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고개 드는 '방카슈랑스 규제 완화' 논란

  • 2017.10.13(금) 17:26

은행권 "25%룰 완화·판매상품 확대" 요구
보험권 "설계사·중소보험사 타격 커" 반발

은행에서 보험 상품을 파는 방카슈랑스 규제에 대한 논란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최근 들어 방카슈랑스 영업이 주춤하면서 은행권에선 관련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반면 은행에 수수료를 내야 하는 보험사들은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은행과 보험 두 업권의 이해관계가 워낙 첨예한 이슈라 정부는 일단 뚜렷한 움직임을 보이지는 않는다. 하지만 규제를 바꿔야 한다는 은행업계의 주장이 계속된다면 제도의 적정성에 대한 점검이 이뤄질 것이라는 게 금융업권의 시각이다.

◇ '저축성 보험' 축소로 방카 채널 타격

올해 생명보험사의 방카슈랑스 채널 초회 수입보험료는 7월 말 기준으로 4조 1386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9.8%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방카슈랑스 초회보험료는 매달 6000억원대를 기록하다가 올해 들어 실적이 감소하기 시작해 지난 7월에는 2735억원까지 줄었다.

방카슈랑스 영업이 주춤하는 이유는 저축성 보험 시장이 축소된 영향이 크다. 보험사들은 오는 2022년에 도입되는 새 국제회계기준 IFRS17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저축성 보험을 축소하고 있고, 최근에는 4월 세법 개정으로 인해 저축성 보험의 비과세 혜택이 줄어들면서 수요가 급격히 줄었다.


방카슈랑스는 은행 창구에서 보험 상품을 팔 수 있도록 한 제도로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저축성 보험만 다루고 있다. 개인보장성 상품과 자동차 보험 등은 판매할 수 없다. 또 은행 창구에서 판매하는 한 보험사 상품의 비중이 신규 모집 상품 총액의 25%를 초과할 수 없다.

이에 따라 은행들은 현행 25% 룰을 완화하고 판매 상품을 자동차 보험 등으로 확대하는 규제 완화를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소비자들의 선택권을 위해서라도 규제 완화의 필요성이 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 은행권 "규제 완화로 소비자 편익 증대"


최근에는 이런 은행의 입장에 힘을 실어주는 보고서가 나오기도 했다.

이석호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방카슈랑스제도 시행 효과의 종합적 분석 및 시사점'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방카슈랑스의 핵심규제 완화 또는 폐지를 전향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 연구위원은 방카슈랑스 제도의 부작용으로 우려됐던 불완전판매 등이 실제로는 발생하지 않았고, 오히려 현행 규제 탓에 소비자 편익 등의 긍정적 효과가 제한적이라고 지적했다. 현행 규제를 완화할 경우 방카슈랑스의 긍정적 효과가 배가될 것이라는 게 이 연구위원의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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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발하는 보험사들 "설계사 일자리 타격"


방카슈랑스 채널이 급성장할 경우 수익에 타격을 받을 수 있는 보험사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은행들이 소비자 편익 등을 내세워 규제 완화를 주장하고 있지만 사실은 수익성을 높이기 위한 시도 중 하나라는 게 보험사들의 시각이다.

또 은행들의 요구가 실현되면 은행의 자사 보험계열사 몰아주기 문제가 발생해 중소 보험사들의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한다. 보험설계사들이 설 자리를 잃을 수 있다는 우려도 여전하다.

특히 보험사들은 은행 창구에서 자동차 보험 상품 등을 판매하기 시작하면 장기적으로 보험사 수익에 타격을 줄 거라고 우려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일단 관망하는 분위기다. 두 업권의 이해관계가 워낙 첨예한 문제인 탓이다.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방카슈랑스 확대가 소비자에게 유익한 점이 있긴 하지만 보험설계사의 '일자리'가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며 "당장 현행 규제를 바꾸기는 어려운 문제"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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