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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합리적' 가산금리 산정이란

  • 2017.12.29(금) 08:27

"이번 달 일 적었으니까 월급 덜 받아야 하는 거 아니야?"
"일 많을 때는 돈 더 줬어요?"


개그맨 박명수와 그의 스타일리스트의 <무한도전> 촬영 중 대화가 화제를 모은 적 있다. 업무량 등 연봉 산정의 근거를 하나하나 따져 낮추는 게 가능하다면 역으로 올릴 수도 있다는 반문이다. 언뜻 합리적으로 보이는 연봉 분석이 서로 손해라는 걸 재치 있게 꼬집었다.

금융당국이 주택담보대출 가산금리 산정 근거를 따지고 있다. 신한은행은 조달금리 인상에 따라 주택담보대출 가산금리를 올렸다가 금융감독원의 경고를 받았다. 조달금리 인상분은 기본금리에 포함되는데도 가산금리에 중복 반영했다는 지적이다.

최흥식 금융감독원장은 28일 송년 간담회에서 "은행이 자발적으로 가산금리를 정해야 한다"며 "금융당국은 산정 시스템이 잘 됐는지 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은행은 사실상 금융당국의 허락을 맡아야 대출금리를 정할 수 있게 됐다고 푸념한다.

가산금리 논란은 주택담보대출 금리 인상기만 되면 불거진다. 하지만 금융당국이 가산금리 인상 근거를 일일이 따져 제동을 거는 건 흔치 않은 일이다. 자칫 가격 통제로 이어져 시장 질서를 어지럽힐 수 있어서다.


은행은 이미 은행연합회를 통해 기본금리와 가산금리를 나눠 공시하고 있다. 정부 라이선스를 받아 독과점 수익을 내면서도 '고무줄' 금리로 소비자 부담을 키운다는 비판을 의식한 것. 은행은 가격 항목을 공개해 객관성과 공정성을 나름 확보했다. 각 항목의 산정 근거까지 추가로 따지는 건 과도하다는 불만이 나올 법 하다.     

금융당국 개입에 따른 역효과도 우려된다. '합리적' 근거에 따라 가산금리를 낮출 수 있다면 올리는 것도 가능하다. 은행은 근거만 합당하면 한층 떳떳이 고객에게 대출금리 인상분을 짐 지울 수 있다. 은행간 경쟁 압박도 줄어들 소지가 크다. '땅 짚고 장사'할 근거를 금융당국이 나서서 만들어주는 꼴이다.

대출금리는 시장 경쟁에 따라 결정되는 게 자연스럽다. 인터넷전문은행이 파격적인 조건의 신용대출을 내놓으면서 기존 은행도 줄줄이 금리를 내린 게 좋은 사례다. 
신한은행의 가산금리 인상도 가파르게 증가하는 대출 수요를 조절하려는 의도다. 이 역시도 시장에서 결정되는 것이다. 

정부의 '합리적' 개입은 때론 '비합리적' 결과를 낳는다. 당장의 가산금리 인상이 소비자 입장에서 유쾌하지 않지만 개입에 신중해야 하는 이유다. 인위적으로 금리를 통제하기보다 은행간 자유롭고 치열한 경쟁이 일어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할 때 소비자 편익을 키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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