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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인드 면접' 막상해보니

  • 2017.10.22(일) 12:57

편견 없앤다는 취지지만 새 걱정도
"채점 결과 바뀔라…"지원자들 불안
식사자리·자유복장 '신상 암시' 우려

# "저는 동…대학교 재테크 동아리에서 활동하면서 금융에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취업 준비생 남홍주씨(가명)는 은행 면접에서 진땀을 뺐다. 면접은 구직자의 이름, 출신학교 등 신상정보를 가리는 블라인드 방식이었다. 남씨는 자기소개를 하다 무심코 학교명을 밝힐 뻔해 말을 더듬었다. 속상했지만 공정한 채용을 위한 방침인 만큼 이해하고 넘어갔다.

금융권은 블라인드 면접을 실시해 언뜻 채용 비리를 저지를 수 없을 것처럼 보인다. 자세히 살펴보면 특혜가 비집고 들어갈 틈은 있다. 은행은 연필 사용을 제한하지 않아 점수를 조작할 수 있다는 우려를 산다. 복장으로 신상을 알리거나 식사자리에서 정보를 흘릴 가능성도 제기된다.

◇ "채점 결과 수정?" 찝찝한 구직자들

은행은 편견에 치우치지 않고 입사 지원자의 영업력을 보기 위해 블라인드 면접을 실시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실무진 면접(1차)에서 프레젠테이션, 집단토론 등 다양한 전형을 치를 때마다 다른 면접관을 만나도록 했다. 지원자 1명당 약 20명의 면접관을 거쳐야 하는 만큼 특혜를 주기 어렵다는 게 우리은행 측 설명이다.

문제는 면접관의 필기구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지난 17일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2016년 우리은행 신입사원 공채 추천 현황 및 결과' 문건을 공개하며 특혜 의혹을 제기했다. 연필로 채점한 후 청탁을 받은 지원자의 결과를 수정했다는 게 심 의원의 주장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연필을 쓰긴 하지만 간단한 메모를 위한 것"이라며 "빨간색, 검정색 볼펜도 같이 쓰고 채점표를 최종 제출하기 전엔 펜으로 점수를 기입한다"고 해명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도 "채점 결과를 전산화하는 만큼 조작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실무진 면접은 워낙 체계화돼 있어 외부에서 개입하기 어렵다는 게 금융권의 설명이다.

하지만 구직자들의 불안감은 잦아들지 않고 있다. 취업 준비생 서진영씨는 "입사 지원자는 필기와 논술전형에서 연필을 못 쓰게 하면서 면접관에겐 제한을 두지 않는 게 이상하다"고 꼬집었다. 금융회사 신입사원 류성혁씨는 "연필 채점은 나중에 무슨 짓을 할지 모르니 찝찝하다"며 "의심의 소지를 최대한 차단하고 마음 편히 면접을 보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저 부행장 아들인데요" 밥 먹다 알린다면


대다수 은행에선 실무진 면접을 마친 후 지원자와 면접관이 식사를 함께 한다. 오랜 시간 동안 고생했으니 회포를 풀기 위해서다. 이때 지원자의 태도를 채점에 반영하진 않지만 꾸미지 않은 인성을 파악하는데 참고한다. 일종의 '비공식 면접'으로 정착한 채용 관행이다.

하지만 공식적인 절차가 아닌 만큼 자유롭게 말할 수 있어 지원자의 신상정보를 드러낼 여지가 있다. 사전에 청탁을 받은 면접관에게 당사자임을 알릴 수 있다는 것. 이 경우 은행은 느슨한 관행으로 특혜 여지를 줬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자유 복장도 악용될 수 있다. 일부 은행은 정장에 과도하게 돈을 쓰는 구직자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평상복 차림으로 면접을 보도록 했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공채에서 '미용실에 가지 말고 정장 입고 오지 마라'고 공지했을 정도다.

대기업 인사부에서 일한 이한길씨는 "면접에 참여하는 임, 직원이 청탁한 지원자를 알아보도록 특정한 옷을 입었다는 정보를 사전에 공유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겉모습으로 편견을 갖지 않게 하지만 청탁 가능성도 열려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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