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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위기 반전 꾀했던 최흥식, '너무 높은 현실의 벽'

  • 2017.11.09(목) 16:12

대대적 인적 쇄신은 지연… '윗선 승인'에 난감
'채용 비리'에만 끼어맞춘 쇄신안…결국 마음가짐?

"현재로서는 저도 어떤 상황이 펼쳐질지, (임원) 검증 과정에서 어떻게 될지 말씀드리기 어렵다. 조만간 인사 발표를 하면서 말씀드릴 수 있을 것이다." (최흥식 금융감독원장, 11월 9일 금감원 '인사·조직문화 혁신안' 발표 브리핑)

채용 비리가 드러나 몸살을 앓고 있는 금융감독원이 9일 조직 혁신안을 내놨지만 기존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뜯어고칠 수 있는 방안과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 나온다. 혁신안과 병행할 조직개편 및 인사가 지연되고 있는 데다 이번에 발표한 방안마저 '여론 무마용'에 불과하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 최흥식(가운데) 금융감독원장과 금감원 임원들이 9일 서울 여의도 금감원에서 인사·조직문화 혁신안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금융감독원)

◇ 수석부원장 인사부터 막힌 '대대적 인사'

최흥식 금융감독원장은 이날 인사·조직문화 혁신안을 발표하면서 임원 인사와 관련, "상당히 대폭적인 인사가 있다"며 대대적인 인적 쇄신을 예고했다. 그러나 최 원장은 사실상 청와대가 최종 승인하는 수석부원장 인사 등과 관련해서는 "저도 어떤 상황이 펼쳐질지 모른다"며 "검증 과정에서 어떻게 될지 모르니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했다.

최 원장의 언급은 금감원이 처한 상황을 잘 드러낸다. 문재인 정부 들어 첫 금감원장인 최 원장이 취임한 지 두 달이 됐지만 '대대적인 쇄신'을 공언한 것과는 다르게 인사가 지연되면서 체면을 구기고 있는 현실이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금감원 임원 인사와 관련해 여러 얘기가 오르내리고 있다. 기존 관행대로 금융위 출신 인사를 수석부원장에 앉히려 했다가 청와대가 '금융관료 출신'을 반대해 좌초됐다는 얘기가 나온다. 또 부원장에 전직 금감원 임원을 앉히려 했지만 본인이 고사하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최 원장이 여론이나 윗선의 눈치를 보느라 인사를 강하게 추진하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취임 초 인적 쇄신과 조직 개편을 신속하게 마무리해야 이후 조직이 제대로 돌아갈 수 있는데 자꾸 늦춰지면서 '쇄신'의 동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비판이다. 일각에서는 금감원장이 임명할 수 있는 '부원장보'부터 인사를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까지 나온다.

금감원의 한 관계자는 "금감원이 인사를 빨리하고 싶어도 청와대 검증이 늦어지면 어쩔 수 없는 것 아니냐"며 "수석부원장과 부원장 인사가 마무리돼야 부원장보 인사를 진행하는 것도 불가피한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그러면서 "이번 사태가 벌어진 것은 외풍에 휘둘린 탓도 있는데 여전히 '독립적'으로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아 답답하다"고 하소연했다.

▲ 외부 인사로 금감원 인사·조직문화 혁신 태스크포스(TF) 위원장을 맡은 조경호 국민대 행정정책학부 교수가 9일 서울 여의도 금감원에서 쇄신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금융감독원)  

◇ "반쪽짜리 혁신안…실효성 떨어져" 지적도

결국 금감원의 혁신방안이 '반쪽짜리'가 됐다는 비판이 나온다. 대대적인 인적 쇄신과 조직 개편 없이 신입사원 채용 제도 개편과 직원 부정행위 방지 등의 방안만 담겨 무게감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또 이번에 발표한 '인사·조직문화 혁신안'이 여론 무마용에 불과하다는 비판도 있다. 조직문화의 근본적인 개선 방안을 고민한 결과라기보다는 감사원의 감사나 국회의 국정감사 등을 통해 드러난 '부정 채용', '부당 주식 거래', '음주운전', '규정조차 없는 임원 징계' 등의 문제점만 콕 집어 고치겠다는 내용으로 채워졌기 때문이다. 
관련 기사 ☞ '채용 비리' 금감원…블라인드 채용·직원 제재 강화

세부 방안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우선 금감원이 내놓은 블라인드 채용 방안의 경우 지연·학연이나 청탁 채용 등을 방지할 수는 있지만, 되려 합격자가 특정 지역이나 학교로 쏠리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는데 이에 대한 고민은 드러나지 않는다. 또 면접위원의 50%를 외부위원으로 위촉하는 방안은 객관성을 확보하겠다는 상징적인 의미가 있긴 하지만 금감원에 맞는 인재를 찾는 데에는 적절하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업무와 관련한 외부인 접촉을 제한하거나 주식거래와 관련한 규제를 강화한 방안도 마찬가지다. 이미 있던 규제를 더욱 강화하긴 했지만 이를 통해 정치권 등 외풍에 휘둘리는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금감원도 이를 모르는 게 아니다. 최 원장은 "아무리 규정을 만들어도 사람이 하는 것"이라며 "어떤 규정도 피해 나갈 수 있지만 (직원들이) 규정을 피하지 않고 여러 면에서 흠결 없이 하겠다는 마음가짐을 말하는 기회"라고 강조했다.

조경호 인사·조직문화 혁신 TF 위원장은 '외풍에 취약한 금감원 독립성 제고 방안은 없다'는 지적에 "공공기관의 거버넌스를 개편하는 작업이 병행돼야 가능한 이야기"라며 "직원 간 소통과 국민과의 소통에 중점을 뒀고 그런 소통을 통한 선제적 리스크 관리가 중요하다"고 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결국 이번 개선안이 대외용 반성문 그 이상 이하도 이 아니라는 걸 어느 정도 인정한 꼴"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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