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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연합회 이끌 김태영 '중량감보다 능력'

  • 2017.11.28(화) 18:53

구조개혁 등 '농협경험' 주목
"민간 '핸디캡' 극복…현안 챙겨야"

"농협 간부라는 사람들이 말이야. 농민들 다 죽어가는데 사고나 치고!"

2008년 겨울 농협에 불호령이 떨어졌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농민을 찾은 자리에서 농협 비리를 콕 찍고 나선 것. 갑작스런 호통에 옷을 벗은 간부 중엔 김태영 전 농협중앙회 부회장(당시 신용대표 이사)도 있었다. 부회장 재임기간에도 신경분리 문제로 기관들과 갈등하며 눈칫밥을 먹었다.

지난 27일 차기 은행연합회장으로 '깜짝' 내정된 김 전 부회장은 정치권의 풍파를 온몸으로 겪었다. 정치권 입김이 강한 농협 특성상 크고 작은 문제로 부대낄 수밖에 없었다. 농협에서 일한 경험을 바탕으로 정부와 은행권간 매끄러운 의견 조율을 이끌지 주목된다.

◇ '어부지리'라지만…역량·자질 기대


김 내정자 발탁엔 사실 '어부지리'가 작용했다. 당초 유력했던 후보들은 검증과정에서 흠을 적잖이 드러냈다. 홍재형 전 경제부총리는 정당법과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벌금형을 선고 받았다. 김창록 전 산업은행 총재는 '신정아 파문'에, 신상훈 전 신한금융지주 사장은 '신한 사태'에 휘말린 바 있다. 결국 논란을 덜 산 김 내정자가 은행연합회장에 최종 낙점됐다.

고위관료와 대형금융그룹 CEO에 비하면 은행권 수장으로서 무게 감은 다소 떨어진다. 하지만 개인 능력과 자질만 보면 적격한 인사라는 평가도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직원과 지점 수 등에서 농협은 대형금융그룹 못지 않게 큰 조직"이라며 "그만한 조직을 관리해봤으면 은행권 전체를 이끌기에 무리가 없다"고 말했다.

정치권 영향력이 큰 농협에서 40년 넘게 일한 경험을 토대로 업계 목소리를 잘 전달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김 내정자는 농협에서 신경분리 등 굵직한 구조개혁 작업에 관여했다. 당시 정치권, 각종 기관과 협조를 얻은 경험을 살려 기대 이상의 역량을 발휘할 수도 있다는 평가다.

◇ 김태영 "학벌 없이 일만으로 살아와"

워낙 의외의 인물이다 보니 문재인 정부와의 인연으로 자리에 올랐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대선 때 문재인 캠프 금융경제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일한 경력을 들어 연줄이 닿았다고 분석하는 것.

김 내정자는 "지인에게 우연히 (위원회에 참여해달라는) 전화를 받아 수락했지만 오갑수 위원장(전 금융감독원 부원장) 등 관계자를 만나지 않았고 의견을 낼 일도 없었다"면서 "(참여 사실을) 잊고 있었을 정도"라고 말했다. 위원회 발족 때 형식상 이름을 올려뒀지만 실제로 일하진 않다는 설명이다.

오히려 연줄과는 거리가 멀다고 해명했다. 김 내정자는 "평생 학벌 등이 아닌 일만으로 살아온 사람"이라며 "열심히 일로 은행장들과 애로사항을 나누고 개선할 점이 있다면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 민간 핸디캡 딛고 '밥그릇' 지켜야


김 내정자가 맡을 역할은 가볍지 않다. 은행은 공공성이 강한 만큼 은행연합회 차원에서 목소리를 강하게 내기보다 금융당국 방침을 따르는 분위기다. 하지만 금융업계간 영역 다툼이 심해지는데다 노동조합과의 갈등 불씨도 있어 업계의견 전달과 조율 책임이 크다.

우선 은행권 고유업무 사수에 대한 기대가 크다. 영업환경 악화로 다른 업계의 먹거리까지 넘보는 일이 잦아졌다. 실제로 하영구 은행연합회장은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과 수 차례 '밥그릇' 문제로 입씨름했다. 가뜩이나 손해보험협회 등엔 힘 있는 고위관료가 내려오는 판에 민간 출신인 김 내정자가 긴장을 늦춰선 안 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은행연합회장은 사측 대표기구인 사용자협의회 수장인 만큼 노조와의 갈등도 원만히 풀어가야 한다. 작년엔 박근혜 정부 정책인 성과연봉제를 밀어붙이는 과정에서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과 마찰을 빚었다. 정권 교체 후 해빙 분위기에 들어섰으나 노동이사제 문제로 또 다시 대립 기미를 보여 중재 필요성이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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