은 겸직구조 속에서 권력 견제를 받지 못하다 잘못된 결정을 내렸다. KB금융그룹 회장은 연임 준비 중 롱리스트(회장과 계열사 대표 후보자 명단)를 관리하는 위원회에 속해 논란을 샀다. 최 원장 취임 이후 금융그룹들의 지배구조에 변화가 있을지 주목된다.

◇ "은행장•이사회 의장 역할 분리해야"

최 원장은 금융연구원 부원장이었던 2000년 '국내은행 지배구조 개선방안' 연구에 참여했다. 그는 보고서에서 이사회의 독립성을 확보하고 운영 성과를 높이려면 은행장과 이사회 의장의 역할을 나눠야 한다고 밝혔다. 단순히 은행장과 이사회 의장 자리를 떼놓는데 그치기보다 기능을 제대로 분담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보고서는 "국내은행(15개)의 80%가 은행장과 이사회 의장의 직무기술서를 두지 않고 있으며 구비한 경우에도 구체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은행장은 이사회의 결정사항을 이행하는 집행부 최고책임자인 반면 이사회 의장은 은행 지배구조를 유지하는 의사결정기구 책임자"라고 규정했다.

이사회 내 위원회 구성방안도 소개했다. 모범사례로 꼽은 캐나다의 몬트리올은행은 대다수 위원회를 사외이사로만 구성했다. 은행장과 기타 임원의 승계계획을 검토하는 
인적자원 및 경영자보상위원회 등 주요기구는 구성원 전체가 사외이사다. 그만큼 경영진으로부터의 독립성이 높은 셈이다.

 

연구에 참여한 한 학자는 "외환위기 발생 이후 이사회 모범규준을 만들면서 현재 상태로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해외에선 어떤지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시대적 상황에 맞게 지배구조를 세워야 하기 때문에 정답은 없다"고 덧붙였다. 


◇ 겸직구조 여전…위원회 독립성도 논란


최 원장이 꼽은 지배구조 문제는 20년 가까이 지나고서도 바뀌지 않았다. 지주체제 도입 후 은행장 대신 금융그룹 수장을 맡은 회장은 여전히 이사회 의장을 겸하고 있다. BNK금융과 DGB금융은 겸직구조 속에서 회장을 견제하지 못해 주가 조작, 상품권깡 등 잘못한 결정을 낳았다.

KB금융은 윤종규 회장의 지배구조위원회 참여로 논란이 일었다. 윤 회장은 롱리스트를 관리하는 지배구조위 산하 상시위원회에 참여한다. KB금융이 윤 회장을 후보자 추천과 의결에서 제외했다고 해명했지만 사외이사들이 얼마나 자유로울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최 원장이 지배구조에 문제의식을 지닌 만큼 금융회사들도 변화할지 주목된다. 금감원이 은행들의 경영실태평가를 진행하면서 지배구조를 점검하기 때문에, 더 이상 흘려들을 수 없는 여건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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