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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금융이 홀대받는 또 다른 이유

  • 2017.10.18(수) 17:36

국감서 드러난 금융권 전반에 만연한 '비리'

'우간다보다 못한 금융'과 '금융홀대론'. 우리나라 금융산업은 제조업 등 다른 산업에 비해 경쟁력이 한참 뒤떨어졌다는 꼬리표를 달고 산다.

실제 한 국제기구의 금융시장 평가 지수에서 우간다보다 못한 순위를 기록해 조롱을 받았고, 금융산업을 총괄하는 금융당국이 '현실과 다르다'며 발끈하는 일도 있었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는 정권 차원에서 금융산업에 대한 비전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금융홀대론'이 비등하기도 했다.

▲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지난 16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정무위원회의에서 열린 금융위원회 국정감사에 위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비판이 나올 때마다 금융권 인사들은 정치권에 비난의 눈길을 보냈다. 금융을 정치적으로만 이용하려고 하니 금융산업이 후진성을 벗어나지 못한다고 비판했다. 우리나라 금융정책은 녹색금융과 창조금융, 생산적 금융과 포용적 금융 등 정권 색깔에 맞추느라 급급해 장기적인 비전에는 신경 쓸 겨를이 없다는 주장이다.

이런 논리 뒤에는 금융권은 억울하다는 뉘앙스가 있다. 금융권에 있는 '플레이어'들은 열심히 뛰고 있는데 제도나 환경이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다는 정서다. 정치권이 바뀌고 정권이 장기적인 비전으로 금융산업 발전을 추진하면 우리도 '금융권의 삼성전자'를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도 배어 있다.

그러나 이번 국정감사에서 제기된 의혹들을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금융홀대론'을 외치던 금융권 인사들이 머쓱할 지경이다.

금융위원회는 인터넷은행 인가 과정에서 불투명하고 불명확한 의사결정으로 의혹을 초래했다. 금융감독원은 채용 비리와 주식 차명 거래, 방만 경영 등 조직 전반의 문제점이 무더기로 드러나며 '비리 종합세트'라는 비아냥을 듣고 있다. 한 시중은행은 일반 신입 공채에서 금감원과 국정원 등 유력 인사들로부터 채용 청탁을 받아 합격시킨 정황까지 나왔다.

이쯤 되면 정치권에 휘둘린 탓이 아니라 금융권 스스로 '정치화'하는 데에만 몰두하고 있던 게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들만하다. 금융을 산업으로 보지 않고 장기적인 비전이 없는 것은 오히려 금융권 내부의 문제 때문이 아닌가 하는 비판을 받아도 할 말이 없다.

금융위는 조직혁신기획단(TF)을 설치해 내부개혁을 추진할 계획이고, 금감원 역시 인사·조직문화 혁신 TF를 가동하고 있다. 금감원은 이와 함께 우리은행 특혜 채용 의혹을 계기로 전 은행권 채용 과정을 검토할 계획이다.

금융권은 분주하지만 외부의 시선은 여전히 싸늘하다. 금융당국은 금융권이나 조직 내부의 문제가 드러날 때마다 혁신을 약속했지만 크게 달라진 적은 없기 때문이다. '우간다보다 못한 금융'이라는 꼬리표를 떼려면 이번에도 '시늉'에만 그쳐서는 안 된다. 정치권과 금융권이 함께 금융산업의 근본적인 변화를 이끌 수 있는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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